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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의원의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에 대한 몇 가지 의견

2024.10.02 | 조회 5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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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윤건영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이하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이번 개정안은 크게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관할 고등법원장의 지정기록물 열람에 대한 영장 발부 시,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의결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안 제17조 제4항 제2호), 둘째, 기존 대통령기록관 직원만 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던 것을 대통령기록관의 장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안 제17조 제4항 제3호), 셋째, 유고시대리인등의 지정 요청 시 대통령기록관장이 30일 이내에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통보하도록 하며(안 제18조 제5항 및 제18조 제6항 신설), 누구든지 유고시 대리인 등이 열람 등을 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의 범위, 열람 방법 등을 제한하거나 축소하지 못하도록(안 제18조 제7항 신설) 한 것이다.

개정 사항 모두 대통령기록관리의 핵심 사안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보다는 이런 개정안이 왜 대통령기록관 등 기록관리전문가 그룹이 아닌 정치권에서 제기될 수밖에 없었는지 의견을 남기고자 한다.

 

1. 고등법원장의 지정기록물 열람 영장 발부 시 국회 의결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의 취지는 생산자가 지정하는 정보를 강력히 보호하여, 그 정보가 유실되지 않고 대통령기록관에 충실히 이관되어, 후대에 유산으로 남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의 취지는 그동안 적절히 지켜지지 않았다.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대통령기록관이 설치된 이래로 총 17건의 압수수색이 있었고, 2022년 5월부터 현재까지 최근 2년간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은 6차례나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기록물 생산자에게 지정기록물로 보호를 요청하더라도 기록물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준다. 결과적으로 중요 대통령기록물은 남지 않게 된다. 특히 제16대 및 제19대 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 생산자로 일했던 윤건영 의원에게 이러한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을 것이다. 결국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정부(검찰) 및 사법부(고등법원)의 행위를 입법부(국회)가 통제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개정안은 몇 가지 문제점을 담고 있다. 먼저, 사법부의 결정인 영장 발부를 입법부가 관여하는 것이 3권분립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현재도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를 위해서는 국화 본회의의 표결을 요구하는 절차가 있다.(국회법 제26조) 그러나 이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물리적 권력을 가진 행정부에 의해 무단으로 체포될 것을 염려한 역사적 맥락을 가진 조항이다. 또한 지정기록물 열람의 주체가 행정부(검찰)인 상황에서 열람의 주체가 아닌 국회가 그 동의권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동의의 절차와 관련해서는, 현재 개정안의 조문을 살펴보면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의결 절차를 거쳐 발부한 영장’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주체가 고등법원장인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예로 든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의 경우, 국회에 대한 동의 여부 진행의 주체가 행정부이므로 국회에 대한 설득을 법무부장관이 하고 있다. 개정안의 경우에도 열람의 주체가 행정부(검찰)이므로 국회의 동의를 얻는 주체도 정부가 되도록 수정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정기록물 열람에 대한 제한이 국회를 통해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예상되지만, 여대야소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회의 동의가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지정기록물 제도의 취지는 사라지고, 지정기록물 제도가 공식적으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회 동의라는 제도적 장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행정부(검찰)의 지정기록물 열람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저버릴 수 없다.

대통령기록물관리가 정치적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정기록물의 열람과 관련한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먼저 대두되었다는 사실은 기록전문가집단이 대통령기록물생산자에게 그동안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아 부끄러움이 든다. 제도적으로 가능한 열람을 막을 수 없었지만, 문제의식을 국민들과 공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 같다.

 

