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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빌런들

2025.07.02 | 조회 6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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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Generated by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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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마주치는 피로감은 직종을 가리지 않는다. 기록연구사라는 소수 직렬로서 기록관리 업무 전반을 혼자 감당하는 고립감이나 소외감은 차라리 익숙하다. 하지만 때때로 마주치는 빌런들의 한마디, 무심한 행동 하나에 깊은 현타와 함께 마음 속 열정에 금이 가기도 한다.

오늘은 그간 내가 직장에서 만난 빌런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1.  ‘보존기간’의 신

 

보통 기관에 전문요원이 배치되면, 이전에 업무를 담당했던 전임자는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기관은 조금 특이하게 전문요원은 아니지만 기록관리업무만 전담해오던 전임자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지 않고 함께 기록관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경험 많은 선배에게 배우면서 일할 수 있다니 럭키비키잖아~’

라며 건강한 파트너십을 기대했던 초기 기대와는 달리, 그 분은

"3년간 내가 시키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마라"

며 신규 연구사를 본인의 통제 아래 두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일도 하지 않기에 실패하는 바람에 사이가 멀어지고 말았고, 그 분은 연구사를 박힌 돌을 빼려는 굴러 들어온 돌로 여기며 매사에 뾰족하게 굴었다.

나에 대한 날선 태도는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기록이나 기록관리를 대하는 그분의 험(?)한 태도에 나는 자주 괴로움을 느꼈다. 부서에서 포대 째 미정리 기록물 그대로 가지고 오면 기록관이 이관목록 대신 작성해주고 피자 얻어먹기, 친한 직원이 담당자인 부서 기록물은 이관받고 본인이 싫어하는 직원이 담당자인 부서 기록물 이관은 거부하기, 이관받은 기록물을 인수인계 처리도 없이 본인 캐비닛에 넣어두기 등 이해안가는 행동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점은 절차없이 보존기간을 마음대로 상향(?) 하는 그분의 신적인 능력이었다. 생산 당시 책정된 보존기간을 무시하고 본인이 선택한 기록물을 대상으로 중요기록물 DB구축 사업을 진행했고, 사업이 끝나면 해당 기록물들은 준영구 이상 기록물로 둔갑해 있었다. 보존가치를 재평가하기 위한 법적인 절차없이도 그분의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전산화 대상이야한마디면 보존기간이 상향되는 마법은 그 분이 기록관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마음대로 하향해서 폐기하는 것이 아닌것이 그나마 다행..)

 

2. 1인 기록관 체제도 서러운데..

 

타기관에 업무 차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 기관에도 기록연구사가 배치되어 있었지만, 담당자의 육아휴직으로 기록관리 업무는 사실상 잠정 중단상태였다기관 전체의 기록관리 업무가 1인 기록연구사에게만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도 문제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책임과 원망을 그 한 명이 떠안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기록연구사 휴직기간 내내 기록관리법에 따른 절차를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던 그 기록관장(담당과장)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기록연구사 같은 소수직렬은 가임기 여성을 뽑으면 안된다니까~ 껄껄

참고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 역시 가임기 여성이었다.

 

3. 이용자를 쫓아내는 담당자

 

영구기록물관리기관에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기록관에 근무할 때에 비해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직렬의 조직 구성원들이 역할을 분담한다는 점에서 업무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은 분도 물론 계시지만) 골치아픈 것은 기록연구사에게 맡기고 나는 조용히 쉬다가겠다라는 마인드를 장착한 담당자들이 꽤 많이 거쳐 갔고, 그 중에서도 업무 협조는 커녕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다른 사람 하는일에 회초리를 휘두르던 빌런이 한 분 있었다. 안탑깝게도 이분의 담당업무는 이용자를 상대하는 열람업무였다.

우리나라는 아카이브에서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한 별도의 제도가 없기 때문에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통해 열람을 제공하고 있다.(아카이브 열람을 위한 별도 제도가 없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여기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공개방법 및 수수료도 정보공개제도에 준하여 처리하였는데 우리 기관은 기록물을 열람할 시 11시간은 무료이며, 1시간 초과 시에는 30분마다 1,000원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느 날, 기관의 연구사업에 참여한 외부 연구원이 기록물 열람을 위해 이용자로 우리원을 방문했는데, 그 담당자는 수수료 규정을 고지하며 이용자 열람 책상 위에 타이머를 올려두었다고 한다. 무료 열람 가능 시간인 1시간에서 1분이라도 초과되면 반드시 수수료를 받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아. 담당자의 태도에 매우 불편함을 느꼈던 이용자는 열람도 하는 둥 마는 둥하고 1시간이 되기 전에 떠났고, 열람담당자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해서 매우 아쉬워했다는 후문이...

 

🎬 에필로그: 돌아이 질량보존의 법칙

 

돌아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조직 내 돌아이(말이 안 통하는 이상한 사람)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뀔 뿐이라는 직장인의 통찰이다.

나 역시 여러 해 동안 그런 빌런들을 겪었다.하지만 때로는 그런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하는 이상한 위로가 된다.

이 뉴스레터가, 어딘가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또 다른 기록연구사, 혹은 직장인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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