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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일곱 번째 뉴스레터는 20세기 미국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수전 손택 입니다. 그를 향한 비난과 찬사 모두가 열광적이었다고 하죠. 수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해볼게요.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비평가, 노골적이고 정치적인 작가였던 수전 손택은 평생 비난과 찬사를 한몸에 받은 지성과 권위의 여성이자 지식인이었습니다. 수전은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반대자들로부터 잦은 비판을 받았는데 그 예로, ‘백인은 인류 역사의 암적인 존재’라고 했다가 비난에 휩싸이자 “내가 말을 잘못한 것 같다. 내가 암 환자를 모독하는 말을 했다”고 한 술 더 떠는 바람에 비판자들의 할 말을 잃게 하기도 했습니다.
수전은 전염력이 강한 타인의 편견들에 비판 없이 끌려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했고 끝내 그 아래 간직된 욕망에 충실하며 다양한 저서를 펴냈습니다. 오늘은 수전 손택의 유명한 저서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해석에 반대한다
수전은 예술작품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작품의 내용이 작품 자체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는 <해석에 반대하다>에서 ‘예술작품에 깊이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문학 자체를 고갈시키고 예술의 특수성에 가하는 폭력’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책은 당시 저명한 예술 평론가나 지식인들에게 작품에 대해 어려운 말로 포장하거나 아는 척하지 말라는 수전의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해석 행위가 전통적으로 답습되어온 진리나 도덕이 뒤섞인 것이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이 오히려 예술작품의 원래 의도를 왜곡시킬 수 있으며, 예술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어려운 이론과 개념을 공부해야만 하는 상항이 모순이라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거짓되고 선동적인 해석들을 파괴해야만 한다. 나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한바 작가의 소명은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별개로, 고통을 증명한다는 것에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전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참사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이 이러한 잔인하게 묘사된 폭력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매일 같이 쏟아지는 이런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들의 현실 인식이 손상될까? 그렇다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분쟁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염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에서 <타인의 고통>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특히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요, 전쟁의 한가운데서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경험을 단지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쟁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았다고 합니다.
"연민은 변하기 쉬운 감정이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감정은 곧 시들해지는 법이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 주는 셈이다."
수전은 <타인의 고통>을 통하여 우리가 멈춰야 할 것은 타인에 대한 연민(sympathy)이며 되찾아야 할 것은 타인을 향한 공감(empathy)임을 일깨웁니다.
은유로서의 질병
성공 가도를 달리던 수전에게 큰 위기가 닥쳤습니다. 1974년, 갑작스레 유방암 4기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그 당시, 질병은 곧 ‘환자의 죄악’으로 여겨졌고, 환자들은 ‘질병에 대한 수치심’ 때문에 희망을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겨우 40대 초반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은 수전은 질병을 ‘신의 심판’으로 간주하며 환자들의 질병은 잘못된 생활 습관 혹은 도덕적 결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으로 여기는 사회에 크게 분노했습니다.
"우리는 질병을 은유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물들어서는 안 되며, 그런 사고방식에 저항해야 한다."
수전은 질병에 악의적으로 부여되는 이미지들을 거부하고자 질병에 관한 성찰적 사유를 기록했습니다. 마흔다섯, 수전은 끝내 기적적으로 유방암을 극복하고 죽음을 관통해 생의 한가운데 우뚝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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