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좋은 화요일 저녁입니다~
전, 아직 화창한 오전입니다. 지난 주 제가 사는 곳에는 태풍이 3 번이나 왔습니다. 제가 타고 오던 기차에 커다란 나무들이 몇 번이나 바람에 쓰러져 부딪히는 바람에 불 꺼진 기차 속에서 몇 시간을 갖혀 있었답니다. 아마도 제 인생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모험 에피소드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역시 하루하루 'Improvisation'으로 가득합니다. 항상 같은 결론이지만, 역시 어떤 구간에서든 얼마나 Swing 스윙 하느냐가 문제지요.
저는 안전히 집으로 돌아왔고, 포근한 이불을 끌어 안고 잠들 수 있었습니다. 역시 그 만한 행복이 또 없더군요!
그럼, 오늘의 재즈레터를 보냅니다 😁
사실 요즘 재즈는 수많은 시도를 거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을 말하고 있지만, 재즈의 뿌리를 떠올리면 단연 흑인들의 애환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요. (아마도 우리가 아리랑을 부르면 으레 떠오르는 그런 류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흑인 연주자들은 자신들의 ‘한’을 음악에 녹여 냈죠. 차별의 시대 속 지친 연주자들이 모여 서로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자유롭게 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터질듯 강렬한 비밥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조금은 듣기가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전설의 레전드들’ 이 마음을 모아 서로만 소통할 수 있는 언어로 휘황하게 떠드는 셈이니, 저같은 일반인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리 만무합니다. 하하. 좀 너무한가요?
마일스 데이비스는 비밥의 시대 이후 쿨재즈가 서서히 등장하던 시대에 새로이 거대한 발자국을 쿡,쿡, 찍은 사람입니다. 🐾🐾그는 서정적인 선율로 부드럽게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던 쿨재즈를 포함해 당시 흑인연주자들의 자존심이었던 비밥의 정신을 계승한 하드밥의 대표주자 였지요.
그의 앨범명 Birth of the Cool 때문에 그가 쿨재즈를 창시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모든 것이 그렇듯 무자르듯 하나로만 단정할 순 없습니다.
(아 사실, 이런식으로 따분한 역사를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왜냐면 저 역시 음악을 들을 때 이런걸 생각하며 듣진 않으니까요. 아 대체! 누가 이런 걸 생각합니까? 그냥 딱 꽂히면 듣는거죠! 물론 제가 늘 말하는 '인내'는 이런 걸 외우는 데 시간을 들이라는 게 결코 아닙니다. 차라리 이 단락을 지워버려야 겠습니다만, 조금이나마 감상에 도움이 되실까봐 넣어둡니다. 재즈는 당시로 하면 요즘 k-pop 처럼 굉장히 유행에도 민감하고 또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르였답니다. 우리가 가요를 들을 때 이런 사조 저런 사조 생각하면서 듣지 않듯, 재즈도 그렇게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으니까 듣는 거지 다른 게 뭐 필요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불타는 학구열은 접어두죠. 😏)
요는, 재즈 신에서 이토록 대단한 마일스 데이비스 역시 당시의 사회 속 차별을 감수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에서 재즈는 흑인들이 잡고 있는 장르였지만, 사회적으로는 모두 아시듯 그렇지 않았지요. 요즘도 여전히 곳곳에서 이런 불공평함을 없애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가 당시를 살아보진 못했지만 정말 오죽했을까 싶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재즈는 아이러니하게도 정통 백인들의 사회인 유럽에서 상당히 커다란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요즘 재즈는 유럽이 이끌어 간다고 할 수 있는데, 실험적이고도 전통을 계승하는 다양한 재즈 연주자들이 사실 유럽에 거의 포진해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 음악학교에는 여전히 재즈 과에 학생이 많습니다. 재즈과가 있는 도시에 가면, 자유롭게 잼 Jam 을 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는데, 그런 곳에 살면 참 좋지요.)
