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끝에서 이런 질문을 남겼습니다.
내 사업은 지금 지지자와 추종자를 만들고 있을까, 아니면 신뢰자와 동반자를 만들고 있을까.
이 연재의 마지막 글에서는 이 질문에 답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 전에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섯 편 동안 알게 된 것
처음에 저는 팬이 맨 위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팬은 고객보다 넓은 말이고, 팬을 만들면 고객은 따라온다고요.
그런데 고객도, 단골도, 수강생도 팬과 똑같은 일을 하는 말이었습니다. 위에 있는 건 팬이 아니라 누군가의 편이 된 '상태'였고, 팬과 고객과 단골은 그 상태를 분야마다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었습니다.
그 상태를 따라가다 보니 네 자리가 나왔습니다.
지지자는 받은 게 기대보다 커서 갚고 싶은 마음이 남은 사람입니다. 이 사람을 움직이는 건 부채감입니다.
추종자는 갚으려고 한 행동이 실제로 삶을 바꾼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자기 이야기의 일부가 됐습니다. 이 사람을 묶는 건 일체감입니다.
신뢰자는 주고받음이 늘 맞아떨어져서 믿는 사람입니다. 친숙하지만 가깝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신뢰감이 있습니다.
동반자는 서로의 사정을 알고, 서로 셈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서로의 몫을 내 몫처럼 집니다. 이 사람을 묶는 건 연대감입니다.

그리고 이 네 자리는 고정돼 있지 않았습니다. 거리가 바뀌면 같은 사람이 다른 자리로 옮겨 갑니다.
기준은 크기가 아니라 거리다
그럼 어떤 사업이 어떤 사람을 만들까요.
흔히 큰 회사는 팬을 만들고, 작은 가게는 단골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준은 회사의 크기가 아니라 거리입니다.

대기업도 영업 담당자가 거래처 몇 곳을 직접 챙기면 신뢰자와 동반자를 만듭니다. 동네 필라테스 강사도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영상을 올리면,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지지자를 만듭니다.
그래서 한 사업 안에 두 갈래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필라테스 강사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지지자를 만들고, 수업에서는 신뢰자를 만듭니다. 수업을 오래 들으며 서로의 근황을 아는 회원은 동반자가 되고요.

중요한 건 내 사업의 어느 부분이 어떤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 아는 겁니다.
내 사업을 진단하는 네 가지 질문
네 가지만 물어보면 됩니다.
첫째, 사람들은 나를 어디서 만나나.
화면 너머에서 만나는지,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지입니다. 영상, 글, 광고, 온라인 강의로 만난다면 먼 거리입니다. 가게, 수업, 상담, 미팅으로 만난다면 가까운 거리입니다.
둘째, 받은 걸 바로 갚을 수 있나.
그 자리에서 값을 치르고 끝나는지, 아니면 받기만 하고 갚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지입니다. 무료 영상을 보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갚을 방법이 없습니다. 가게에서 밥을 먹은 사람은 그 자리에서 냅니다.
셋째, 나는 그들을 아나.
이름과 요즘 사정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인지 세어 보면 됩니다. 손님은 나를 아는데 나는 손님을 모른다면, 그 관계는 한쪽뿐입니다.
넷째, 떠날 때 어떻게 떠나나.

자리마다 떠나는 모습이 다릅니다. 지지자는 갚고 싶은 마음이 식으면 조용히 멀어집니다. 신뢰자는 같은 값에 더 주는 곳이 생기면 조용히 옮겨 갑니다. 동반자는 불만이 생기면 먼저 말하고, 신뢰가 거듭 무너져야 떠납니다. 추종자는 떠날 때 조용하지 않습니다. 자기 이야기에서 그 사람을 도려내야 하니까요.

