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의 심각성은 윤석열 정부에서 더욱 부각되었다. 젊은 층의 마약 사용 증가, 연예인 마약사건, 더 나아가 대치동 마약사건 등으로 국민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통계를 보더라도 실제로 마약사범이 2000년대(2000년 마약사범 수 1만 304명) 이후 계속 증가하여 1만 명 대 후반의 수치를 보이다가 작년에는 2만 2천 명대를 넘어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하게 되었다. 급기야 정부는 증가하는 마약범죄에 대응하고자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마약을 대상으로 '전쟁'이라는 용어까지 가져다 사용할 만큼 정부는 마약범죄에 대하여 일체의 타협 없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용어는 70년대 미국의 닉슨 행정부에서 베트남 전쟁 이후 귀환한 병사들의 헤로인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그때 처음 사용한 것이다. 문제는 '전쟁'이라는 용어의 사용이다. 마약 사용이 급증함에 따라 국민들에게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운다는 측면에서 볼 때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래 국가 간의 무력충돌도 아닌 국내 사회적 문제에 '전쟁'이라는 극단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런 용어 사용의 지나친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 <이솝 우화>의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늑대와 양치기 소년'을 떠올릴 수 있다. 양치기 소년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결국은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마찬가지로 '전쟁'이라는 용어의 지나친 사용은 실제로 마약 사용의 증가에 대해 국민들이 ‘경각심’을 갖기보다는 시간이 감에 따라 오히려 무뎌지거나 ‘불감증’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용어들은 정부 정책의 입안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해서 언론을 통해 더욱 확산된다. 그 결과 국민들은 마약중독자들에 대하여 치료 재활하여 사회에 복귀함으로써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절대 함께 할 수 없고 몰아내고 박멸해야 하는 적군으로 인식하게 된다.
최근 20대 마약사범들을 만날 때마다 이들이 다시 사회에서 올바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전쟁'의 대상이 된 이들이 정착하고 살아가기 위해 편견과 낙인이라는 또 다른 장애와 전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디 정책 입안자들은 언론 혹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마약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 용어 사용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지속적인 국가 마약정책에 대한 신뢰성은 바로 신중한 용어 사용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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