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체스가 아니라 포커다.

Editor: Alex

안녕하세요 비즈쿠키입니다.

이번주는 Andreessen Horowitz 파트너이자 작가인 Robin Guo가 작성한 <Life is Poker, Not Chess>라는 에세이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삶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포커에 비유한 글인데요. 개인적으로 꽤 재밌게 읽었던 글입니다.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Wallpapers.com

요약

인생에서 정답을 찾는 체스 게임을 멈추세요. 대신 포커 게임을 시작하세요. 불완전한 정보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상황에 맞게 베팅 규모를 조절하며, 수많은 패를 거치는 동안 결과가 아닌 과정을 믿으세요.

<인생은 체스가 아니라 포커다>

4년 전, 저는 맥킨지에서 보장된 승진 기회와 35만 달러짜리 사모펀드 제안을 모두 뿌리치고, 연봉이 3분의 1 수준인 게임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평생을 함께했던 친구와 가족을 뒤로하고 뉴욕에서 LA로 건너갔죠. 올인(all in)한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포커에 매료되어 12살에 부모님과 게임을 시작했는데요. 대학 때는 밤새서 게임을 하고, 게임 이론과 확률에 매료되기도 했죠. 하지만 포커가 우리 삶에 진정으로 가르쳐주는 것이 무엇인지는 벤처 캐피털(VC) 분야에서 일하게 된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체스에서 '올바른' 수는 결과와 상관없이 항상 옳습니다. 하지만 포커에서는 완벽하게 플레이해도 질 수 있고, 반대로 형편없이 둬도 테이블의 모든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죠.

VC 같은 금융 분야에서 포커는 불완전한 정보에 베팅하는 것이라 직접적으로 적용됩니다. 하지만 포커 사고방식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우리 삶에 적용될 때 빛을 발합니다.

체스는 완벽한 정보와 한 명의 상대, 예측 가능한 결과를 전제로 모든 변수가 통제된 환경을 가정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인생은 숨겨진 카드를 든 여러 플레이어가 있고, 규칙은 수시로 변하며, 실력을 완전히 압도하는 운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엎을 수도 있습니다. 삶을 포커의 렌즈로 보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포커 세상에서 체스를 두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옳은' 수가 보상을 가져다주지 않을 때 좌절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1. 확률과 과정

포커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결과가 아닌 확률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시스템은 결정론적이 아닌 확률적이라는 겁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도 분산(variance) 때문에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죠.

포켓 에이스를 들고도 상대의 무작위 카드에 15% 확률로 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옳았던 결정임에도 실패로 보였던 선택에 대해 더는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사고방식을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교 전까지는 기본적으로 체스 게임과 다를 바 없었거든요. 성공으로 가는 길이 꽤나 명확하게 그려져 있었죠.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받고, 명문대에 진학해서, 좋은 직장을 얻는 것. 체크메이트. 그 후에는요?

변화된 사고방식은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를 멈추게 해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에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는데!"처럼 이미 나온 결과만을 보며 아쉬워하는 대신, "어떻게 판단해야 앞으로 위험을 감수할 만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와 같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갖게 되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당시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결정을 내린 과정 자체에 집중하세요. 결과는 그저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입니다.

출처: Medium

2. 테이블 선택

'테이블 선택'은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저평가된 기술일 겁니다. 포커에서 당신이 세계 6위의 실력자라고 해도, 1위부터 5위까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면 결국 당신이 '호구'가 됩니다. 포커에 이런 오래된 격언이 있죠. “테이블에서 누가 '피쉬(fish, 초보자)'인지 모르겠다면, 바로 당신이 피쉬다.”

2017년 수많은 퀀트 전문가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뛰어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들이 갑자기 더 똑똑해지거나 트레이딩 실력이 좋아진 게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소수점 단위의 이익을 놓고 최고의 전문가들과 싸우는 것보다 일반 투자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똑같은 기술을 가지고 다른 테이블에 앉았을 뿐인데, 수익률은 극적으로 좋아진 거죠.

현실에서 테이블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쉬운 테이블을 선택하는 것이 마치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쉬운 테이블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테이블에서 지는 것에 더 높은 사회적 지위가 부여되죠. 수많은 사람이 중소기업에서 스타가 될 수 있는데도, 맥킨지에서 짓눌리며 버티는 이유는 뭘까요? 물론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때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실력을 키우거나, 아니면 자신이 이길 수 있는 다른 게임을 찾아야 합니다.

