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관리전문요원에게 6월은 다른 달보다 특별하다. 6월 9일은 기록의 날이다. 2007년 세계기록관리협의회(ICA, International Council on Archives)가 기록의 중요성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ICA 창립일인 6월 9일을 ‘세계 기록의 날’로 정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기록원 역시 ”기록의 날을 통해 기록물에 대한 국민 관심을 높이고, 기록물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나갈 계획이다.”라는 목적으로 가지고 매년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기록의 날’은 국민과 기록인이 함께하는 기록문화 확산을 위한 통합의 장으로 기획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공공기관에서도 기록의 날이 있는 6월마다 크고 작은 이벤트를 기획한다. 기관 차원의 기록의 날 맞이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직원(나아가 국민)이 소장하고 있던 기관의 역사기록물을 수집하여 전시
- 직원 대상 기록관리 관련 퀴즈‧설문조사 진행
공통점은 연구사들이 내부 직원대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국민 참여를 이끌어 우리의 업무가 기관과 국민의 공감대 형성에 반드시 필요한 업무라는 점을 어필하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기관차원의 크고 작은 기록의날 캠페인을 실무자들나름의 날갯짓으로 볼 수 있었다. (내부직원들은 기록의 날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기록의 날 캠페인 참여하면 선물줄게. ’라는 문구에 작은 흥미를 느끼는 것뿐일지라도 일단 참여율은 다른 활동보다 높다.)
1-1. 왜 하려고 하는가
필자는 기록물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법적 근거를 말해도 미동 없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다. 조직 구성원은 조직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각자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우리는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 같은 장소, 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곧 우리가 같은 기억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소’는 그 위에 쌓여있는 다양한 기억을 매개로 사람들 사이 소통을 시작하는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활동하는 물리적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게 되고, 사건이 발생하는 수만큼 그곳에는 사람들의 이질적인 집단 기억이 섞이지 않는 단층을 이루며 축적되어간다.***
필자는 동일한 장소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기억들, 그렇지만 서로 섞일 수 없는 이질적인 기억들이 쌓여있는 역사적 장소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에도 적용되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떠올렸고 곧 우리가 일하고 있는 이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로 결론냈다.
1-2. 누구를 타깃팅(Targeting)할 것인가
필자는 사내 게시판에 ‘직원 수첩을 찾습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우리가 동일하게 사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기관에서 매년 나눠주는 업무수첩이었다. 기록물을 정리하면서 지난 3년간 받은 업무수첩은 5~6권에 불과했다. 그러나 게시글을 올린 후 기록물에는 전혀 관심 없던 직원들이 메일을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2005년부터 생산된 업무수첩을 수집하기에 이른다.
기록정보서비스에서 ‘기록연구사의 욕망만을 투영하는 정책’ 은 경계해야 한다. 타깃팅 전략(Targeting, 하나 혹은 복수의 소비자 집단을 목표시장으로 선정하는 마케팅 전략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식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층을 타깃팅하여 이용을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따라서 특정 대상이 아닌 최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통의 기억 수단을 목표로 삼았다. 그것이 모든 직원이 가지고 있는 업무수첩이었다.
1-3. 무엇을 보여줄것인가
업무수첩 수집으로 '이것도 기록물이구나.' 라고 이목을 끌었다면 이제는 '이렇게 하려고 달라고 한거구나.' 라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기관의 조경담당자가 준 산림경영 인증서 원본에 주목했다. 인증서는 우리 기관이 한 해 동안 산림경영을 잘 수행했다고 인증받은 기록물이다. 이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원들은 타인의 업무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몰라도 우리 기관이 작년 겨울에 폭설로 다친 소나무를 치료했던 사실은 다 알고 있다. 왜냐면 출퇴근길, 산책길에 있는 귀한 소나무들이 꺾인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이를 위해 나무의사가 치료를 하던 모습들에 안도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관내 산림은 직원들이 사무실 창문 밖으로 제초 작업을 보며 잔디가 많이 자랐음을 알고 식목일이면 다 같이 모여 나무를 식재하는 등 저마다의 기억이 쌓여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이 인증서 중심으로 기록물 마인드맵을 하고 있다. 한 해 조경담당자가 수행한 업무로 인해 우리의 산림이 그동안 변화했던 모습과 연결 지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컨텐츠로 자리 잡길 바란다.
필자는 기록의 날을 준비하기위해 타기관 사례를 찾으며 많은 기록물관리전문요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구나 느꼈다. 국가기록원에서 하는 기록문화확산 포상 사례 정도의 큰 업적은 아니더라도 기관 내부 인식 개선, 국민 참여를 위해 시도하여 성공하거나 실패했던 사례들을 서로 공유하고 배우면서 기관에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면서 글을 마친다.
*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ICA 서울총회를 계기로 매년 기념행사가 개최되고 있으며 2019년 12월 19일 공공기록물법 제64조의4에 의거하여 법정기념일이 지정되었다.
**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기록의 날 설명은 다음과 같다. (1)국민과 기록인이 함께하는 기록문화 확산을 위한 통합의 장으로 기획 (2) 국제기록관리포럼, 한국의 세계유산, 기록사랑 공모전 수상작 전시 등 다양한 기록 관련 행사와 연계추진
*** 김태현, 2023, 공공역사를 위한 아카이브 큐레이팅과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전략(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학위논문,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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