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작은 식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테이블은 여섯 개. 사장님 혼자 주방과 홀을 오가는 곳이었어요. 몇 년째 다니는 손님들은 들어서면 주문을 하지 않아도 늘 먹던 메뉴가 나왔고, 사장님은 "오늘은 좀 늦었네요" 하고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그 식당이 어느 날 방송을 탔습니다.
다음 날부터 가게 앞에 줄이 생겼습니다. 사장님은 직원을 두 명 더 뽑았고, 테이블도 늘렸습니다. 매출은 몇 배로 뛰었어요. 누가 봐도 잘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자, 오래 다니던 손님 몇 명이 조용히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가게는 더 잘되는데, 왜 가장 오래 함께한 손님들이 떠났을까요?
지난 글의 질문과 같은 질문
이 질문은 지난 글 끝에 남긴 질문과 똑같습니다.
무명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아이돌이 너무 커져서, 이제는 만날 수도 연락하기도 어려워졌다면, 그 팬은 어떻게 될까. 식당과 아이돌은 전혀 다른 이야기 같지만, 일어난 일은 같습니다.
서로 알던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사람은 한 번에 한 자리에 있다
4편에서 찐단골은 팬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했습니다. 서로의 사정을 알고, 서로 셈을 하지 않는 사이요.
그런데 동반자라는 자리는 고정된 게 아닙니다. 사람은 한 번에 한 자리에만 있지만, 상황이 바뀌면 다른 자리로 옮겨 갑니다.
자리를 옮기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거리입니다.

가까우면 서로를 알 수 있습니다. 받은 걸 바로 갚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가까운 관계에서는 신뢰자나 동반자가 생깁니다. 멀면 한쪽만 알게 됩니다. 받은 걸 직접 갚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먼 관계에서는 지지자나 추종자가 생깁니다.
거리가 바뀌면, 같은 사람이 다른 자리로 옮겨 갑니다.
유명해진 식당에서 일어난 일
식당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방송 전에는 사장님이 손님 한 명 한 명을 알았습니다. 누가 매운 걸 못 먹는지, 누가 요즘 회사 일로 바쁜지. 손님도 사장님을 알았고요. 서로 아는 사이였습니다.
방송 후에는 사장님이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하루에 수백 명이 오는데 한 명 한 명을 기억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래 다니던 손님이 들어와도 사장님은 주방에서 정신이 없고, 주문은 처음 보는 직원이 받습니다. 줄도 똑같이 서야 합니다.

손님은 여전히 사장님을 압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더 이상 그 손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서로 알던 사이가, 한쪽만 아는 사이로 바뀐 겁니다.
동반자라는 자리는 서로 알아야 유지됩니다. 한쪽만 알게 되는 순간, 그 손님은 동반자 자리에서 밀려납니다.
깊이는 따라간다
그럼 그 손님은 어디로 갈까요. 여기서 하나 더 알아야 할 게 있습니다.
자리를 옮겨도 그동안 쌓인 깊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디로 옮겨 가는지는 무엇으로 깊어졌는지가 정합니다.
그 식당 덕분에 삶이 달라진 적이 없는 손님이라면, 맛있어서 가끔 가는 지지자 정도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이제는 줄을 서야 하고,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다 집 근처에 비슷한 집이 생기면 그쪽으로 옮겨 갑니다. 조용히 보이지 않게 된 손님들은 대부분 이 사람들입니다.
아이돌 팬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아이돌을 보고 음악을 시작했거나, 그 노래 덕분에 힘든 시기를 버텼다면, 그 팬은 추종자로 남습니다. 서로 아는 사이는 끝났어도, 그 사람이 자기 이야기의 일부라는 사실은 거리가 멀어져도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인생이 바뀐 경험은 멀어져도 남습니다. 서로 친하게 지낸 기억은 멀어지면 흐려집니다. 그래서 같은 동반자였어도, 멀어진 뒤 도착하는 자리가 다릅니다.

사람이 자리를 옮기는 다른 장면들
이런 이동은 가게에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유튜브에서 한 컨설턴트의 영상을 오래 본 시청자가 있습니다. 받은 게 많아서 갚고 싶은 마음이 쌓인 지지자예요. 이 사람이 1:1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 받은 만큼 바로 비용을 냅니다. 주고받음이 맞아떨어지니 신뢰자로 옮겨 갑니다.