마일스 데이비스가 활동하던 당시, 프랑스는 미국 뉴올리언즈 재즈를 받아들이며 '재즈 사랑'이 대단하던 나라였습니다. 당연히 미국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러 오면, 극진히 대접을 했죠. 프랑스 여행을 가시면 확실히 유럽 다른 나라들보다 흑인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걸 쉽게 알아챌 수 있으실 겁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미국에 비해 흑인들을 융숭히 대접하는 프랑스에서 지내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거기서 애인을 사귀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마일스 데이비스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정확한 내막이야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한다는 것이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언어, 전혀 다른 문화, 그런 곳에서 다시, 또, 마음을 터 놓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음악이라는 (우리가 보기에, 비교적) 자유로운 분야에 몸을 담은 그에게도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외국 생활 중이라 그런지 전 마일스 데이비스가 결정한 미국행이 조금 서글퍼졌습니다. 그가 프랑스에 정착했다면 뭐 또 새로운 재즈 형태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만, 잘못하면 정신적 고통으로 아예 재즈를 관뒀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사실 유학이나 이민이 사람의 어떤 마음을 후벼 파는 데 가 있거든요. 네. 부정적인 쪽을 말하는 겁니다. 태어난 곳을 떠난 아주 많은 분들이 자신의 마음속 가장 약하디 약한 섬세한 부분을 침범해 후벼파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재산, 시간, 학업의 진척상태, 성공의 여부를 모두 떠나 이건 만인 공통이었습니다. 외국에서 제가 만난 분들은 모두 그랬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어떤 말 할 수 없는 불안과 슬픔… 그런걸 말하는겁니다. 말하다 보니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군요.)
떠나는 것이 주는 낭만은 확실히 있습니다. 느껴보지 못했던 것을 일상으로 접하면서 커지는 생각과 경험, 무엇보다 나와 아주아주아주 다른 사람들이 또 아주아주아주 똑같이 닮았다는 걸 알아가면서 인생에 관한 이해의 폭이 넓어 지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둘 다 어딘지 모를 촉촉한 눈을 가지게 된다는 거죠. 낭만적으로 들립니다만, 조니 뎁이 나오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책, '초콜릿' 속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부러워 하지 말아요, 어디를 가든 다 똑같이 느껴질 뿐이에요.”
영화이자 책 소개를 잠깐 하겠습니다. 주인공 그녀는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을 따라 수많은 여행을 한 여자죠. 집시처럼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으로 보수적인 작은 프랑스 마을에 정착하게 된 그녀는 달콤한 이국의 열매 카카오를 직접 가져와 달콤한 초콜릿 가게를 엽니다. 금욕적이고 보수적인 카톨릭 마을에서 이 '달콤함'은 유혹으로 상징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경계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비롯해 몇몇의 사람들은 달콤한 초콜릿과 누구에게도 편견을 갖지 않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죠. 한 사람이 그녀에게 여러가지 세상을 본 그녀에게 부럽다는 말을 건네자 그녀가 한 대답이 바로 저 대사입니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어디를 가든 외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똑같아요."
이야기는 마을 사람들과 외지인인 그녀의 갈등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결국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는 새로운 것에 대한 적대와 그것을 넘어서는 호기심과 함께 연결되는 따뜻함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 한 대사는 제게 한없이 많은 생채기를 남겼지요. 뭐 어쩌면 이제는 상처부위가 좀 단단해 졌습니다만. (모두 자기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
오늘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It never entered my mind.' 을 들으며 여러 생각을 해 봅니다.
- 추천음악 1 : '한 번도 내 마음에 들어온 적 없어.'
마음을 후벼파는 제목이군요. 조용하고 풍부하게 퍼져나가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 소리에서 여러가지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아무리 살아가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참 씁쓸해지지만, 어쨌든 그럴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낯섬의 이유를 어떻게 한 쪽에서 설득하겠습니까. 또 저 역시 아무리 받아들였다고 여겨도 그렇지 못한 것이 있을 겁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용감하게 살아가는 거죠.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인생의 끝을 결정하지는 않으니까요.
- 추천음악 2 : Tutu 투투! 오래된 고향에 대한 그의 얘기.
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그렇듯 그들 마음 한 구석에는 고향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미국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지만,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확실한 선포는 재즈 신에 늘 있어 왔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역시 그런 앨범을 냈는데 Tutu 는 제목부터 확실히 느껴집니다. 느릿느릿 여유로우면서도 묵직한 리듬이 매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들을 때마다 "춤을 잘 췄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합니다. 😐 '이 몸뚱이 내 맘대로 움직여 줄래?' 😁
오늘도 함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우리 다음 레터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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