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편에서 팬덤 스테이지에 나온 찐팬들의 공통점을 봤습니다. 모두 아이돌 덕분에 인생이 바뀐 사람들이었고, 아이돌을 가족처럼 여기고 있었죠.
오늘은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과 '인생을 거는 것'은 다릅니다. 이 둘을 가르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살펴볼게요.
팬에는 두 구간이 있다
제가 정의하는 팬에는 두 구간이 있습니다. 지지자 구간과 추종자 구간이에요.

지지자: 갚고 싶은 마음, 부채감
지지자를 만드는 감정은 부채감입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게 너무 커서 갚고 싶은 마음, 빚진 느낌이에요.
이런 경험 있으실 거예요. 어떤 유튜버 영상 덕분에 고민하던 문제가 풀렸습니다. 그러면 괜히 좋아요를 눌러 주고 싶고, 그 사람이 책을 내면 한 권 사 주고 싶어지죠. 그게 부채감입니다.
그리고 이 부채감만 쌓여도 사람은 팬이 됩니다. 이게 지지자예요.
지지자는 정말 고마운 팬입니다. 박수를 쳐 주고, 좋아요를 누르고, 가끔 지갑을 열어 주니까요. 다만 지지자에게 그 사람은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인생을 걸 상대는 아니에요.
추종자: 상대와 내가 하나라는 느낌, 일체감
추종자를 만드는 감정은 일체감입니다. 상대와 내가 하나라는 느낌이에요. 지난 편에서 본 가족화, 동질화가 바로 이 일체감에서 나옵니다.
추종자에게 그 사람은 남이 아니라 나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행동의 크기가 완전히 달라요. 지지자가 박수를 친다면, 추종자는 같이 걸어갑니다. 우리가 '찐팬'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바로 추종자입니다.
부채감을 더 쌓으면 추종자가 될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깁니다. 지지자는 어떻게 추종자가 될까요? 부채감을 더 많이 쌓으면 될까요?
아닙니다. 부채감을 아무리 쌓아도 그건 더 열성적인 지지자일 뿐이에요. 지지자가 추종자가 되려면 딱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야 합니다. 저는 이걸 서사전환이라고 부릅니다.
서사전환은 이런 겁니다. 부채감을 느낀 사람이 그걸 갚으려고, 혹은 상대를 더 이해하려고 어떤 행동을 해요. 그런데 그 행동이 내 인생의 방향 자체를 바꿔 버리는 겁니다.




팬덤 스테이지(Pixid https://www.youtube.com/@Pixid)
쌍둥이 자매에게 일어난 일
지난 편의 쌍둥이 자매를 다시 보겠습니다.
- 엑소 노래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부채감이고, 이 시점의 자매는 지지자입니다.
-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공부했습니다. 상대를 더 알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죠.
- 그 공부가 한국 취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인생의 줄거리가 바뀐 거예요. 이게 서사전환입니다.
- 이제 엑소는 고마운 가수가 아니라 내 인생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일체감이 생겼고, 자매는 추종자가 됐습니다.
"엑소가 없었으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옵니다. 감사의 표현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의 설명이에요.
팬덤 스테이지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 과정을 겪었습니다. 진로를 찾은 사람, 취업한 사람, 살아갈 이유를 찾은 사람. 전부 추종자였어요.
크리에이터에게 이게 왜 중요할까
지지자는 부채감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걸 주면 돼요. 그런데 추종자는 인위적으로 만들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남의 인생을 내가 바꿔 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찐팬 만드는 법"이라는 말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찐팬은 노력으로 찍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그 순간이 일어나는 자리에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 자리가 어디인지는 다음 편에서 이야기할게요.
오늘의 한 줄
부채감은 지지자를 만들고, 서사전환은 지지자를 추종자로 바꿉니다.
다음 편 예고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추종자는 그렇게 만들기 어렵다는데, 아이돌 그룹에는 유독 추종자가 많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이유 두 가지, 그리고 내 팬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 드릴게요.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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