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팀에나 한 명쯤 있습니다. 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데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하는 사람. 대표와 가깝거나, 예전에 큰 공을 세웠거나, 그 사람이 없으면 거래처가 흔들릴 거라고 다들 믿는 사람이죠. HBR에 글을 쓴 임원 코치 캐스린 랜디스는 이런 사람을 '언터처블'이라고 부릅니다. 팀장은 팀의 결과를 책임지지만, 정작 그 사람에게는 손을 쓸 수 없습니다.
저자가 코칭한 사례를 우리 팀 상황으로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영업팀 김 팀장의 팀에는 핵심 거래처를 맡은 박 차장이 있습니다. 고객 문의는 며칠씩 쌓이고 영업 기회도 놓치기 일쑤였지만, 면담을 여러 번 해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박 차장은 창업 초기에 들어와 대표와 25년을 함께해 온 사람이었으니까요. 결국 박 차장이 놓친 일은 김 팀장이 하나씩 떠안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이럴 때 그 사람을 바꾸려고 애쓰거나 일을 혼자 다 떠안지 말고, 내 힘을 어디에 쓸지부터 정하라고 말합니다. 출발점은 정말 손댈 수 없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어려운 대화가 싫어서 '못 건드린다'고 단정한 건 아닌지 살피고, 무엇이 그 사람을 지켜 주는지 따져 봅니다. 박 차장을 지켜 주던 건 대표와의 오랜 관계, 그리고 창업 공신이라는 이력이었습니다.
다음은 윗선이 어디까지 밀어 줄지 시험해 보는 일입니다. 불만을 늘어놓는 대신 '고객 문의에는 24시간 안에 답한다'처럼 좁은 기준 하나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본부장은 그러자고 했지만 약속한 점검 회의는 계속 미뤄졌고, 박 차장은 대신 보내기로 한 메일조차 보내지 않았습니다.
윗선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이제 구조를 바꿀 차례입니다. 김 팀장은 박 차장이 혼자 관리하던 핵심 거래처 현황을 팀원 모두가 보는 주간 회의 안건으로 옮기고, 거래처마다 함께 챙길 담당자를 붙였습니다. 그래도 팀장에게 떨어지는 일은 '내가 하지 않으면 실제로 손실이 생기는가'를 기준으로 골라내고, 맡기로 한 일은 무엇을 왜 언제까지 하는지 윗선에 글로 남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 팀장은 자신이 빈틈을 다 메워 준 덕에 윗선이 박 차장의 부진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거래처를 잃을 만한 일만 막고 자잘한 실수는 메우지 않자, 결국 박 차장은 직급과 급여를 그대로 둔 채 일이 틀어져도 피해가 크지 않은 업무로 옮겨 갔습니다. 그동안 남은 팀원들에게는 "다른 사람 사정은 말할 수 없지만, 우리 팀에 기대하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고, 제 몫을 해내는 사람을 모두 앞에서 인정했습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래요"라는 팀장의 하소연을 개인 사이의 갈등으로만 들어 온 HR이라면, 이번에는 다르게 들어 볼 만합니다. 팀장에게 필요한 건 피드백 코칭 한 번보다 윗선에 요청할 기준 하나, 일을 나눌 장치, 대신 맡은 일을 기록할 방법일지 모릅니다.
오늘의 질문: 우리 조직의 '언터처블', 그 대가는 지금 누가 치르고 있나요?
📎 원문: Harvard Business Review : When a Team Member Underperforms, but Has Organizational Capital (2026-09)
https://hbr.org/2026/09/when-a-team-member-underperforms-but-has-organizational-ca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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