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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시네마 카이에는 잠시 쉬어갑니다.

영화 노트

영화 인풋(Input) 기록

읽고 있는 영화 책, 주말에 본 영화

2025.08.11 | 조회 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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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카이에

메일함 속 영화관 ‘시네마 카이에’입니다. 극장과 영화에 대한 에세이를 보내드려요. 기다림에 대한 영화, 영화를 향한 기다림을 주로 다룹니다. 협업 및 제안문의 : cahiersbooks@gmail.com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인풋이라도 하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인풋 그 자체가 즐겁기도 하다. 그러나 기록하지 않고 흘려보내면 남는 것이 없는 느낌이다. 이번 주는, 최근에 차곡차곡 쌓은 인풋을 기록하는 노트를 쓰기로 했다. 최근 구매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는 영화 책을 합치면 6권. 늘 영화 관련 도서 앞에서는 발걸음이 멈추고 서가를 들여다보게 된다. 이미 집에는 오래 전부터 모아온 영화 책이 책장을 꽉 메우고 있지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언제나 반가우니까.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저 영화를 보기만 하는 것보다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것 (감독, 배우, 현장, 이론과 역사 등등) 에 대한 이야기는 늘 흥미롭고 그 안에 수록된 다양한 영화 목록은 언젠가 볼 수 있으리라는 꿈을 품게 한다. 영화 책이 있는 한, 무한히 넓고 깊은 영화라는 세계를 외롭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영화 책들

구매: 봉준호 되기 / 미장센과 영화스타일 / 일본영화 전통과 전위의 역사

도서관 대출: 극장 앞에서 만나 / 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 / 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 

 

최근에 본 영화

<고스트 독> 짐 자무쉬, 1999 (왓챠플레이에서)

 

(아래 표지 이미지 클릭시, 교보문고 도서 상세 정보로 이동합니다)

 


1. 봉준호 되기: 봉준호를 만든 교과서와 스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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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를 연상시키지만 그 영화와는 상관없는 책. 영화를 좋아하던 청년 봉준호가 지금의 ‘봉준호 감독’이 되기까지, 그에게 영향을 줬던 영화들의 흔적을 면밀히 살피며 그의 작품세계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3분의 1 지점까지 읽다가 ‘아 이건 사야해…’라는 생각이 번뜩 들어 구매까지 해버렸다.

봉준호 감독은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영화광’이다.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고 영화에 푹 빠진 이들이 모두 봉준호 감독처럼 되진 않는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늘 궁금했다. 어쩌면 영화를 즐기고 사랑하는 것과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은 아예 다른 능력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보니 ‘봉준호’라는, 이제는 이름이 대명사처럼 불리는 그를 연구해보는 작업은 일종의 영화사를 연구하는 것과 다름이 아닐지 모른다. 책의 후반부에는 봉준호 감독이 꼽은 영원한 ‘베스트 10’ 영화에 대한 소개도 수록되어있다. 

본문 중에서
본문 중에서

 

2. 미장센과 영화 스타일: 고전기 할리우드에서 뉴 미디어 아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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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되기>를 사러 서점에 가면서 고른 책. 사실 고백하자면, 영화까지 전공해놓고선 아직도 ‘미장센’. ‘스타일’ 이런 이론에는 약하고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요즘 영화 평론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느낀 건 그동안 내가 너무 스토리, 연기 중심으로 영화를 보지 않았나 하는 거였다. 어떻게 장면에 대한 분석을 잘 할 수 있을까, 영화 속 이미지들을 어떻게 의미로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던 중 신간으로 나온 이 책을 발견했다. 

전통적인 영화 속 미장센과 스타일 뿐 아니라 ‘어디까지가 영화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 현 시대에 맞게, 미디어 아트, TV 드라마 및 리얼리티 쇼에 이르는 매체까지 다룬다고 하니 더욱 사서 읽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 서문 속 문장 한 줄을 읽고 구매를 결심했다.

“진정한 영화 비평은, 바로 이러한 ‘열려 있고, 반자율적인 관계’를 인식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관계가 어떤 미학적, 형식적, 해석학적 의미를 지니는지를 추적하는 데서 비롯된다.” 

포함된 예시와 영화 속 장면들을 찾아보고 읽는데에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이 영화를 교재 삼아 찬찬히 영화를 뜯어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을 듯하다!

 

 

3. 일본영화, 전통과 전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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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본영화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지만 소마이 신지 감독의 <이사>를 본 이후로 일본 영화사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 책을 예전부터 찜해두긴 했다. 아직 집에 사 놓은 다른 일본영화사 관련 책도 다 읽지 못해서 대략적으로 좀 더 알고나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절판이 되면 아쉬울 것 같아 판매 중일때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프라인 서점에는 재고가 없어 가장 빨리 배송이 되는 알라딘에서 주문을 했다. 하루도 걸리지 않아 당일에 바로 책이 도착했다. 택배 기사님에게는 조금 죄송했지만.. 

