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연인(맥라렌)들을 위해

레드불 시트 내용 정리

2025.12.03 | 조회 212 |
0
|
포뮬러원 F1의 프로필 이미지

포뮬러원 F1

국내에는 없는 F1 소식과 드라이버들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

요즘 속터지게 하는 듀오, 잭 브라운과 안드레아 스텔라
요즘 속터지게 하는 듀오, 잭 브라운과 안드레아 스텔라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늘은 굳이 제가 글 소개를 하지 않아도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왔을지 짐작이 가시죠?

맥라렌이 또 한번 답답하다 못해 벌인 참사에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덕분에 지루할 뻔 했던 카타르 그랑프리가, 아니 2025년 시즌 전체가 끝까지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맥라렌의 알 수 없는 행동

카타르 루사일 서킷(Lusail International Circuit)은 전형적으로 매끄러운 고속 코너와 중-고속 섹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맥라렌의 강점인 높은 다운포스가 제대로 실력발휘 되는 트랙입니다.

이에 응답하듯 최근 부진하던 오스카 피아스트리도 스프린트 부터 제대로 살아났었죠.

일요일 본 레이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피아스트리는 폴 세터에다 거침없이 주행했습니다. 실제로 이 날 세이프티카 구간을 제외하면 가장 빠른 주행을 보인 드라이버도 피아스트리입니다. 

카타르 그랑프리에서 오스카는 막스보다도 랩당 0.35초나 빨랐습니다. 
카타르 그랑프리에서 오스카는 막스보다도 랩당 0.35초나 빨랐습니다. 

오스카도 오스카지만 시즌 전체 포인트를 도망가야하는 드라이버 챔피언십 리더 랜도 노리스도 마음이 바쁘긴 마찬가지였을테니 우승이 간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7랩, 휠켄버그와 가슬리의 충돌로 세이프티카(SC)가 발령되고 경쟁 팀들이 일제히 "박스, 박스(Box, Box)"를 외칠 때, 선두를 달리던 맥라렌의 두 차량만 덩그러니 트랙 위에 남겨졌습니다.

여기서부터 이번 맥라렌의 조롱거리인 미스테리한 사건이 시작됩니다.

첨부 이미지

G랄 났네 G랄 났어!

아니 사실 그렇게 복잡할 것도 없는게, 이번 맥라렌이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F1 전략의 기본인 '스플릿 전략(Split Strategy)'조차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원투를 달리고 있을 때 돌발 변수가 생기면, 한 대는 불러들이고 한 대는 스테이 아웃(Stay out)시켜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뭐... 하나는 오르고 하나는 내릴 수 있으니 분산투자의 개념)

하지만 맥라렌은 두 드라이버 모두에게 '스테이 아웃'이라는 똑같은 주문했고, 결과적으로 두 명의 레이스를 동시에 망가뜨렸습니다.

패독에서는 이를 두고 맥라렌 특유의 '강박적인 파파야룰'이 또 도졌다고 말합니다.

첨부 이미지

스카이 스포츠의 해설자인 랄프 슈마허도 "팀이 드라이버 간의 공평함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누군가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스플릿 전략을 기피한 것 아니냐"고 말했고요.

경기 후 맥라렌의 잭 브라운 CEO는 단순한 판단 착오였다고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정해진 플랜'에 갇힌것, 그리고 두 드라이버에게 '공평함'이라 쓰고 '답답함'이라 읽는 맥라렌의 경직된 운영은 챔피언십 경쟁 팀이라기엔 솔직히 아마추어 같았습니다.

첨부 이미지

페라리나 애스턴 마틴의 인터뷰를 보면 "세이프티카(SC)가 나오면 토론할 시간도 없이 무조건 들어간다고 정해뒀다"고 했던데, 타 팀들도 F1 수준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의견입니다.

결과적으로 누구 한명의 손을 들어줄 수 없기에 우왕좌왕하다 차려진 밥상을 걷어찬 꼴입니다.


자유경쟁 '파파야룰'에 자유는 없다

저는 사실 맥라렌이 80년대부터 줄곧 추구해온 평등한 드라이버 관리를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챔피언은 진정한 챔피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보통 가장 좋은 차를 개발한 팀 내부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다고 믿기에...) 

