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팬이 고객보다 위라고 믿었다

팬을 만드는 법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 누군가의 편이 되는 법이었다

2026.10.27 | 조회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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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

지난 뉴스레터에서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팬은 지지자와 추종자 사이의 구간이다. 그리고 팬을 만드는 열쇠는 부채감과 일체감이다."

오늘은 그 말을 바로잡으려고 합니다. 제가 틀린 부분이 있었어요. 다 틀린 건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자리를 잘못 짚었습니다. 무엇을 잘못 짚었는지, 그리고 그걸 깨닫고 왜 놀랐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왜 팬을 연구하게 됐나

저는 꽤 오랫동안 이 문장을 믿었습니다.

"팬이 있어야 물건이 팔린다."

12년 동안 다른 사람들의 채널을 키워 왔습니다. 조회수와 구독자를 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어려운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이 정말 원한 건 조회수가 아니라 팔리는 것이었으니까요. 제 인스타그램도 조회수는 나왔지만, 그게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숫자는 올라가는데 돈은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질문이 바뀌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보게 할까"에서 "왜 보는 사람은 많은데 사는 사람은 적을까"로요.

그래서 팬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번에 말한 것

연구하면서 팬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팬은 하나의 점이 아니라 구간입니다. 한쪽 끝에는 지지자가 있습니다. 좋아요를 누르고, 신제품이 나오면 사 주고, 누가 욕하면 슬쩍 편을 들어 주는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부채감입니다. 받은 게 많아서 뭔가 갚고 싶은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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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 끝에는 추종자가 있습니다. 그 사람 덕분에 직업을 바꿨거나, 습관을 바꿨거나, 생각하는 방식이 바뀐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을 묶는 건 일체감입니다. 그 사람이 내 이야기의 일부가 된 느낌이에요. 추종자가 아주 강해지면 세상은 그들을 광신도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저는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팬은 고객보다 위다. 고객은 사는 사람이지만, 팬은 사는 사람도, 사지 않고 응원만 하는 사람도, 인생을 건 사람도 다 품으니까. 그래서 팬을 만드는 법을 알려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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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틀렸습니다.

표를 채우다가 발견한 것

틀렸다는 걸 알게 된 건 표 하나를 만들면서였습니다.

분야마다 팬을 뭐라고 부르는지 정리하고 있었어요. 가게에서는 단골, 크리에이터는 애청자, 학원은 수강생, 헬스장은 회원, 정치에서는 지지자. 같은 사람을 분야마다 다르게 부른다는 걸 보여 주려던 표였습니다.

그런데 칸을 채우다 보니 이상한 점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진성팬"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진성 고객"이라는 말도 씁니다. "단골"이 있고 "찐단골"이 있습니다. 수강생 중에 깊어진 사람은 "제자"라고 부르고, 회원 중에 깊어진 사람은 "멤버"나 "식구"라고 부릅니다.

그냥 "고객"이라고 하면 한 번 다시 온 사람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떠나는 사람까지 다 들어갑니다. 여기에 "진성"이나 "찐"을 붙이면 그중 가장 깊은 사람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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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는 단어가 하는 일과 똑같습니다.

팬만 특별한 단어가 아니었던 거죠. 고객도, 단골도, 수강생도, 회원도 지지자부터 추종자까지를 통째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부르는 분야가 다를 뿐이었어요.

그렇다면 위에 있는 건 팬이 아닙니다. 지지자와 추종자라는 '상태'가 먼저 있고, 팬과 고객과 단골은 그 상태를 분야마다 다르게 부르는 이름입니다. 위아래가 통째로 뒤집힌 겁니다.

그럼 지난 글은 다 틀렸을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잘못 짚은 건 팬의 자리였습니다. 팬은 맨 위에 있는 개념이 아니라 여러 이름 가운데 하나였어요.

지지자와 추종자라는 구분은 그대로입니다. 부채감이 지지자를 만들고 일체감이 추종자를 만든다는 원리도 그대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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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부채감과 일체감은 팬에게만 작동하는 게 아니었어요. 단골에게도, 수강생에게도, 회원에게도, 고객에게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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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이유

솔직히 놀랐습니다. 제가 연구한 건 팬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사람이 누군가의 편이 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팬을 만드세요"라는 말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에게만 들립니다. 동네 필라테스 강사나 세무사, 김밥집 사장님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려요. 저도 이 말로 설득하는 게 늘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다시 오는 손님이 왜 안 생기는지", "한 번 등록한 회원이 왜 재등록을 안 하는지"는 누구에게나 들립니다. 그리고 그 답이 팬이 생기는 원리와 같은 곳에 있었습니다.

당신의 명단을 다시 보면

지금 당신에게는 어떤 이름의 사람들이 있나요?. 구독자, 고객, 회원, 수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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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안에는 사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한 번 사고 끝난 사람, 다시 오는 사람, 당신 편을 들어 주는 사람, 당신 때문에 무언가를 바꾼 사람. 이름이 같다고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틀렸다고 인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연구가 훨씬 넓어졌어요.

다음 글에서는 "팬은 이름이고, 지지자는 상태다"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그리고 같은 이름 안에 섞인 사람들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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