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48미터의 유리천장을 깬 여성

히말라야의 딸에서 세계 기록 보유자가 되기까지

2025.02.11 | 조회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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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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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는 벌써 한 달이 되었지만 새 보름달은 내일 처음 뜬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국의 여러 세시풍속 중에서도 정월대보름은 추석처럼 큰 명절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심지어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기도 했다고 하죠. 여성을 상징하는 달이 또한 여성을 상징하는 대지와 결합하여 생산성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뿐 아닌 세계 여러 문명과 문화 속에서 달은 여성을 상징했습니다.

달은 오랫동안 남성의 영역이었던 과학에서도 여성을 지워내지 못했습니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수 있었던 건, NASA의 수학자 캐서린 존슨이 계산한 궤도 덕분이었죠. 인류의 달 착륙은 '작은 한 걸음'이었을지 모르지만, 여성의 과학 참여는 '거대한 도약'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높이 올라가야 할 곳이 있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가 달이라면, 인간이 발로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은 에베레스트입니다. 인간이 달을 향해 로켓을 쏘아올렸다면, 에베레스트는 직접 발로 올라가야 했죠. 그리고 그곳에서도 여성들은 자신만의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새해 첫 보름달을 맞이하며, '하늘 위의 여성'을 소개하려 합니다. 달처럼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그러나 달처럼 때로는 보이지 않는 그늘에 가려졌던 락파 셰르파의 이야기이죠. 그의 도전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유리 천장을 깨는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럼, 오늘의 이야기 시작해볼게요.


 

마운틴 퀸:락파 셰르파 중 인터뷰를 하고 있는 락파 ⓒ Netflix 갈무리 
마운틴 퀸:락파 셰르파 중 인터뷰를 하고 있는 락파 ⓒ Netflix 갈무리 

셰르파의 마을, 남장을 한 소녀

 

셰르파 문화에서 에베레스트는 '초모랑마'에요. 세상의 어머니라는 뜻이죠.
저는 산을 어머니로 여겨요.

마운틴 퀸: 락파 셰르파, 락파의 말 중

야크 카르카의 셰르송에서 태어난 락파 셰르파(Lakhpa Sherpa, 1973~)는 히말라야의 그림자 아래에서 자랐습니다. 소수 민족인 셰르파에게 있어 산에서의 삶은 고된 생활이자 문화의 일부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고산지대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고도에 적응된 그의 몸은, 후일 그가 세계적인 등반가가 되는데 중요한 기초가 되었죠. 

락파는 네팔의 많은 시골 여성들처럼 그는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남동생의 등교를 위해, 매일 왕복 4시간씩 남동생을 업고 험한 길을 넘어야 했죠. 그렇게 동생을 데려다 줬지만 학교에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창문 밖으로 들리는 몇몇 말들을 듣고 만족해야 했죠. 모두가 중매로 결혼하는 셰르파족 사이에서, 락파는 키가 크고 고집이 세다는 이유로 중매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자신만 이상한 사람인 것 같다고 느껴지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요.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자연을 사랑하고 야성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밖에서의 삶을 모르는 작은 마을에서의 삶이 답답하다고 느꼈죠.

1980년대 이후 서양 관광객들로 인해 마을의 모든 남자가 짐꾼(포터)으로 일했고, 그의 형제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락파는 형제들을 보며 자신도 할 수 있다 생각했지만, 당시 여성이 포터가 되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자신보다 힘이 약한 사촌도 짐꾼을 하는데, 그보다 훨씬 무거운 것을 자유롭게 들 수 있는 자신이 짐꾼을 못하는 것이 락파에게는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굴하지 않았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고용하지 않으니 남장을 하고 일을 했습니다. 그의 전략이 통했던 걸까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모자를 쓴 락파에게 짐을 맡기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는 많게는 100kg까지 되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지고 산을 오르고, 베이스캠프에서는 요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락파는 하고픈 것을 마음대로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신의 이 비밀스러운 삶을 사랑했습니다. 

 

파상 라무 셰르파의 모습 ⓒ 여성신문
파상 라무 셰르파의 모습 ⓒ 여성신문

하지만 그의 이런 생활은 출산으로 잠시 보류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은 겉돌기만 하며 그의 출신을 들먹이며 락파를 업신여겼죠.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된 그를 사람들은 비난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대도시로 가 청소부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마치 인생이 끝난 것 같았다고 그는 회상합니다. 하지만 락파는 1993년 파상 라무 셰르파가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을 보게 됩니다. 파상 라무 역시 교육받지 못한 네팔의 여성이었죠. 락파는 자신도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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