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초록님들.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꽤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추석 전날 시댁에 가는 데 3시간 정도 걸렸고요(보통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외곽순환도로가 엄청 막히더라고요.) 첫째가 저녁부터 열이 38도가 넘었어요. 다행히 해열제를 몇 개 가져 가긴 했는데 아무래도 독감 같더라고요. 올 해 독감이 일찍부터 유행하고 있잖아요. 추석날 본가에 잠깐 들렸다가 집에 내려오는데 또 3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다행히 토요일에 문 여는 소아과가 있어서 검사 했더니 첫째도, 둘째도 독감이었어요.
원주에 온 뒤로 자주 하는 생각이 있어요. 수도권이라는 커다란 원이 있고, 이 원 밖에 산다는 건 뭔 지. 20년 넘게 서울에 살았지만 한 번도 내 도시 같지 않았어요. 작은 반 지하집 하나 유지하기도 힘들고, 어디에도 내 집은 없는 것 같았거든요. 서울을 떠나고서야 얼마나 서울 사람이었는지 깨달았어요.
보고 싶은 영화를 보려면(영화관이 적다보니 작은 영화는 보기 힘들어요)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야하고, 보고 싶은 전시, 공연도 대부분 서울에서 열려요. (저희 둘째는 포켓몬고를 하러 서울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가야 사람이 많다고요) 출판사도, 친구도, 가족도 다 수도권에 살고요. 한 시간이면 서울역에 간다 해도 동네에서 기차역에 가는 시간,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 서울 안에서 움직이는 시간. 집에 돌아올 때도 똑같이 반복. 서울에 다녀오려면 꼬박 하루를 써야 해요. (경기도 외곽에 사는 분들도 비슷하시겠죠.)
여기도 꽤 큰 도시라 편의시설이 많지만 살다보면 불편한 점이 많아요. 서울에 살 때는 공기처럼 누렸던 일상이 여기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해요. 서울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지만 여기는 차가 없으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요. 저처럼 운전을 못 하는 뚜벅이는 불편하죠.
명절 귀성길도, 교통도, 문화생활의 거리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거에요. 불편한 게 꼭 나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돼요. 대학 때 영월에서 온 친구를 다 같이 놀리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부끄러운지... 어디 그뿐이겠어요. 너무 많은 걸 서울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매번 몸으로 겪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나았고, 저도 며칠 전에 독감예방주사를 맞았어요. 비가 내린 뒤로 갑자기 날이 쌀쌀하네요. 초록님들도 건강 잘 챙기시고 독감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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