다니던 병원 의사의 조언을 믿고 따랐더니 20년 피운 담배를 끊었다고 해 보죠. 갚으려고 따른 게 아니라 믿어서 따랐는데, 그 조언이 인생을 바꿨습니다. 의사는 이 환자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환자에게 그 의사는 자기 이야기의 일부가 됐습니다. 신뢰자에서 바로 추종자로 건너간 겁니다.

가까워진다고 다 깊어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거리를 좁히면 누구나 동반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동반자가 되려면 상대도 나를 알아야 합니다. 한 사람만 다가가고 상대는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관계는 여전히 한쪽뿐입니다. 추종자가 1:1 상담을 받았는데 상대가 그 사람을 고객 중 한 명으로만 대한다면, 그 사람은 계속 추종자로 남습니다.

오히려 멀어질 때도 있습니다. 받은 게 아주 많아서 갚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 막상 그 사람 앞에 서면, 고마움이 부담으로 바뀝니다. 좋아하던 사람을 직접 만났을 때 오히려 피하게 되는 경우가 이렇습니다. 상대가 먼저 반갑게 알아봐 주지 않으면, 가까워진 거리가 관계를 더 멀게 만들기도 합니다.
찐단골은 사라진 게 아니라 옮겨 갔다
이제 제목의 답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가게가 유명해지면 거리가 멀어집니다. 사장님이 손님 한 명 한 명을 기억할 수 없게 되니까요. 거리가 멀어지면 서로 알던 사이가 한쪽만 아는 사이로 바뀌고, 동반자였던 찐단골은 다른 자리로 옮겨 갑니다. 인생이 바뀐 적 없는 대부분은 지지자로 내려갔다가, 더 가까운 다른 가게로 떠납니다.

찐단골이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자리를 옮겨 간 겁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채웁니다. 방송을 보고 찾아온 손님, 맛있어서 다시 오는 손님, 가게를 소개하고 다니는 손님. 가게가 커지면서 동반자 대신 지지자가 늘어난 겁니다.
어느 쪽을 고를 것인가
그래서 이건 잘잘못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거리를 넓히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신 동반자는 줄어듭니다. 거리를 좁히면 더 깊은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에 한계가 생깁니다.
커지면서도 거리를 일부러 지킬 수는 있습니다. 오래 다닌 손님을 위한 자리를 따로 두거나, 사장님이 하루에 몇 명이라도 직접 인사를 건네거나, 크리에이터라면 일부 구독자와는 모임이나 직접 쓰는 답장으로 계속 서로 아는 사이로 남는 겁니다. 다만 이 일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커질수록 의식해서 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지금 내 사업이 어떤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자리의 사람들을 만들고 있는지 아는 겁니다.
그럼 지금 내 사업은 누구를 만들고 있을까
마지막 질문이 남았습니다.
내 사업은 지금 지지자와 추종자를 만들고 있을까요, 아니면 신뢰자와 동반자를 만들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건 내가 원하는 쪽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지금 내 사업이 누구를 만들고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 내 진짜 팬은 몇 명일까? 6일 무료 뉴스레터 (정체성 체크리스트 2종 + 팬덤 만드는 전 과정)
같은 사람도 거리가 바뀌면 다른 자리로 옮겨 간다고 했습니다. 그럼 지금 내 곁의 사람들은 어떤 자리에 서 있을까요?
그 질문에서 시작해, 부채감과 일체감으로 팬이 생기는 원리와 만드는 방법까지 6일 동안 메일로 하나씩 보내 드립니다.
0일차 · 채널 정체성 찾기 워크북 + 개인·채널 정체성을 찾는 방법 (체크리스트 2종)
1일차 · 팬이 몇 명입니까
2일차 · 팬은 어떻게 생깁니까
3일차 · 팬덤의 3가지 형태
4일차 · 각 팬덤은 무엇을 구매하나요
5일차 · 그래서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비용은 없고,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 구독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 무료로 받아 보기 https://maily.so/desireanalyst/form?group_id=gd5ryk10z1w&src=workbook&nickname=off
아래 이미지에서 실제로 받게 될 메일과 체크리스트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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