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선배님이 닦아 놓으신 길을 따라 공공기록관리에 종사하고 있는 후배로서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최근 선배님께서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경계를 넘는 역사학 PUBLIC HISTORY : 역사재현, 로컬리티’(2024.5.31. ~ 6.1.)에서 발표하신 ‘한국의 기록문화 르네상스와 미완의 실천과제 - 역사락 등 학계와 기록관리 협력과제 제안 - ‘을 흥미롭게 살펴보았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실무에서 퇴직하신 이후에도 다양한 기회에 많은 사람들에게 국가기록관리의 중요 과제를 설명하는 등 기록관리 인식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이번 발표에서도 그간 국가기록관리의 토대를 닦은 산증인으로서, 한국 기록전통 복원작업의 일환이었던 기록관리법률 제정 등 다양한 한국 기록관리 발전 과정의 배경과 그 결실을 잘 정리해 주셔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는 지금 우리가 하는 기록관리프로세스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정착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저희 세대가 각 기관에서 ’기록관리전문요원‘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고 일할 수 있게 한 전문인력 임용배치 과정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선배 세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안해 주신 역사학 등 학계와 공동 협력과제는 ’공공기록 프로세스 처리’에 매몰되어 있는 실무자가 어떤 시각을 갖고 기록관리를 이해해야 하는지 비전을 제시해 주셨다고 느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그럼에도 선배님의 발표에는 후배로서 이해할 수 없는 몇 가지 부분이 있어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가적 차원의 공공기록관리 성립 과정에 대한 이해가 짧은 후배 세대의 질문이라고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선배님께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기록물법)’개정 과정에 대해, ‘노무현정부에서 국가기록원이 아닌 대통령비서실과 친정부성향 학계인사들이 주도하여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분리하여 제정하는 계획을 추진’(p.180.)하였다고 주장합니다. 대통령기록물법의 별도 제정에 대해서 학술적인 차원에서 논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님께서 지속적으로 주장하시는 국가적 차원의 일원적인 기록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충분히 함께 생각하고 토론해 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다 민주적이고 효과적인 기록관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어야 합니다. 당시 ‘친정부성향 학계인사들‘을 거론하며 대통령기록물법의 별도 제정을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입니다. 더욱이 당시 공공기록물관리법 주무기관이었던 국가기록원의 낮은 위상,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임에도 대통령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당시까지의 대통령기록관리 현황, 참여정부의 대통령기록관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 등 당시 배경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선배님께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선배님께서는 대통령기록물법 제정에 이어 제정 당시부터 포함되어 있던 ‘개별대통령기록관제도’와 제19대 대통령 재임 시기 추진된 개별대통령기록관 설립시도’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하셨습니다. 법률 별도 제정처럼 개별적 대통령기록관리제도도 건강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별적 관리의 비효율성 증가, 통합적 분류 검색의 어려움 등은 동의 여부를 떠나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논의는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먼저 개별대통령기록관 관장은 무조건 퇴임 대통령이 추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정부터 현재까지 관장의 추천은 개인 또는 단체가 국가에 개별대통령기록관을 건립하여 국가에 기부채납한 경우(제25조)에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19대 대통령 개별대통령기록관 설립과 관련해서도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여 ‘현직 대통령 재임중에 정부예산으로 퇴임 후 개별대통령기록관 설치를 도모’(p.184.)했다고 비판합니다. 기부채납 후 전직대통령재단과 NARA가 함께 운영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의 개별대통령기록관은 행정부소속의 공무원들이 개별 대통령의 기록물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입니다. 또한 임기 종료와 동시에 대통령기록관으로 기록물 이관을 완료해야 하는 한국 대통령기록물관리의 특성상 기부채납이 아닌 이상, 국가예산으로 재임 중 개별대통령기록관을 설치해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도 선배님의 주장과 달리 비밀스럽지 않았습니다. 많은 기록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국가기록관리위원회 및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의 논의를 거쳤습니다. 이런 과정에 대해 ‘발각’이라는 표현을 쓰신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왜곡은 향후 대통령기록관리체계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자체를 어렵게 합니다.
