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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건 앞니뿐만이 아니다

몸의 변화와 마음의 변화. 태어나기. 거듭 태어나기.

2026.10.12 | 조회 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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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가 흔들리는데. 알고 계셨어요?"

치과 의자에 누운 저에게 의사 선생님이 제 앞니를 흔들며 물었습니다. 몰랐습니다. 제 앞니가 흔들리는 것도, 인생이 흔들리는 것도. 

저의 오른쪽 앞니는 사실 가짜입니다. 10여 년 전에 원래 있던 앞니가 충치가 되는 바람에 신경 치료를 하고 뾰족하게 간 다음 가짜 이를 붙여 놓은 거죠. 워낙 진짜 이 같아서 가끔 저도 가짜 이라는 걸 착각하곤 합니다. 

부여북페어에 참가하는 동안 갑자기 이 앞니가 박힌 잇몸이 욱씬욱씬 아프더라구요. 낌새가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치과에 갔습니다. 신경 치료 했던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하더군요. 최악의 상황에는 발치를 할 수도 있다고... 으악, 안 돼! 이를 뽑는 것도 수술을 하는 것도 무섭지만 지금의 가짜 이에 엄청 정이 들어서 저는 최대한 이 반려 앞니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컨디션이 회복되자 잇몸도 가라앉았었거든요. 결국 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약을 먹으며 일주일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혀로 앞니 윗부분을 누르면 잇몸 부은 부분이 엄청나게 말랑말랑하게 느껴집니다. 요즘 유행인 말랑이 저리 가라일 거예요.

몸에 변화가 생기면 참 당혹스럽습니다. 내가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변화하는구나, 아니 항상 변화하고 있는데 이럴 때만 알아채는 구나 싶기도 하고요. 노화를 비롯해서 변화하는 몸에 적응하는 시간을 따로 떼서 조금 여유롭게 보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싫어요.)

마침 다용도실의 다음 세입자가 나타나서 계약도 마무리되어 갑니다. 임차인 구하는 기간이 길어져서 속을 많이 끓였는데, 큰 고민거리가 하나 정리되겠네요. 이번 주에 공간 정리가 마무리되면 앓던 이가 빠진 듯(그렇지만 내 앞니는 뺄 수 없어!) 시원할 것 같습니다.

 

☕ 일단 출근은 했습니다

무려 3일 동안 진행된 부여북페어를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야외에서 북페어를 진행하니 비가 올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어요. 가끔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스티커며책갈피가 날아가긴 했지만 그래도 화창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다 왔습니다. 

부여에 처음 도착한 날은 엄마 차를 20분 동안 몰아보기도 하고, 마지막 날 밤에는 엄마와동네 밤마실을 나갔다가 도토리를 주워오기도 했어요. 짧은 틈새 시간이지만 엄마와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 이번 북페어에서는 캐릭터 그려주기를 해보았는데요. 사람들이 생각보다 이걸 좋아하시더라구요. 특히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 달라는 어머니들이 많아서 신기했어요. 

사실 누군가의 얼굴을 그린다는 게 굉장히 큰 부담이었는데요. (그림을 받아본 손님이 '제가 이렇게 생겼다고요?!"하고 그림을 찢어서 흩뿌리는 상상까지 함.) 너무 과장된 캐리커쳐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유한 생김새를 어느 정도 반영한 캐릭터를 그려드리고 싶었거든요. 아무튼 다행히 현장에서의 반응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휴~

손님이 없어서 혼자 그린 그림이 더 많았다는 것은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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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고 작업실

이번 주에는 몸을 정비하려고 합니다. 네, 미루고 미루던 건강검진을 받으려고요. 병원에 가는 건 왜 이렇게 싫을까요? 어떤 이에겐 복에 겨운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몸을 부위별로 검진하고 뜯어보는 행위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뭔가 삶의 행동 양식을 제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거칠 게 말하자면 되는 대로 살다 죽던 시대가 약간 부럽다고 할까나. 저는 몸을 포함해 모든 걸 통제하고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살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그래도 또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하며 기본적인 검진은 하라고 하니 후딱 해버리려고요. 내시경도 수면 없이 그냥 빨리 끝내는 걸로 신청했어요. 예전에 했을 때 도마 위 생선이 된 기분이었는데... 시간이 흘렀으니 내시경 호스가 좀 얇아지지 않았을까 기대해 보면서... 

아, 운전면허도 갱신해야 합니다. 장롱 면허로 지낸 지 어언 20년인데, 이번에 갱신하면 세상 빛 좀 보게 해줘야 겠죠? 

몸과 마음이 정돈이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뭔가를 사부작사부작 시작할 힘도 샘솟지 않을까 합니다. 

부여에서 찍은 사진
부여에서 찍은 사진

 

✨ 책덕의 요술 주머니

시크릿 도서전에 갔다가 <종이 묵주>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이 책에서 저자는 일기를 일종의 종이 묵주가 아니겠냐고 묻습니다. 마치 종교 행위에 매진하듯 일기에 매진하는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요. 감정을 드러내기보단 묻는 쪽이 편하고 말로 하기보단 글로 쓰는 게 편한 저 같은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느라 바빠 자기 자신은 내팽개치곤 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그렇게 홀로 묵힌 때가 웬만한 세제와 도구로는 벗겨지지 않는 사람에게 무척 공감 가는 글이라 읽으며 시시때때로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마음에 덜커덕 걸리는 문장이 있어요. 

뉴스레터에서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어 옮겨 봅니다. 

 

"우울하다는 판단을 지금 몸에 필요한 것이 제공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판단으로 전환해본다. 논의가 존재와 철학의 장으로 성급히 넘어가기 전에 내게 수면, 햇빛, 유머, 영양분, 지적 긴장,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 감당할 만한 스트레스가 수반되는 과제, 타인과의 대화다운 대화 시간이 주어졌는지 자문한다. 산책길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기 귀찮아 눈으로만 쫓던 강가 오리들을 카메라 화면에 담는다. 추운 날엔 아메리카노보다 달지 않은 라테가 끌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게 사준다." <종이 묵주>(박문영, 2025, 121쪽)

 

항상 일기 쓰는 것이 내 마음에 좋게만 작용한다고 생각했는데, 마흔에 들어선 어느 날인가 일기를 쓰며 내게 일어난 일을 곱씹는 것이 오히려 나를 더 수렁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오더라구요. 

쓰는 것이 겁이 나는 날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쓰고 싶을 땐 써야 겠죠. 지금 내 속에서만 일어나는 소용돌이를 어딘가에 기록해 두지 않고서는 못 참겠다는 충동이 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이해하고 있어요. 


10월에는 왠지 하늘을 보면서 자주 멍을 때리고 싶네요. 아참, 지난 금요일에 나갔던 슈퍼블루 마라톤 10Km 완주 성공했습니다. 1시간 10분 걸렸어요. 다 뛰고 나니 이틀 동안은 슬개골이 파들파들 했지만... 그래도 2026년에 마라톤을 해서 좋았다, 는 일기를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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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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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이에의 프로필 이미지

    카이에

    0
    약 20시간 전

    몸을 돌보는 시간도 꽤 에너지가 들어서 따로 떼야 하더라고요. 부디 느긋한 시간 보내시면서 더 건강해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레터도 감사해요💚

    ㄴ 답글
  • tigress on paper의 프로필 이미지

    tigress on paper

    0
    약 16시간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 여름의 프로필 이미지

    여름

    0
    약 1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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