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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록관리 공간적 개념으로 다시 돌아보기

1인 연구사의 고민

2024.05.24 | 조회 1.2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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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푸푸

  얼마 전 기록관리자 교육을 들으러 갔던 부서장님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임직원 체육대회 사진도 기록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었어?” 질문을 듣는 순간, 기록관리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기관의 직원들은 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기록의 의미를 되짚어 봤을 때『기록학용어사전』에서 말하는 기록이 개인 및 조직의 특정 활동이나 업무 과정에서 생산·접수한 모든 기록물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개념이라면『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공공기록은 기관의 공적 업무 수행과 관련된 기록물로 한정된다.

 한편 아카이브(Archives)’는 개인이나 조직이 자신의 존재나 행위와 관련하여 생산입수한 기록으로서 지속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이다. 보존기록의 가치에서 별개의 부가적 가치가 존재한다고 본 쉘렌버그와 본래의 의미를 지켜주는 가치에 주목했던 젠킨슨이 그러했듯, ‘아카이브는 레코드·공공기록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기록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유기적인 특성이 추가될 때 형성된다.

 일반 직원들이 생각하는 기록회사라는 공간적 개념에 갇혀 공공 기록물 관리=공문 관리라는 보이지 않는 공공의 울타리 안에서 다소 방어적이고 수동적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회사 밖의 기록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일반 대중 사이에서 아카이브’, ‘아카이빙’, ‘기록은 점차 친숙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아카이브는 기억아카이빙프로젝트’,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청년예술아카이빙', '카페 아키비스트등 패션식품예술 등과 결합하여 자유롭게 사용된다.

 

 
 

 아카이브가 특정 주제를 모아서 보여준다라는 의미로, 젊은 세대의 생활 전반에서 통용되고 있을 만큼, 삶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내보이고 싶은 MZ세대에게는 이보다 더 적합한 단어가 없다.

 대중은 SNS,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본인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서 나아가 먹스타그램’, ‘운동스타그램’, ‘옷스타그램등 자신의 관심 분야를 아카이빙 하여 자유롭게 표현한다. 예를 들어, 본래 매일 출근룩을 기록하기 위해 사용하던 SNS는 출근룩 아카이브가 되어 옷을 좋아하는 사람, 스타일리시한 사람이라는 삶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 이처럼 일상에서의 기록은 특별한 교육과 학습의 과정 없이 자연스럽게 아카이빙 된다.

 

 
 

 그러나 일상과는 다르게, ‘기록회사라는 공간 안으로 들어오면 두꺼운 울타리 속에 갇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기관에 입사하여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4조를 통해 모든 임직원은 기록물을 보호·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파하는 일이었다. 기록관 업무를 추진할 때면 직원들에게 항상 법적 근거를 기반으로 기록관리 업무를 수행하게끔 했다.

 실제로 법에서 말하는 것처럼 공공기록 관리는 기관 임직원에게는 의무적인 활동이 되어야 하며 기록물의 생산부터 활용·처분의 모든 과정이 체계적인 통제 하에 관리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의무적이고 통제적인 과정이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필자는 공공기록관리에서 기관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리프레이밍(reframing) 해보고자한다.

 

리프레이밍(reframing) , 어떤 경험‧상황‧사건‧사실을 문제되는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존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문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언어적 기법."

「리프레이밍(reframing)」, 상담학 사전, 학지사, 2016.

 

 기록이라는 개념을 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기록이라고 인식하거나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해 낸 공공기록이라는 틀 안에 국한되지 않고, ’회사라는 공간 안에 있는 구성원이 만든 다양하고 방대한 기록으로 바라본다면 아카이빙의 의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증평기록관이 있다. 증평기록관은 기록이라는 쌍방향 소통도구를 사용하여 국민과 기억을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보통의 회사원이라면 회사라는 공간에서 9시부터 18시까지 일상의 절반 이상을 보낸다. 이상하게 손이 잘 가는 나만의 애착볼펜, 자리에서 마시던 커피를 흘린 자국이 선명한 업무수첩, 책상을 꾸미려고 야심차게 데려왔지만 결국 죽어버린 식물의 사진 등을 모아 회사라는 공간을 매개체로 아카이빙을 수행하여 공통의 기억을 만들어본다면 회사에서의 기록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이끌어 내볼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1인 연구사로서 살아남기의 일환으로 기록이라는 단어 자체가 표현하는 바가 무엇인지에서 출발하여 앞으로 기관에서의 임직원 개개인 기록물 아카이빙을 통해 기록관리 인식개선을 이끌고 나아가 공공 기록관리 문화 정착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 한국기록학회, 『기록학용어사전』, 역사비평사, 2008, P.48.
  •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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