하지만 몇년 전부터 이상한 이름까지 붙어 불려온 맥라렌의 이 '파파야룰'은 그 결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팀간에도 '자유경쟁'을 하도록 내버려둬야 하는게 본래의 취지인데 자꾸 이상한 명령을 내리면서 역대 드라이버들이 가장 뭘 못하게 만드는 룰이 됐습니다. 

첨부 이미지

레이스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랜도나 오스카는 매번 팀 라디오에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까?"를 묻습니다. 막스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내가 알아서 할테니 좀 닥ㅊㅣ-"라고 했을겁니다. 

팀과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이기면 좋은 팀플레이가 되겠지만, 지금의 맥라렌은 내부 규정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만 가면서 너무 복잡해진 상황처럼 느껴지기만 합니다.


승리의 여신, 한나선배 - 슈미츠

맥라렌이 어리버리 까는(?) 사이, 레드불이 틈을 완벽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이번 카타르 우승은 막스 베르스타펜의 드라이빙 스킬만큼이나 레드불 전략팀의 승리라고 해도 되겠죠.

베르스타펜은 선두 맥라렌이 피트인을 하지 않는 것을 보자마자, 즉시 타이어를 교체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세이프티카(SC)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상대 실수를 간파해서 베르스타펜에게 최적의 타이밍을 지시한 레드불의 수석 전략가, 한나 슈미츠(Hannah Schmitz)가 그 공을 인정받아 경기 후 포디움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 단상에 서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번 피트스톱은 레드불 뿐만 아니라 모든팀에게 거의 예견된 것과 같았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전원 피트스톱을 한 것을 보면 너무 쉬운 수준의 전략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첨부 이미지

타이어 최대 사용이 25랩으로 제한이 걸리면서 카타르 그랑프리의 총 57랩 중 7랩 이후로는 (50바퀴가 남기 때문에) 2-스톱 전략을 쓰는 팀에게는 세이프티카(SC) 같은 상황은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물불 가리지 않고 들어와야 했습니다.  뭐.. 근데 이게 또 딱 7랩에 사고가 나서... (희안~) 

하지만 쉬운 전략적 실행이었다 해도 팬들이 "오늘의 진짜 MVP는 한나"라고 많이들 이야기 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첨부 이미지

레드불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얻은 승리는 결코 아닌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레드불은 그 반대의 전략도 치밀하게 세워놨기 때문이죠. 그것도 아주 모험적으로요.

만약 맥라렌 두대가 피트인 했다면, 레드불은 막스를 피트인 시키지 않았을 거라고 했습니다. 분명 세이프티카(SC) 상황에서 피트인 패씽을 했다면 힘겨운 레이스가 됐겠지만, 시즌 우승 그리고 레이스 우승만을 목표로 하는 막스에겐 맥라렌을 따라 피트인을 했어도 결과는 똑같이 3위로 피트아웃을 했을테니 그렇게 의미있는 전략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베르스타펜은 분명 현재 챔피언십에서 추격자로써, 안정적으로 시즌을 마무리 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기에 무조건 '추격자의 이점(The Chaser's Advantage)'을 활용해 반대 전략(Opposite Strategy)을 택하며 모험을 거는 정면승부를 택한다는 계획이 사전에 조율되어 있었고, 한나 슈미츠가 막스 베르스타펜과 이 전략을 세우는데 공감대가 컸을것으로 생각됩니다. 


레드불 시트 확정: 왜 '이삭 하자르'인가?

첨부 이미지

예상대로 레드불 레이싱은 2026년 시즌부터 막스 베르스타펜의 팀메이트로 이작 하자르를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자매 팀인 RB(Racing Bulls)에는 18세의 신성 아비드 린드블라드(Arvid Lindblad)가 데뷔하게 됐습니다. 반면, 혼다의 아이들 중 하나였던 유키 츠노다는 결국 시트를 잃었습니다.

사실상 레드불은 데이터를 토대로 이삭을 승격시킬수 박에 없었다고 보여지는데요. 하자르의 성과를 보면 2025년 RB(Racing Bulls)에서의 루키 시즌 동안 가장 큰 재능이 입증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키미가 있지만 상위권 팀 버프는 일단 공정하지 못해 빼겠습니다.) 

