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있기 힘든 사람들>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도하타 가이토라는 임상심리사가 조현병 환자들이 낯 동안 생활하는 정신과의 주간 돌봄 시설에서 일하며 생각한 것을 에세이와 소설 사이의 형식을 빌려 쓴 책입니다. 저자는 명백히 학술서를 쓰고 싶었지만 그곳에서 경험한 일을 도무지 논문을 쓰듯이 쓸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있기 힘든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본 순간부터, 나는 '있기'를 참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있기'가 점점 더 힘겹다는 사실도요. 책에도 나오지만 '있기'가 힘든 사람은 '하기'를 합니다. 뭐라고 하는 게 그냥 있기보단 낫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단순한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적거리거나 설거지나 청소를 합니다.
그래도 불안할 때는 있습니다. 그냥 있기보다는 뭔가 생산성 있는 것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죠. 뭔가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거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해야 하는 것. 뭔가 더 중요한 것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러다가 책을 읽고 음미하면서 일단 그냥 '있기'부터 잘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있기' 위해서는 빙글빙글 도는 루틴이 필요합니다. 당분간은 모든 것이 무너진 듯 느껴지는 지금 여기에서 나를 있게 하기 위한 루틴을 만들어갈 자리를 다시 탐색해 보려 합니다.
☕ 일단 출근은 했습니다
지난 주 뉴스레터에서 예고(?)한 것처럼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호기롭게 도전한 비수면 내시경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다음에도 비수면으로 할지는 좀 고민해 봐야겠어요. 이번에 치과도 가고 내시경도 받으면서 의사들은 정말 대단하다 내지는 좀 다른 차원의 정신성(?)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살아있는 인간의 몸을 가르고 들여다 보고 손댄다는 게 좀 다른 차원의 일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근데 내시경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께서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증상이 없어서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조금 놀랐습니다. 밥 먹고 바로 눕지도 않는 편인데... 그러고 보니 명치쪽이 좀 답답할 때가 간혹 있었는데, 그래서 그랬나 싶기는 했습니다. 진단을 받으면 생활 습관을 곰곰이 되돌아 보게 되더라구요. 탄산수를 많이 마셔서 그랬나, 레몬사탕을 먹어서 그랬나, 커피는 생각보다 많이 안 마셨는데? 등등.
평소보다 몸속을 많이 생각하는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참, 다행히도 부풀어 올랐던 앞니쪽 잇몸은 거의 다 가라앉았습니다. 이렇게 또 10년 정도 버틸 수 있게 되었네요. 소중한 반려 앞니와 함께... 어차피 10여 년 뒤면 임플란트 할 시기가 올 수 있으니 최대한 잘 버텨보려고 합니다. (이왕이면 기술이 발전해서 안 아프게 심을 수 있는 가짜 이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만...)
굵직한 일은 못 했지만 잔잔바리로 일들이 있었습니다. 에이전시로부터 로열티 정산서가 와서 로열티 정산한 일, 전주 책방토닥토닥에서 의뢰한 남부시장 매거진 <제비집> 1호 편집하기, 절판 처리한 <로스트 보이스 가이> 재고 처리하기 등.
다용도실의 계약 관계를 완전히 끝내기도 했네요. 전부터 다용도실에 관련한 글을 좀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조금 거리를 두고 뭔가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아주 작고 작은 빛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 망고 작업실
이번 주 화요일에는 '책잘못' 포스터 전시가 되고 있는 리프린트 아트페어를 보러 인천아트플랫폼에 갈 예정이에요. A3로 뽑은 실물을 아직 못 봐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대체로 이미지 포스터가 많은데, 텍스트 포스터를 관람객들이 어떻게 볼지도 궁금한데, 직접 물어보긴 어렵겠죠...?
토요일에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서울기록원에 갑니다. 서울기록페어가 열리거든요. 다용도실에서 <기록학의 지평> 읽기 모임을 열었던 가희님께서 참가하시기도 하고 예전부터 서울기록원이라는 곳이 궁금했거든요.
저도 사사로운 길거리의 풍경을 기록하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이곳에 가면 꾸준히 기록 활동을 해온 분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뭔가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갑자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기록과 꿰기, 어떻게 보면 책을 만드는 출판을 설명하는 말 같기도 한데요. 저의 지금 상태는... 꿰기를 생각하느라 기록을 못 하고, 기록을 놓치니 꿸 엄두를 못 내는 그런 상태 같아요. 자력으로는 계속 할 힘을 끌어올리기가 힘드니, 외부에서 그 힘을 좀 빌려오고 싶습니다.

https://seoul-archive-fair.vercel.app/
혹시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기록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들러 보세요. 아쉽게도 딱 이틀만 열리더라구요.
✨ 책덕의 요술 주머니
샤베트 미디어라는 독립출판을 둘러싼 현장을 보도하는 인터넷 신문이 창간되었다고 해요. 이곳에서 신간 보도자료 작성기를 공개했더라구요.
https://chatbetemedia.com/press-release/
근데 저는 보도자료 작성기보다도 이런 언론사가 만들어졌다는 게 신기하고 반갑더라구요. 지금 객원기자를 모집하고 있기도 하고 많진 않지만 독립출판 현장을 다양하게 기록하고 나누고자 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어서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님이 새벽감성1집이라는 책방 운영자이자 여행 작가이기도 하더라구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창간사를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읽은 <있기 힘든 사람들>이 저에게는 꽤 큰 울림을 주어서 오랜만에 계속 간직할 책장에 꽂아 보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있기'가 유독 힘들게 느껴질 때가 온다면 한번 읽어 보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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