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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시네마 카이에는 잠시 쉬어갑니다.

영화 노트

집에서 본 영화: <요짐보>

그리고 두 권의 책 추천📚

2025.06.29 | 조회 1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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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카이에

메일함 속 영화관 ‘시네마 카이에’입니다. 극장과 영화에 대한 에세이를 보내드려요. 기다림에 대한 영화, 영화를 향한 기다림을 주로 다룹니다. 협업 및 제안문의 : cahiersbooks@gmail.com

 

최근 몇 주 동안 갑작스레 닥친 무기력에 허우적댔다. 해야하는 몇몇 일을 제외하고는 걱정과 불안에 짓눌려 일어나지 못했다. 이번 토요일에 보려고 예매해두었던 영화도 결국 취소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럴 때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작은 영화관이 있다. 바로 우리 집 거실. 남편이 작업용으로 쓰려고 샀던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거실에 설치해둔 것이다. 생각보다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당근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두었는데, 그러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왓챠 앱에 들어가 ‘보고싶어요’ 라고 찜해두고 보지 않았던 영화의 목록을 훑었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가까스로 제일 밑으로 내려가, 오래 묵혀둔 ‘보고싶어요 한 영화‘ 중 한 편을 골랐다. 

 

첨부 이미지

 

구로사와 아키라, <요짐보> 1961

언제쯤의 내가 <요짐보>를 보고 싶다고 저장해둔 것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 덕분에 어느 토요일 저녁, 2025년의 한국에서 일본 에도 시대 어느 떠돌이 무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요짐보>는 이름도 모호한 어느 떠돌이 사무라이가 ‘요짐보’라는 용병 무사로 마을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영화 초반부, 어떤 대사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아서 ‘저긴 어디지? 저 남자는 어쩌다 여기 온 거지?‘ 궁금하던 순간에 개 한마리가 잘려진 손을 물고 등장한다. 그 장면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었다.

마을은 대립하는 두 일당으로 혼란스럽다. 그 중 세이베이 일당은 산주로를 요즘으로 따지면 용역 깡패 내지는 경호원 정도로 고용한다. 하지만 산주로는 세이베이에게 충성을 다하는 대신,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며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는다. 그는 마을 바깥에 있는 사람으로 남길 선택한다. 그래서 그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쉽게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그는 그저 ‘그’로 존재한다. 대치하며 싸우려는 사람들을 높은 곳에서 관조하며 웃는 산주로에서 그의 캐릭터가 극명히 드러난다. 

 

(이어지는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단연 압권인 부분은 엔딩 시퀀스. 혼자 모래바람 사이에 서 있는 산주로의 포스에 감탄하며 보았다. 상대편을 제압하는데 단 1분도 걸리지 않고 총을 가진 상대 앞에서도 눈하나 깜빡이지 않는 산주로 씨. 이렇게 호쾌하고 간단히, 찝찝함 하나도 없이 ‘간지’나게 호인(好人)이 이겨버리는 영화가 얼마만인지. 더 큰 스크린에서 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가 늘 감탄스러웠던 이유를 <요짐보>를 보며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한 치의 꼼수도 허용하지 않으며 꽉꽉 채워진 미장센과 완벽한 조명, 어딘가 약간 미쳐있는 인물들을 기이하고 서늘하게 포착하는 시선. 요짐보를 연기한 미후네 토시로가 그의 페르소나 듯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도 영화 속 요짐보처럼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 길을 가던 감독이기에 이런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여전히 무척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그의 영화를 볼 때면 늘 경이롭고 압도된다. 더 놀라운 사실은 50년이 지나 현재까지도 그 생명력이 건재하다는 것이다. 영화 속 산주로가 호쾌하게 휘두른 검에 악당들이 맥없이 쓰러졌듯, 무기력함도 날아가버렸으니까.


<요짐보> Yojimbo 用心棒

구로사와 아키라, 1961 / 일본 / 110분 / 15세 관람가

각본: 구로사와 아키라, 키쿠시마 류조

출연: 미후네 토시로, 토우노 에이지로, 나카다이 타츠야

 

언젠가 봐야지, 하고 미뤄두다 영원히 못볼 뻔한 영화를 찾아봤을 때 왠지 모를 뿌듯함과 충만함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왠지 고전 영화, 거장 감독의 영화, 꼭 봐야할 영화 100편 이런 것에 어쩐지 장볍과 거부감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화들의 진가를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요즘은 집에서도 OTT 플랫폼을 통해 과거의 명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오늘 영화 뭐보지?라고 고민이 되신다면 구독자님께 고전 영화 보는 시간을 추천해요!

아래는 구로사와 아키라와 관련된 두 권의 책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과 <복안의 영상 - 나의 구로사와 아키라> 속 <요짐보>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언급된 부분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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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가 말이 필요 없이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를 만들겠다고 찍은 것이 이 작품이다. 당시에 박진감 있는 난투 장면이 화제가 되었는데, 구로사와는 럭비 시합을 보고 선수들의 동작을 참고로 했다고 한다. 또 지금이야 별로 특별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벨 때의 음향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는 마카로니 웨스턴 (이탈리아 서부영화) <황야의 무법자>(1964, 세르지오 레오네)로, 미국에서는 갱 영화 <라스트맨 스탠딩>(1996, 월터 힐)로 리메이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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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사가 끝나자 박수를 쳤다. 나도 모르게 손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쳤다. 극장 안은 입추의 여지가 없는 만원으로, 서서 보던 관객이 앞을 다투어 돌아가는 관객의 자리로 몰려들어 큰 혼잡이 일어났다. (중략) 좀 있다가 일어나 관객을 헤치고 극장을 나와 보니, 창구에서는 표를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아마도 구로사와 작품으로서는 <7인의 사무라이> 이후 오랜만의 대성공이 아닐까.“ 

 

밀린 영화 한 편을 본 덕분에, 사두고 안 읽은 두 권의 책도 오랜만에 펼쳐보았답니다😂

두 책도 정말 재미있어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과 일본 영화에 대한 관심있으시다면 꼭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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