2. 대통령기록관장의 지정기록물 열람 권한 명시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4항 제3호는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기록관리 업무수행상 필요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의 장의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대통령기록관 직원에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포함될까. 이에 대해서는 그간 입장이 같지 않았다.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의 인터뷰("노무현 대통령 지정기록물, 15년간 방치됐다”, 오마이뉴스, 2024.3.12.)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은 관장의 지정기록물 관리 상태를 보고해 달라는 지시를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한 열람 시도로 이해하였고, 이는 위법·부당한 지시가 되어 관장 해임의 근거가 되었다. 이 글은 이 문제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다만, 이 문제를 통해 그간 대통령기록관은 관장이 지정기록물에 대한 열람권이 없다고 판단하고 업무를 해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먼저 법률적으로 당연히 대통령기록관장도 대통령기록관 직원에 포함하므로 열람권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기록관리 업무 측면에서도 열람의 승인, 관리의 적절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당연히 관장이 최소한의 경우 열람권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개정안은 대통령기록관장의 열람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상반되는 입장임에도 모두 근거와 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관장의 열람권이 없다는 해석의 경우 대통령기록관의 경우 모든 대통령기록물을 통합해서 관리하고 있으므로, 현 정권에서 임명한 관장에게 열람권이 있다고 인정할 경우, 전임 정권에서 생산한 지정기록물까지 모두 열람할 수 있고, 철저한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지정기록물 관리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보호를 완벽하게 하자는 취지가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논의는 대통령기록관장이 기록관리 윤리를 준수하는 기록관리전문가가 아닌 정치적 입장을 가진 비전문가며, 관장 및 직원의 열람 이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가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파악인지, 대통령기록물관리의 지향에 대한 포기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장이 지정기록물의 적절한 관리를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지정기록물을 열람하고, 열람한 정보는 전문가 윤리의 차원 및 법령(대통령기록물법 제19조)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고, 그 이력도 잘 관리될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 이러한 전제가 성립되었다면 이러한 조항이 굳이 개정안에 포함될 일도 없지 않았을까.

 

3. 유고시대리인등의 기록물열람 절차 및 범위 관련

지난 2023년 3월 행정안전부는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대리인등에 대한 열람 범위를 축소하였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8조 제4항(대리인등의 열람 범위를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도록 규정)에 따라, 대리인의 대통령기록물 열람 대상과 범위를 제한하고, 특히 대리인등의 열람 범위를 가족 관련 개인정보, 권리 구제, 전기 출판으로 제한하여 열람 범위를 축소했다. 열람 관련 절차 시일도 매우 늘었는데, 열람 가능 여부 확정을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에서 60일 이내에 심의하도록 하였고, 전직 대통령 등이 대리인을 지정하는 절차 또한 기존 15일에서 90일(연장45일 포함)로 연장하도록 하였다. 이번 개정안은 기존 시행령에서 90일(연장45일 포함)이내에 유고시대리인등을 지정하도록 한 것을 30일 이내에 정하도록 하고, 열람 범위도 축소하지 못하도록 법률에서 규정한 것이다.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기록학계 및 관련 단체의 입장문, 2023.4.17.)

전직 대통령 및 유고시대리인등의 열람권 보장은 그저 기록물생산자에 대한 배려 차원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은 그 자체가 자연인인 동시에 정치적 주체로서 퇴임 후에도 다양한 정치적 활동을 하게 된다. 더욱이 정치적 변화가 큰 한국 사회에서 재임 시 활동에 대한 수사 등이 이루어지게 될 경우, 그 방어를 위해 자신이 생산한 기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외에도 재임 시 정책 등의 연구를 위해 기록물을 적극적으로 열람하고, 지정기록물은 해제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열람권 보장의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2023년 시행령 개정 당시 기록관리전문가단체들은 시행령 개정을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이러한 배경을 생각해볼 때, 전임 대통령 당시 대통령기록물 생산자였던 윤건영의원이 열람권 관련 시행령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런 개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개정안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먼저, 전직 대통령 기록물 열람과 관련해서 가장 큰 필요성이 제기되는 비밀기록물을 제외한 지정기록물의 온라인 열람 허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열람권의 핵심은 지정기록물의 적극적 열람과 전직 대통령의 해제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정기록물의 온라인 열람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누구든지 유고시대리인등이 열람 등을 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의 범위, 열람 방법 등을 제한하거나 축소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유고시대리인등의 열람범위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누구든지’와 같은 용어가 아닌 전직 대통령의 열람범위와 유고시대리인등의 범위를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좀 더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기록관리와 관련한 상세한 현황을 알지 못해 윤건영 의원의 이번 개정안이 대통령기록관 등 기록전문가그룹과 얼마나 긴밀한 소통을 한 결과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보고 기록관리를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대통령기록관리에 대해 전문가들이 얼마나 진지한 토론을 진행했는지, 그 결과 대통령기록관리의 주요 쟁점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충분한 대안을 제시했는지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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