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마무리하며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게 된다.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범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마약 문제의 심각성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부각되면서 정부에서는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그 여파로 나름 바쁜 나날들을 보낸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며 중독이 뭐길래 이토록 해결하는 것이 힘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부터 중독이라는 문제를 인식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마약. 그래서 오늘은 중독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등장하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알코올 및 마약 대한 중독(addiction)의 개념은 17세기 유럽 사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중독 개념은 현재와는 다르게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다양하게 변해왔다. 중독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등장한 습관(habits)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행위이다. 습관에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이 있다. 습관과 중독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소는 의지력이다. 개인의 행위에 대해 통제력이 있다면 습관이고 없다면 중독이다.
르네상스 이후 근대 유럽 사회는 17세기 이성의 시대, 18세기 계몽의 시대, 19세기 자유주의의 시대로 세분할 수 있다. 이런 시기별 분화에 따라 마약에 대한 중독의 역사도 간략하게 말한다면 17세기는 아편을 주원료로 하는 로더넘(laudanum)에 대한 중독 우려로 인해 중독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로더넘에 대한 중독 개념은 【습관에 대한 애착】 정도로 단순하게 간주했다.
18세기는 여전히 【습관의 긍정적 측면】을 통해 인간 정신을 창조적으로 만들 수 있듯이 아편을 통해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은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적 생산성을 강조하는 결과를 낳았다. 노동력 강화와 그에 따른 노동 피로의 증가를 해소하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은 알코올과 아편의 사용을 선호했다.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에 따라 알콜 및 아편 사용이 증가하자 중독자들이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19세기 초반 중독과 습관의 개념은 큰 구별 없이 중립적인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알콜 및 아편중독자가 증가되면서 중독에 대한 개념과 중독에 대한 시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중독 개념은 【개인의 불건전한 습관】→1820년대는 【개인의 죄악】→1840년대는 【개인의 범죄】처럼 부정적 용어로 변했다. 이런 부정적 인식으로의 변화 요인 중의 하나는 퇴보 이론(degeneration theory)이다. 19세기 말 중독을 처음으로 【질병】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또한 19세기는 모르핀, 코카인, 메스암페타민, 헤로인 등 합성마약의 발견과 무분별한 사용과 남용의 시기이다. 합성마약의 높은 중독 증상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 경에 마약중독의 개념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때부터 중독의 개념은 【마약의 병리적 관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한정되었다. 이것은 세기말에 새로운 화학합성 의약품이 기하급수적으로 개발되면서 의사들로 하여금 마약 중독성을 강조하면서 불법화의 토대를 만들었다.
결국 중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한번 등장하기 시작하자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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