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숴의 재즈레터 #1 | 나는 BGM을 거부한다.

구독자 님, 재즈를 들으면 어지러움과 정신산란함을 느꼈다고요?

2021.12.07 | 조회 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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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를이로부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재미있는 음악레터, 그리고 요즘 여행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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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브금도 좋지만, 다른 것을 하지 못하게 할 만큼 좋은 음악이 있다면?

여기 여전히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음악이 있다. 

재즈는 소리에 집중해야 들을 수 있다. 훨씬 재밌다. 연주자의 리듬에 안되는 몸으로나마 리듬을 튕겨야 빠져들 수 있다. 좀 'seltsam 젤트잠' ('이상한, 드문' 이라는 독일어 - 글속에 독일어가 종종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처럼 보이더라도 딱 한번만 그렇게 들어보자.

혼자 책상에 앉아 눈을 감고 앨범 하나를 고른 다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몰입하는 것이다. 물론 몰입이 안되는 음반도 있으니 –이건 취향에 따라- 몰입이 안되는 음반은 가차없이 넘겨버려야 한다. 음악은 취향의 문제이므로 누가 어떤 음반을 듣건 그건 오롯이 자신의 취향이지 틀린 게 아니다. 이번 해의 베스트 음반이 내겐 아무 감흥을 주지 않거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주자의 테크닉이 싫을 수도 있다. 그런 것에 마음을 빼앗겨버리기엔 내 마음 조각들이 아깝다

첫 곡이 마음에 드는가? 그럼 집중해보자. 이 연주자가 우리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는 지 찬찬히 기다려 보잔 말이다. 혼자사는 게 아니라면 가족들도 잊어버리자.

"나는 미친게 아니에요. 그저 음악을 듣는 거라구요. 환각도 아니고,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에요. 약은 더더욱 아니고. 방금 전에 커피 한 잔 가득 따라 마셨다구요."

성게를 이로부숴가 재즈를 들을 때
재즈 바
재즈 바

음악을 듣는 순간도 최선을 다하라. 재즈 음반이란 그렇게 하기에 최적의 프로덕트다. 왜냐면 어떤 그림에도 취할 수도 있지만, 그건 사유와 침잠으로 깊이 스스로 작용해야 가능하다. 시각적인 자극에 의해 시작되는 사유는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하는 것에 비해, 음악은 간단하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찾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도, 혼자 문제집을 탐독하는 것과 인강을 들어본 차이를 실감해 봤다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해부학적으로도 시각과 청각의 자극은 뇌에서도 전혀 다르게 작용한다.) 

음악만큼 쉽고 간편하게 남의 도움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게 없다. 재즈는 특히 그렇다. 연주자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고 나는 그저 자유에 심취하면 된다. 아름다운 음반 한 장은 우리에게 약 한 시간의 무한한 자유를 주는 거다. 그 자유를 느끼려면 당연히 모든 것을 그만하고 거기에만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서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그게 가능해? 난 절대 안되던데

재즈가 어렵다고? 음악적 이론에 기초한 평론가가 아닌 이상 그런데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듣고 싶다면 (제대로) 들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하지만 재즈는 백그라운드 뮤직이 아니다. 내가 만나본 모든 재즈 연주자들은 자신이 Background로 남아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들은 무대를 장악하고, 관객들의 리듬에 반응한다. 클라이막스에 터져나오는 순간의 그것! 그 필에 충직하다. 연주자가 당신을 믿을 수 있을 만큼 믿음직스럽게 재즈에 집중해 보라. 그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재즈는 더 이상 어려운 음악이 아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재즈를 들으면서 알 수 없는 어지러움과 정신산란함을 느꼈다고? 집중해서 들어보면 반드시 그런 것들이 사라질 거다. 그리고 그 때부턴 하나의 음반을, 하나의 곡을 들을 때마다 썰물처럼 그득 밀려오는 충분한 해소의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스트레스를 날리는 수단이 하나 더 생긴 거지. 유후-

*주의 : 함께 중독되는 것들 예, , 담배, 되도록이면 커피도,,, ( 아 커피는 너무 힘들지만.) 음식도. (식사하면서 재즈를 듣는 건 정말 비추천입니다. 체할거에요.) 그러니까 재즈 음반 말고는 아무것도 같이 하지 마세요. 그런 건 자제력이 대단한 고수들에게나 허락됩니다. 순수하게 재즈 음반. 그거 하나로 시작해 보세요. (,,, 이상한 사람같지만 그치만...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각 외에 다른 자극은 사용하지 말아보죠. 어때요?

 

  • 추천음악 1. 가볍게 시작하는 '재린이'들의 재즈생활을 위하여-
한국재즈수비대 (Korea Jazz Guardians) - All That Blues (Feat. 박재준 Park Jae Jun)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그 뒤를 바로 이어 싱숭생숭한 연말도 다가오겠죠. 요즘같은 시즌에 듣기 좋은 따뜻한 사운드 입니다. 보드랍고 쫄깃한 보컬에 마음이 포근하게 녹았습니다. 대부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것 같은 곡으로 재즈를 접하는 재린이(재즈초심자) 분들에게 강력추천합니다. 부드럽고 친절하게 재즈 느낌이 잘 묻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재즈란 요런 쫄깃한 느낌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 추천음악 2. 길고 긴 인생길을 함께해 주는 뮤지션의 음악-
Beegie Adair Trio - Aurumn Leaves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풍성해 지는 건 비단 우리의 인생이야기 뿐만 아니라, 재즈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자들의 진솔한 표정과 사운드가 들려주는 뭉클한 사운드는 들을 때마다 따뜻한 용기를 줍니다. 성게를이로부숴는 마음이 좀 속상할때면 이 연주를 듣습니다. 어딘가에서부터 담백한 위로가 차오릅니다. 들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이 보석같은 연주들, 앞으로도 많이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다음 레터로 만나요.

우리 같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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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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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most 3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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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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