글 쓰기에 아주 적당한 분위기는 조성되었다. 주변은 약간 어둡고 테이블 위에만 조명이 쨍하니 밝혀져 있고, 나의 자판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시간. 고요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랫집 아기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고 여러 영상 매체들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시간이 훌쩍 지나고 가스렌지 위는 왜 매일 더러운지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소란하다. 오늘까지 해결해야 하는 업무와 산발적인 메시지들 사이에서 글을 쓰는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3월이 다 가고있는 달력을 보며 마음 한 켠의 의무감을 해결하러 '쓰기' 버튼을 눌렀다.
최근 '문진'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다양한 작가들의 글을 소개하는 문학 뉴스레터 플랫폼인데 내가 운영 중인 바로 이 '고요한 계절들' 뉴스레터를 소개해도 되겠냐는 제안이었다. 반갑고 신기했다. 이 글들이 어딘가에 닿긴 닿고 있구나 싶어서. 첫 연락이 온 지 얼마가 지나 예쁘게 디자인된 게시물 이미지를 미리 받았다. 황송했다. 계속 열심히 써야겠구나 생각했다.
두세 달 전인가, 'seek'라는 곳에서도 연락을 받았다. 내가 혼자 조용히 부캐처럼 운영하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준 것이었다.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계획중이며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하는 컨텐츠를 함께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역시 반가운 제안이었다. 마음으로 좋아하고 응원하는 작가님들을 소개할 수 있으니 일 자체로 재밌을 것 같았다. 내가 추천, 소개한 작가님 관련 컨텐츠가 현재 두 번 발행된 상태다. (곽명주, 유수지 작가님)
고요한 계절들 뉴스레터는 첫 발행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티스토리 블로그는 그보다 더 오래 전에 개설해 몇 몇 글을 써왔는데 한참이 지나 비슷한 시기에 두 가지 모두 반가운 제안이 왔다는 것이 신기했고 뭐든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너무나 잘 아는 교훈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내 이야기가 어딘가에는 가 닿고 또 새로운 인연으로 연결 고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되새겼다.
솔직히 말하면 글쓰는게 너무 재밌어서 이 레터를 시작한 건 아니다. 메일링 서비스라는 것에 발을 디뎌보고 싶었고 구독자가 모인다면 구독자만 대상으로 하는 더 깊은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을까 해서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게으름과 또 미미한 구독자 수로 무언가 더 나아가고 있지는 못한 느낌이다. 글 쓰는 건 재밌다기보다는 그저 해야 할 것 같아서 하는 행위에 가깝다 나로서는. 즐거워서 즐기며 했다면 아마 더욱 무수한 신명나는 글이 여기 가득해야 하는 거겠지.
티스토리 블로그 또한 구글 에드센스 수익이 좋다길래 우연히 시작한 것이다. 기존에 있던 네이버 블로그는 너무 개인적인 느낌이라 좀 더 대중적인 내용들을 다뤄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터레이터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조회수를 노린 인기있는 tv 프로그램이나 연예인 이야기들을 쓰기도 했다. 그래서 대망의 수익은 지난 달에 $3 정도더라... 쓰는 과정이 재밌긴 했으니 괜찮다.(정말이다 또르르.)
대단한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꼼지락 거리고 있다. 대단한 인기를 바라는 것이 염치 없을 정도로 큰 노력을 쏟지 못한게 사실이다. 처음 의도가 어떠했든 하고 싶은 방향으로 조금조금씩 가다보면 또 어딘가에 가 닿고 재밌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이 레터를 보낸다.
문진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oonjin_official/
시크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eek.official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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