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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서른다섯 번째 뉴스레터는 포세이돈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아테네에게 저주를 받아 혀를 날름거리는 끔찍한 뱀 머리카락과 황금 날개, 용의 비늘로 덮인 몸통을 가진 흉측한 괴물이 된 여성, 메두사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시작해볼게요.
메두사 신화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메두사는 긴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메두사에게 지속적으로 구애를 했지만 아테네 신전의 사제로 독신생활을 맹세했던 메두사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복수심에 불타오른 포세이돈은 결국 아테나 신전에서 그를 강간합니다. 이를 들은 아테나는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고 그를 보는 사람들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저주를 내렸다고 전해집니다. 아름다움을 빼앗기고 두려움의 대상이 된 여성, 이것은 과연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수세기 동안 권력 있는 여성 또는 권력을 위해 싸우는 여성은 메두사에 비유되었습니다. 서프러제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등 여성 정치인, 여성 지도자들 외에도 경제, 예술, 대중문화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마사 스튜어트, 마돈나, 오프라 윈프리 같은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뱀 머리카락을 가진 메두사의 이미지로 합성된 바 있죠. 이처럼 메두사는 힘을 가진 여성들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소비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독립적이고 힘 있는 여성은 보기에 무시무시한 광경임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신화 속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포세이돈의 강간사건 이후, 포세이돈의 난폭한 성격을 익히 알고 있던 아테네는 그가 메두사의 편을 들었을 때 포세이돈이 끝까지 메두사를 괴롭힐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아테나는 아끼던 사제인 메두사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손으로 처벌하는 척 해야 했죠.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은 자칫 형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축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메두사는 아름다움을 버리고 자신을 보호할 힘을 얻어 포세이돈이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다른 고르곤 자매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하지만 신화 속에서 아름답지 않고 공격적인 여성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고 가능한 한 빨리 파괴되어야 할 괴물로 여겨졌습니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죽인 후 아테나에게 그 머리를 주었고 아테나는 메두사의 머리를 자신의 방패에 얹어 항상 함께했습니다. 그리스어로 수호자, 또는 보호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에 걸맞게 메두사의 조각이나 흉상은 그리스 전역과 로마 일부, 여성이 지배하는 공간의 출입구에서 발견됩니다. 메두사 신화는 저주 받아 괴물이 된 강간 피해자의 이야기보다는 신의 총애로 스스로를 보호할 힘을 얻은 여성의 이야기에 가까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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