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하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국가기록원이 추진하는 이번 개정안은 기록물의 정의 변경(안 제1조, 제2조, 제3조), 기록관리 대상 기관에 대한 구분(안 제3조 제1의2호, 제25조의2), 민간기록물 수집·관리기관에 대한 지원·협업 강화(안 제45조의2 등), 전자기록물의 관리체계 강화(안 제20조) 등 매우 많은 변화를 담고 있다. 모든 조항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논의 촉발을 위해 개정안 중 핵심적인 사안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을 먼저 공유하고자 한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제출은 2024년 10월 8일로 예고되었다. 이 글에 이어 조항에 대한 상세 분석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1. 법률 제명 변경
개정안은 ‘현행 법률이 민간·국외기록물까지 적용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에 한정되는 것으로 이해되어 법률 내용과 제명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어’ 법률 제목을 「국가기록물법」으로 변경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언은 그동안 제기되어온 ‘기본법’체계로 전환을 의미할까?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 공공기관에서 관리하는 민간기록물에 대한 조항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민간의 기록물관리’ 지원 등 민간 기록 진흥을 위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2. 기록물 정의 변경 (안 제1조, 제2조, 제3조)
기록믈의 정의를 ‘공공기록물, 민간기록물, 국외기록물, 데이터형기록물, 전자기록물 및 박물류’로 각각 구분했다. ‘민간기록물’은 공공기관 등에서 ‘보존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것’을 말한다고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민간에서 관리하는 민간 영역의 기록물은 국가기록물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공공기관등에서 업무의 일환으로 수집한 기록물을 ‘민간기록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데이터형기록물’과 ‘전자기록물’도 별도로 정의하고 있다. ‘전자기록물’ 정의에는 ‘데이터형기록물’이 포함되어 있어 이 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기록물의 정의에 따라 관리 방법이 다르게 적용되는 등 큰 변화가 따르기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3. 민간기록관리 지원 (안 제45조의2 등)
국가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관을 ‘민간기록물관리중점기관’으로 지정하게 된다. 지정의 주체는 각 중앙행정기관이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통보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국가보훈부 소속의 독립기념관이 개정안의 정의에 따른 민간기록물을 관리한다면, 국가보훈부는 독립기념관을 ‘민간기록물관리중점기관’으로 지정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통보한다. 그리고 이들 기관은 개정안 제45조의2에 따른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공공기관 중에서 개정안의 정의에 따른 민간기록물을 관리하는 기관을 지정하여 관리하는 것을 민간기록관리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다양한 기관에서 이미 법률적 근거와 예산 등을 수반해서 진행하고 있는 기록물의 수집 등 관련 사업 등이 이번 개정안으로 정리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간 각 기관에서 유사하게 진행되어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개정안의 추진 배경이 짐작되지만, 그렇기에 개정안 추진 이전에 얼마나 깊이 있는 조정이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4. 중앙기록물관리기관 삭제 (안 제9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개정안 주요 내용에서도 ‘기록물관리를 총괄ㆍ조정하기 위하여 소속으로 설치·운영하는 기관을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명칭을 삭제하고, 행안부 소속기관인 국가기록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단순히 명칭을 변경하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앞으로 국가기록원은 어떤 역할과 위상을 갖게 될까.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이 삭제되면서, 국가 차원의 기록물관리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 수립, 국가지정기록물의 지정 등 몇몇 기능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위상을 상향’한다고 한다. 단순히 국가기록원을 행안부 소속 행정기관으로 본다면 상향이 맞다. 그렇다면 국가기록원장은 최고의 전문성을 지닌 기록관리전문가여야 하고, 그러한 인사가 전문성을 담보하여 기록관리 정책을 설계하고 각종 기록관리 업무를 책임지는 것은 이제 현실 앞에 지워야 하는 이상인 것인가.
이러한 현실 인식을 인정한다면, 가장 강력한 행정권한이 필요한 ‘기록물의 폐기금지 통보 권한은 여전히 국가기록원장이 권한을 행사하고, 큰 예산이나 자원이 필요한 기록물의 활용을 위한 시스템과 전시시설 등의 설치 운영도 국가기록원장의 의무로 명시하는 조항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상향하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와 맞지 않을까.
5. 전자기록물, 데이터형 기록물 (안 제20조)
전자기록물에 대해서는 관련 시스템에서 통합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데이터형기록물 관리에 있어서는 별도로 관리 방안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의에서 전자기록물에 데이터형기록물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고, 관련 시스템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재는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 기록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온나라 - RMS 등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지만, 해당 기관의 시스템을 통제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록관이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6. 대통령기록물관의 관련성
영구기록물관리기관과의 관련성이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대통령기록물법은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공공기록물법을 따르기 때문에 그 영향이 크다. 우선 몇 가지만 살펴보면, 행안부 장관이 세우게 되어있는 장기 계획에 대통령기록물관리도 포함되는지, 그 심의를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서 하게 되어있는데, 그렇다면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는 무슨 역할을 하게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수한 생산 맥락을 갖고 있는 대통령기록물 생산시스템도 통합 관리에 포함되는 것인지도 중요한 지점이다. ‘고형의 박물류’로 정의된 행정박물의 경우도 대통령기록물에 적용되는 사항이다. 앞서 언급한 기록물에 대한 활용 시스템 및 전시시설 설치의 적용 여부도 타 영구기록물관리기관과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7. 여러 가지 실무적인 변화들
(안 제13조, 제14조) 기록관의 정보공개 업무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갑론을박이 매우 많았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록관 정보공개 접수 업무 범위를 명확화한다며, 기록관에서 소장 관리하는 기록물에 대해서만 열람 및 제공하도록 개정하였다. 이 열람 및 제공이 그렇다면 내부 이용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인지, 정보공개제도를 통하지 않는 대국민 서비스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안 제15조, 제19조제8·9항) 기록관리 실태 점검의 주체가 변경된다. 공공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이 공공기관등을 점검한다고 하는데 법령만 봐서는 누가 누구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에 대한 점검 주체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각급 기록관 등 많은 공공기록물관리기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안 제27조제2항) 기록관은 이제 보존기간 재분류를 통해 영구 준영구 기록물의 폐기를 할 수 있는 것인가? 그간 기록관 단위에서 제안된 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록관 단위 재분류는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현장점검 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 국가기록관리위원회가 기록관 단위의 보존기간 재분류를 심의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별도의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조항 개정 없이 이러한 심의가 가능한지, 국가기록관리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등의 보존기간 재분류를 심의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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