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3월 8일 여성의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리 전 세계 모든 여성에게 축하를 전하며, 오늘은 고릴라 가면을 쓰고 미술계에 대항하는 익명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거장'이라고 불리는 남성이 그린 작품을 보면, 우리는 자주 희한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의 대부분이 나체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유혹하는 눈빛과 하얀 피부, 굴곡 있는 몸매가 강조되어 표현되기도 합니다. 참으로 기이한 형태이지만, 일부 사람들은 성적인 매력을 넘어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둥, 이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여성의 모습이라는 등의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성의 누드화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런 아름다움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벌거벗어야만 하는가?"
1985년, 아름다움의 주체가 왜 여성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게릴라성 이벤트를 통해 여성의 대상화를 일삼는 예술계를 풍자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는데요. 유머와 재치를 겸비한 그들의 이름은 바로 '게릴라 걸스(Guerrilla Girls)'입니다. '고릴라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그룹'이라는 소개 글만으로 흥미롭지 않나요?
잊혀진 여성들 84번째 뉴스레터, 게릴라 걸스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성의 누드화가 만연해진 이유
런던, 파리 등 전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 전시된 여성의 누드화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여성의 누드화가 이렇게 만연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남성이 생산자이자 소비자였던 미술계에서 여성은 타자화된 관찰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요 고객층은 남성이었기에 여성의 누드는 그들의 취향과 선호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그림 속의 남성은 항상 당당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반면, 여성은 수동적이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는 것이 그 증거이죠.
그 예시 중 하나로 19세기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그림, <그랑드 오달리스크>가 있습니다. 이 그림은 19세기 프랑스 미술계에서 유행한 동방 취향의 회화 양식, 오리엔탈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기서 '오달리스크'는 옛 이슬람 궁중의 성노예 또는 그를 반라나 전라로 그린 그림을 말하며 오직 술탄(왕)의 시중을 드는 여성을 의미합니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 실패한 후 상실감에 빠져 있던 프랑스인들에게 욕망과 환상을 채워주고자 했습니다. 이성과 합리성을 중요시하던 당시 유럽에서는 적나라한 여성의 누드를 터부시하였으나 그림 속의 여성을 동방으로 비유해 소유와 정복의 대상으로 묘사했다며 암묵적으로 비판을 피해 갔습니다. 여성은 남성들의 성적 욕망과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소재로 여겨지며, 끊임없이 대상화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뉴욕에 등장한 고릴라 가면
1989년, 이러한 미술계의 남성주의적 시선에 반기를 들고 나타난 여성들, 바로 게릴라 걸스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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