앞의 세 질문으로 갈래가 보이고, 네 번째 질문으로 지금 어떤 자리의 사람이 많은지가 보입니다. 화면 너머에서 만나고, 갚을 방법이 없고, 내가 그들을 모른다면 팬 갈래입니다. 얼굴을 맞대고, 그 자리에서 값을 치르고, 내가 그들을 안다면 신뢰 갈래입니다.
팬 갈래라면 해야 할 일
지지자와 추종자를 만드는 쪽이라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기대보다 더 주는 겁니다. 가격만큼만 주면 갚을 게 남지 않습니다. 가격보다 더 줘야 갚고 싶은 마음이 남습니다.
그다음은 갚을 길을 열어 두는 겁니다. 받은 게 많아도 살 수 있는 게 없으면, 그 마음은 응원과 공유로만 흘러갑니다.
그리고 오래 비워 두지 않는 겁니다. 갚고 싶은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식습니다. 한 번 크게 주고 오래 비워 두면, 지지자는 조용히 관심층으로 내려갑니다.
추종자를 만들고 싶다면 한 걸음 더 가야 합니다. 그 사람의 삶이 실제로 바뀌는 경험을 줘야 합니다. 정보를 주는 것과 삶이 바뀌게 돕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신뢰 갈래라면 해야 할 일
신뢰자와 동반자를 만드는 쪽이라면, 주고받음을 맞추는 건 기본입니다. 낸 만큼 받았다는 경험이 쌓여야 신뢰가 생기니까요.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늘 비교 위에 서게 됩니다. 신뢰자는 같은 값에 더 주는 곳이 나타나면 떠납니다.
그래서 서로를 알아 가야 합니다. 이름을 기억하고, 지난번 이야기를 기억하고, 먼저 안부를 묻는 겁니다. 그리고 서로의 몫을 대신 져 주는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바쁠 때 손님이 그릇을 치워 주고, 손님이 힘들 때 사장님이 한 점 더 올려 주는 일이 그렇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신뢰자는 동반자가 됩니다.

다만 동반자는 많을 수 없습니다. 서로 알고 지낼 수 있는 만큼만 생기니까요. 그 한계를 알고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거리는 고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거리는 정해진 게 아니라 고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닿고 싶은 곳에서는 거리를 넓히고, 깊은 관계를 만들고 싶은 곳에서는 거리를 좁히면 됩니다. 유튜브로 많은 사람에게 닿고, 그중 일부와는 소수 모임이나 1:1로 만나는 식입니다. 넓은 곳에서 지지자를 만들고, 좁은 곳에서 동반자를 만드는 겁니다.

5편에서 이야기했듯, 사업이 커지면 거리는 저절로 멀어집니다. 그래서 좁은 곳은 의식해서 지켜야 합니다. 그냥 두면 사라집니다.
연재를 마치며
이 연재는 "제가 틀렸습니다"라는 고백으로 시작했습니다.
팬을 만드는 법을 연구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사람이 누군가의 편이 되는 법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팬만이 아니라 단골도, 다시 오는 수강생도, 떠나지 않는 고객도 같은 원리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틀렸다고 인정하고 나서야 보인 것들이었습니다.
📩 내 진짜 팬은 몇 명일까? 6일 무료 뉴스레터 (정체성 체크리스트 2종 + 팬덤 만드는 전 과정)
지금 내 사업이 누구를 만들고 있는지 알아보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은 지금 몇 명쯤 될까요?
그 질문에서 시작해, 부채감과 일체감으로 팬이 생기는 원리와 만드는 방법까지 6일 동안 메일로 하나씩 보내 드립니다.
0일차 · 채널 정체성 찾기 워크북 + 개인·채널 정체성을 찾는 방법 (체크리스트 2종)
1일차 · 팬이 몇 명입니까
2일차 · 팬은 어떻게 생깁니까
3일차 · 팬덤의 3가지 형태
4일차 · 각 팬덤은 무엇을 구매하나요
5일차 · 그래서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비용은 없고,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 구독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 무료로 받아 보기 https://maily.so/desireanalyst/form?group_id=gd5ryk10z1w&src=workbook&nickname=off
아래 이미지에서 실제로 받게 될 메일과 체크리스트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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