이 책의 강점은 일본인 스스로 돌아보는 일본영화사라는 점이다. 일본인으로서 느끼는 일본 영화의 특징, 문제점 등이 상세히 그리고 충실하게 기록되어있다. 책 표지에 드러나있는 문장을 읽자마자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100년 후에, 사람들은 어떠한 일본영화를 보게 될 것인가? 
아마도 작품의 그 반 이상은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다. 미래의 사람들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구로사와 아키라의 <살다>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를 보고 향수에 젖을 것이며, 그리고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작품들을 보며 논문을 써 내려갈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이 지금 19세기에 쓰여진 『보바리 부인』이라는 소설을 읽기도 하고, 『춘희』라는 오페라를 보며 황홀한 기분을 맛보는 것과 거의 같은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오페라의 경우와 비슷할 것이다. 새로운 영화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지는 않겠지만, 과거에 만든 훌륭한 영화들은 클래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4. 극장 앞에서 만나: 교차와 연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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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납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열심히 읽고 있다. 마음은 급한데 다루고 있는 영화에 대한 생각과 문장이 깊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신승은 작가가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에 연재한 칼럼을 묶은 책이다. 아직 보지 못한 국내 독립영화, 단편영화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런 영화 에세이를 쓸 수 있다면 좋을텐데… 잘 쓴 글을 보면 기분이 좋다가도 울적해진다.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그 나름의 아우라를 지닌다. 그 아우라에는 그 영화관이 영화를 어떻게 대하고 바라보는지가 고스란히 담긴다.” - ‘안녕, 영화관’ <안녕, 용문객잔> 중.

 

5. 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 영화가 인생을 삼켜버린 한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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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언젠가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도서관에 있어 냉큼 집어온 책. 이 책도 제목에 ‘극장’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있다. 아무래도 극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세이를 쓰고 있어서 이런 책에 더 관심이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책을 쓴 한상훈 씨는 제목 그대로 ‘영화가 인생을 삼켜버린’ 사람이다. 서문에 그가 왜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어쩌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솔직한 고백이 등장한다. 그 고백에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읽고 공감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책을 읽다보면, ‘상훈이 형’처럼 끝까지 무언가를 사랑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6. 당신의 독자적인 슬픔을 존중해: 문학하는 마음으로 영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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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반밖에 읽지 못했지만 희망도서로 신청하길 잘했다. 이 좋은 책이 그동안 도서관에 없었다니… 다른 도서관 이용자들도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문학평론가 허희님이 쓴 영화 산문집. 문학을 평론하는 분이 쓴 영화 평론은 더 넓은 시야로 영화를 ‘읽게

해주는 것 같다. 영화도 하나의 ‘텍스트’라는 점에서 텍스트 적으로 접근해서 읽고, 그렇게 해서 나온 글은 또 다른 문학처럼 읽힌다. 418페이지인 만큼 수록된 영화들도 다양해서 아마 책을 다 읽고 나면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도 늘어나지 않을까. 

 

 


<고스트 독> 짐 자무쉬. 1999

 

<고스트 독> 트레일러

주말 저녁, 문득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가끔 이유도 없이 불쑥 생각나는 감독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짐 자무쉬다. 필모그래피 중 아직 보지 않은 영화가 뭐가 있나 훑어보았다. 그 중 ‘이런 영화도 있었나?’ 싶은 게 하나 있었다. 바로 1999년 작품, <고스트 독>이었다. 다행히도 구독 중인 왓챠에서 감상이 가능했다. 

왓챠플레이 소개 줄거리:

귀신처럼 해치우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킬러, 고스트 독.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보스 루이에게 충성을 다하던 그는 루이의 딸과 눈이 맞은 프랭크를 처단하라는 임무를 맡는다.

 

위의 줄거리만 읽으면 흥미진진한 느와르가 펼쳐질 것만 같다. 짐 자무쉬가 이런 영화도 연출했었나… 싶은 의문과 함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화가 시작하고 몇 분 뒤, 안심했다. 짐 자무쉬는 쉽사리 자신의 색깔을 벗어던지는 감독이 아니었다.

짐 자무쉬 영화 속 킬러는 옥탑방 같은 곳에 외로이 살며 사무라이를 동경하는, 비둘기를 이용해 전보를 전달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주연인 ‘고스트 독’은 미드나 영화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펼쳤던 포레스트 휘태거가 맡았다. 비둘기와 동물, 사무라이 정신, 체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내향인 킬러라니.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취향이 뚜렷하고 독특해서 사랑스럽다. 모든 인물들은 무표정하다. 영화의 OST 장르는 힙합인데, 묘한 어울림을 자아낸다. 

책을 읽고 있는 고스트 답게, 『하가쿠레』, 『라쇼몽』, 『프랑켄슈타인』 책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내레이션으로 흐르는 고스트 독의 대사들은 책의 구절처럼 화면 속을 가득 메운다. (그가 인용한 문장의 출처는 사무라이의 철학서인 하가쿠레라고 한다) 마치 영화가 편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같았다.

반면 그에게 범죄를 의뢰하고 고스트 독을 없애버리려는 백인 남성 집단은 티비로 애니메이션만 보며 다소 멍청하고 단순한 집단으로 묘사된다. 장르적 쾌감보다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흑인과 아이, 이방인, 동물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다른 작품들 에비해서 엄청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매력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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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레딧 마지막, Personal Thanks (개인적으로 감사한 분들) 영화 속에 등장한 책의 저자와 오마주한 영화의 감독 이름 (스즈키 세이준, 장피에르 멜빌, 구로사와 아키라)이 등장한다.

스윗한 자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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