출처: Freepick

3. 자금력과 베팅 규모

자신이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믿음과 상황에 따라 베팅 규모를 조절해야 합니다. 인생에서 자금은 단순히 통장 잔고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 명성과 경력 자본, 인간관계, 그리고 정신 건강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저의 경우, 금융적 베팅에서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향이 있었고(전형적인 중산층의 '손실 회피' 성향), 인간관계에서도 너무 보수적이었습니다(상처받을까 봐 확실히 관계를 맺지 못하고 위험을 회피함). 제 친구들 중에는 이와 정반대인 사람들도 많죠. 늘 '미친 듯이' 사랑에 빠져있거나, 늘 엉뚱한 사업 아이디어를 좇는 친구들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친구들이 한 명씩 있죠.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참고로, 당신의 위험 감수 능력은 가진 자금에 비례하여 커져야 합니다. 25세에 하는 베팅의 규모는 50세와 같아서는 안 됩니다.

출처: Vecteezy

4. 분산과 시간 프레임

이 지점에서 인생은 포커와 조금 다릅니다. 포커에서 분산은 대칭적입니다. 당신은 팟(pot)에 있는 만큼만 딸 수 있죠. 하지만 인생에서 분산은 비대칭적입니다. 올바른 직장, 올바른 투자, 올바른 관계는 1,000배의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당신이 포커에서보다 인생에서 더 많은 분산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긍정적인 '블랙 스완'에 최대한 노출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그 확률이 현실로 나타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일찍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향성만이라도 말이죠. 방향을 바꾸는 것은 완전히 괜찮고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방향을 틀 때마다 복리 효과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 자신도 아직 1,000배짜리 기회를 찾고 있으며, 언젠가 게임이 '에이스'를 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The pith of performance

5. 리딩과 레인지

포커에서는 상대방이 어떤 카드를 가졌는지 정확히 맞추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상대의 행동을 보고 가능한 '패의 범위'를 추론하고 범위를 좁혀 나갑니다. 인생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사람들은 단일한 데이터 포인트가 아닙니다. 여러 차원을 아우르는 확률 분포와 같습니다. 당신의 동료는 '믿을 만하다' 또는 '믿을 수 없다'로 이분화되지 않습니다. 작은 일에는 90% 신뢰할 수 있지만, 기밀 정보에는 60%, 압박을 받을 때는 30%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범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주 보는 실수는 바로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한 번 실망시키면 영원히 외면하고, 한 번 도와주면 모든 것을 맡겨버리죠. 이는 프리플랍에서 레이즈했다고 상대방이 '포켓 에이스'를 가졌다고 단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협상, 관계, 채용 등 모든 상황에서 당신은 끊임없이 상대의 '범위 추정치(리딩)'를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저런 행동을 한 걸 보면 어떤 패를 가졌을까?"를 고민하는 거죠. 엄청나게 공격적으로 연봉 협상을 하는 저 후보는 자신감 때문일까, 절박함 때문일까? 연락이 끊겼다 갑자기 다시 답장하는 저 투자자는 FOMO(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새로운 정보 때문일까? 정확한 패가 아니라 '범위'를 읽으세요. 완벽한 정보는 결코 가질 수 없지만,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가능성을 좁혀갈 수는 있습니다.

출처: Pinterest

6. 불완전한 정보

모든 패가 보이는 체스와 달리, 포커는 불완전한 정보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합니다. 이는 인생에서 내리는 거의 모든 중요한 결정과 일치합니다. 당신은 직장 제안, 다른 도시로의 이사, 핵심 인재 채용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가질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95%의 정보를 기다리느라 기회를 놓치는 대신, 70%의 정보만으로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겁니다. 왜냐하면 95%의 정보가 모였을 때는 이미 기회가 사라지고 없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은 이미 몸집이 커졌고, 그 사람은 떠났으며, 시장은 모든 정보를 가격에 반영해 버렸죠.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는 결국 모든 패를 폴드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폴드하면 절대 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절대 이길 수도 없죠. 성공하는 사람들은 완벽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런 휴리스틱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70%라고 판단될 만큼의 정보가 모이면, 과감하게 실행하거나 포기한다.' 더 오래 기다리는 것은 위험 관리가 아닌, 그저 불안감 해소일 뿐입니다.

