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끝에서 단골 두 명 이야기를 했습니다.
둘 다 같은 국밥집에 오래 다녔습니다. 그런데 길 건너에 더 싼 집이 생기자 한 사람은 바로 옮겼고, 다른 한 사람은 끝까지 남았습니다. 똑같이 '단골'이었는데요.

지지자와 추종자만으로는 이 차이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떠난 단골이 갚을 게 남은 지지자였다면 그렇게 쉽게 옮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 집 때문에 인생이 바뀐 추종자도 아니었고요.
저는 지지자와 추종자를 정리하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통째로 놓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
지지자가 어떻게 생기는지 다시 떠올려 보겠습니다.
받은 게 기대보다 크면 갚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데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고 도움을 받았다면, 그 사람에게 직접 갚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밥을 살 수도 없고, 선물을 건넬 수도 없죠. 그래서 갚고 싶은 마음이 마음속에 남습니다. 남은 마음이 쌓여서 지지자가 됩니다.
그런데 동네 국밥집은 다릅니다.

국밥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돈을 냅니다. 사장님이 반찬을 하나 더 주면, 다음에 친구를 데려가거나 "오늘도 맛있네요" 하고 인사를 건넵니다. 받은 걸 바로바로 갚을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음속에 남는 게 없습니다. 주고받은 게 늘 맞아떨어집니다.
이렇게 바로바로 갚으면서 관계가 이어지면, 그 사람은 지지자가 아니라 다른 자리에 섭니다. 저는 이 사람을 신뢰자라고 부릅니다.
신뢰자: 주고받음이 맞아서 믿는 사람
신뢰자는 주고받음이 맞아떨어지는 경험이 쌓여서 생깁니다. 낸 만큼 받았고, 다음에도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다시 옵니다.
신뢰자에게는 친숙함이 있습니다. 가는 길이 익숙하고,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결과가 어떨지 압니다. 하지만 친밀감은 없습니다. 사장님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에요. 서로 얼굴은 알지만, 서로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늘 가는 병원, 단골 세탁소, 오래 거래한 업체. 우리 주변의 '단골'은 대부분 이 자리에 있습니다.
지지자와 신뢰자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마지막 줄이 오늘의 핵심입니다.
신뢰자는 비교에 진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몇 년째 다니는 병원이 있습니다. 치료비가 적지 않지만, 그 의사를 믿기 때문에 아플 때면 먼저 그 병원에 연락합니다. 세상에 더 실력 좋은 의사가 많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이 사람이 제일 가깝고 편합니다.
그런데 그 의사가 한 달 동안 휴가를 갔습니다. 그사이에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원에 갔어요. 같은 돈을 냈는데, 거기서 더 좋은 치료를 받았습니다. 설명도 더 친절했고, 결과도 더 좋았습니다.
한 달 뒤 원래 의사가 돌아오면, 이 환자는 돌아갈까요?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새 병원에서의 경험이 기준을 올려 버렸거든요. 예전에는 충분했던 원래 병원이, 이제는 올라간 기준에 못 미칩니다. 같은 값에 더 주는 곳이 생겼으니, 맞아떨어지던 주고받음이 거기서 깨진 겁니다.

신뢰자를 붙잡는 끈은 하나뿐입니다. 주고받음이 맞는다는 것. 그래서 더 맞는 곳이 나타나면, 그 끈은 쉽게 옮겨 갑니다.
더 싼 집이 생기자 바로 옮긴 단골은 이 사람이었습니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의 함정
브랜딩이든 영업이든, 다들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신뢰가 없으면 처음부터 거래가 이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신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신뢰만 쌓인 고객은 오래 머물지만, 더 나은 조건 앞에서는 미련 없이 떠납니다. 오래 거래했다는 사실이 붙잡아 주지 않아요. 오래 맞아떨어졌다는 것뿐이니까요.

그래서 신뢰자를 많이 가진 사업은 늘 비교 위에 서 있습니다. 가격을 내리고, 서비스를 올리고, 경쟁자를 계속 의식해야 합니다. 이기는 동안은 괜찮지만, 한 번 지면 신뢰자들은 조용히 옮겨 갑니다.
신뢰자를 붙잡는 첫 번째 방법
그럼 신뢰자는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 방법은 2편에서 말한 것과 같습니다. 낸 값보다 더 주는 겁니다. 가격만큼 주면 주고받음이 맞아떨어지고, 가격보다 더 주면 갚을 게 남습니다. 갚을 게 남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신뢰자에서 지지자 쪽으로 옮겨 갑니다.

그런데 이 방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더 싼 집이 생겨도 끝까지 남은 그 단골입니다. 그 사람이 국밥집에 갚을 게 많이 남아서 남은 걸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은 사장님과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였습니다. 늦게 오면 사장님이 "오늘은 늦었네" 하고 말을 걸고, 사장님이 아프면 그 손님이 먼저 걱정하는 사이요.
이 사람은 지지자도, 신뢰자도 아닙니다. 팬은 더더욱 아니고요.
다음 글에서는 이 사람, 찐단골의 정체를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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