지정기록물관리에 대한 부분은 더욱 심각합니다. 먼저 지정기록물 목록의 지정은 의무 조항이 아닙니다. 지정기록물의 목록 또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어 각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이 지정할 뿐입니다. 현재 제도에서도 목록을 지정하지 않는것이 가능합니다. 또 지정기록물의 비공개 보호기간은 제정당시부터 15년의 범위 이내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30년의 경우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물로 한정하였습니다.(제17조 제3항) 15년이 30년으로 연장되는 경우(p.180.)는 없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지정기록물제도가 ‘민주주의 이념에 따라 국민주권을 입각한 기록관리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제도’(p.180.)라고 비판했습니다. 지정기록물 제도 취지는 대통령기록의 특성상 강력한 보호를 상정하지 않는다면 그 이관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특수한 상황을 기반으로 합니다. 지정기록제도가 없어도 대통령이 성실하게 기록을 이관하고, 그 기록이 정쟁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가정은 현실에 기반하지 않는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특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선배님의 주장이 지정기록물 제도에 대한 공격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지정기록물 제도가 ‘대통령기록물의 정상적 기록관리를 수행할 수 없게 만든다’(p.181.)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철저한 보호가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정법에서는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기록관리 업수수행상 필요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의 장의 사전 승인을 받는 경우’(제17조 제4항 제3호) 지정기록물의 열람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시행령에서는 지속적 계정을 통해 지정기록물의 전자적 관리, 보호조치 해제, 대리인 열람 등의 업무를 규정(시행령 제10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선배님의 지적처럼 대통령기록관리 그간 지정기록물관리를 소극적으로 추진하였다는 것은 공감합니다. 그러나 지정 제도 때문에 기록관리가 불가하다는 비난은 제도에 대한 오해입니다. 또한 선배님께서는 무분별한 지정에 대해서도 비판하셨습니다.(p.181.) 정확한 지정행위에 대한 부분은 우리 대통령기록관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최근 법률 개정(2020.12.8.)을 통해 신설된 전직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해제 요구(제18조의2) 등을 언급하지 않고, 지정행위의 문제점만을 부각한다면 복잡한 맥락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정 제도에 대해 큰 오해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선배님께서는 앞서 질문한 지정기록제도가 전직대통령의 열람권보장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지, 그것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무현대통령은 이지원시스템 사본을 제작하여 봉하사저로 유출하였다. 개별대통령기록관 조항을 염두에 두고, 그런 일을 지시했는지 현재로선 추론할 수밖에 없는 상황’(p.181.)이라고 쓰신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도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언론 기사 등은 ‘노무현 대통령 기록물 유출’을 언급하며 사실을 왜곡하곤 합니다. 그간의 사정을 잘 아시는 선배님이 전직대통령의 열람권 보장이라는 측면을 간과한 ‘유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이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설령 개별대통령기록관 설립을 염두에 두었더라도 진본이 아닌 봉하마을 사본을 대통령기록관인 노무현 개별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개별대통령기록관까지 언급하는 것은 아직 한참 더 공공기록관리를 수행해야 하는 후배 세대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선배님께서 주장하시는 기록관리의 독립성 측면에서도 궁금한 부분이 많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한 국가기록원장과 대통령기록관장 직위 외부 개방을 비판하며, ‘임명된 기관장들이 독립성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었다’(p.183.)고 비판합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외부에서 임용되었던 기관장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배님께서는 대통령기록물법 별도제정을 비난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문재인정부에서 개방형 인사방식은 사전에 기록관리 전반에 대한 충분한 사전연구를 거쳐서 국가기록원에서 도입한 것이 아니었다. 출범초기 일부 정치인과 친정부성향 학계인사들이 국회에서 포험 등을 개최하고 도입한 것‘(p.184.)이라고 바난합니다. 임용 당시 대부분의 현장, 학계 등의 기록관리전문가들은 전문직 기관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습니다. 전문직 기관장 임용 직후에도 많은 기록관리 현장에서도 기대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전직 기관장들의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별개로, 전문직 기관장 임용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비난은 받아들이기가 매우 힘듭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언제든 다시 이루어져야 할 전문직 기관장 임용의 반대 근거로 이러한 주장이 오용될까 두려워집니다.
선배님께서는 전문직 기관장을 비판하는 근거로 대통령기록물법 제18조(전직 대통령에 의한 열람) 개정을 제시하셨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전직대통령의 열람권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도 관련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간 대통령기록물법은 전직대통령이 의식불명이거나 사망했을 경우 대통령기록물을 어떻게 열람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직대통령은 자연인인 동시에 정치적 상징이므로 사후에도 자신이 생산한 기록물을 열람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선배님이 말씀처럼 ’대통령직무와 상관없는 가족, 제3자까지 추가‘(p.184.)하고자 만든 제도가 아닙니다. 이들 대리인에 대한 추천을 대통령 가족이 하고,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부분, 그럼에도 이들 대리인이 열람 등을 할 수 있는 범위, 방법 등을 대통령령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부분도 마땅히 함께 설명되어야 오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이번에 발표하신 학회는 ’공공역사‘를 주제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아카이브는 공공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에 아카이브에서 실무와 이론을 경험하신 선배님께서 아카이브에 대한 발표를 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가이기에 선배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 기록관리전문가를 대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선배님의 주장 중 사실에 기초하지 않거나, 큰 오해가 있는 부분이 더욱 걱정스럽게 느껴집니다. 다음 발표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더욱 자세히 설명되거나 바로잡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발표문은 '기록과 사회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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