출처: Forbes

7. 블러핑

블러핑의 위협은 실제 블러핑보다 더 강력할 때가 많습니다. 당신이 절대 블러핑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대가 알면, 그들은 당신을 거침없이 밀어붙일 겁니다. 반대로 항상 블러핑한다고 알면, 가벼운 패로도 당신의 블러핑을 잡아내려 할 겁니다. 최적의 전략은 상대가 당신의 블러핑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만 블러핑하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이는 전략적 모호함으로 이어집니다. 때로는 당신의 능력을 증명하기보다 상대가 궁금해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약할 때 강한 척해야 할 때도 있고(실직 상태에서 면접을 볼 때), 강할 때 약한 척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장기적인 관계를 원할 때).

핵심은 무엇을 드러낼지 의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블러핑 능력은 당신의 자산입니다. 작은 판에 낭비하지 마세요. 전략적 모호함이 게임의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아껴두어야 합니다.

출처: Cardplayer Lifestyle

8. 포지션과 타이밍

포커에서 마지막에 행동하는 것은 엄청난 이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나서야 내 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지션이 워낙 강력해서, 전문가들은 좋은 위치에서는 평범한 패로도 플레이하고, 나쁜 위치에서는 좋은 패를 버리기도 합니다.

인생 역시 포지션에 보상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야의 2위 기업은 선두 기업의 실수를 통해 배웁니다. 협상에서 마지막으로 제안하는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의 제안 범위를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선점 효과가 중요하지만, 진짜 이점은 마지막에 움직이는 것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포지션은 단순히 마지막에 행동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언제 행동할지 통제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선두로 나서 게임의 판을 짜고 싶을 때도 있고, 때로는 상황을 지켜보며 다음 수를 결정하고 싶을 때도 있죠. 그 힘은 '선택'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정보를 드러내고, 실수를 하고, 자신의 범위를 보여주게 하세요. 그리고 나서 당신의 수를 두세요.

출처: Linkedin

9. 틸트와 감정 통제

최악의 패배를 경험한 직후에 최고의 결정을 내릴 때도 있습니다. 가진 자금의 50%를 잃었을 때, 해고당했을 때, 관계가 파탄 났을 때도 '과정 중심'의 사고를 유지할 수 있나요? 대부분의 사람은 그러지 못합니다. 그들은 감정에 휩쓸려 충동적인 투자를 하고, 성급하게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며, 눈앞에 닥친 첫 번째 제안을 허겁지겁 받아들입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책을 읽고 저는 하나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틸트(감정 조절 실패)'가 온다고 느껴지면, 게임을 멈춥니다. 영원히가 아니라, 감정적 회복이 아닌 기대 가치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최고의 플레이어는 자신이 'A-게임(최고의 실력)'을 펼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역설적으로 최악의 패배는 최고의 기회를 만들어낼 때가 많습니다. 모두가 '틸트'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과도하게 반응하고, 사람들은 과잉 대응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감정적일 때 당신이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엄청난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목표는 감정이 당신의 결정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게임 테이블에서 물러설 수 있는 자제력을 갖는 것입니다.

출처: Pokerlistings

10. 판을 유리하게 짜기

포커와 달리 인생에서는 판을 유리하게 짤 수 있습니다. 기술 분야라면 실리콘밸리로, 금융 분야라면 뉴욕으로 이사하는 것은 말 그대로 게임을 유리하게 조작하는 행위입니다. 대학에 가는 것은 파트너를 찾을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고, 공개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카드의 위치를 표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인생을 체스가 아닌 포커로 보기 시작하면 한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체스에는 정답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가장 좋은 수가 항상 존재하죠. 하지만 포커는 그렇지 않습니다. 포커는 당신의 자금력, 당신의 포지션, 그리고 테이블에 대한 당신의 판단을 바탕으로 당신의 패를 최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게임입니다.

이는 인생에 보편적인 공략집은 없다는 뜻입니다. 당신에게 최적인 전략이 저에게는 최악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정답'을 찾으려 체스 게임을 하려는 것을 멈추세요. 대신 포커를 시작하세요. 불완전한 정보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상황에 맞게 베팅 규모를 조절하며, 수많은 패를 거치는 동안 과정을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