결정타는 역시 네덜란드 GP(Zandvoort)에서 보여준 퀄리파잉 4위와 결선 포디움(3위) 피니시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시즌 첫 경기 멜버른에서의 사고 등 불안함도 있었지만, 일본 GP 이후 보여준 Q3 진출 능력과 성장 속도가 경쟁자들(츠노다, 로슨)보다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레드불의 육성 시스템 재가동 

지난 몇 년간 레드불은 외부 수혈(페레즈)이나 올드보이의 귀환(리카르도)에 의존하며 "레드불 주니어 프로그램은 죽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자르의 승격은 레드불이 다시금 '내부 육성 최우선' 철학으로 회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이는 팀 내 주니어들에게 "너희도 잘하면 베르스타펜 옆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같네요. 

첨부 이미지

그렇기 때문에 18세의 아비드 리드블라드가 유일한 루키로 F1 입성한 것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멕시코 GP에서 베르스타펜 차량으로 FP1 연습세션에 참여했던바 있던 린드블라드는 비록 연습이긴하지만 6위라는 기록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었죠.

알란 퍼메인(Alan Permane) RB 팀 감독은 린드블라드의 "경험을 뛰어넘는 일관성"을 최대 장점으로 꼽고있다고 합니다. 과거 베텔과 베르스타펜을 10대에 데뷔시켰던 레드불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혼다도 침몰하는 널 꺼내주진 못했어..

아쉽습니다. 5년간 F1 무대를 누볐던 유키 츠노다는 2026년 시트를 결국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생각과는 다르게 레드불의 리저브(Reserve) 드라이버로 남게 되었는데요.

첨부 이미지

이유는 간단합니다. 냉정하게 말해, '임팩트 부재'입니다. 베르스타펜의 대체자나 파트너가 될 만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결국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특히 2025년 시즌, 팀이 필요로 할 때 기회를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리암 로슨이나 페레즈보다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치명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뒷 이야기가 있는데요.

레드불은 2026년 포드(Ford) 엔진으로 전환하지만, 구형 차 테스트(TPC: Testing of Previous Cars)를 위해 여전히 혼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고, 레드불의 상임고문인 헬무트 마르코 할아버지는 이 TPC 엔진 공급 협상을 위해 혼다와 긴밀히 대화했다고 합니다. 이 때 혼다는 어떻게든 츠노다를 돕기 위해 시트 얘기를 꺼냈다고 하는데, 레드불은 "츠노다의 시트 보장 협상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내부정치도 막지 못한 "막스의 저주"가 끔찍하긴 한가봅니다.


미래의 챔피언: F2 제패한 포르나롤리가 갈 팀은?

마지막으로 미래의 F1 스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주제를 한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F2는 최근 우스자가 가려졌습니다. 인빅타 레이싱의 레오나르도 포르나롤리가 치열한 접전 끝에 포뮬러2 (F2)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갔는데요. 보르톨레토와 안토넬리의 큰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보르톨레토는 작년 같은 인빅타 레이싱에서 F2를 우승한 바 있고, 안토넬리는 같은 국가 출신입니다.

첨부 이미지

네, 이 선수가 이탈리아 선수입니다. 이탈리아 아시죠? 페라리의 나라

이탈리아는 페라리 보유국임에도 어느 순간부터 F1 강자 호소국으로 전락했습니다. 이탈리아 선수의 공백이 너무 길었기 때문인데요. 긴건 둘째치고 저는 이탈리아 선수가 F1 그랑프리를 우승한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정도입니다. 야르노 트룰리와 장카를로 피지켈러가 2000년대 중반 했을법 한데 참으로 오래됐죠.

그런데 이 포르나롤리라는 선수가 갈 곳이 없습니다. 이탈리아 팬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정작 그가 앉을 F1 시트는... 없죠.

최근 해밀턴의 부진과 계약기간을 생각하면 페라리가 관심을 보일법도 합니다. 아니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외국 팬들 사이에선 꽤 있습니다.

페라리의 바세르 감독 또한 "구형 머신 테스트(TPC)나 금요일 프랙티스 주행 기회를 줄 수 있다"며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게, 페라리 아카데미에는 이미 올리버 베어만 등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유망주들이 줄을 서 있거든요.

F2 챔피언이 되어도 F1 시트를 장담할 수 없는 '병목 현상'은 여전합니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F3, F2 선수들에게 F1이 대하는 태도는 참 차갑다고 느껴집니다. 안토넬리, 로슨, 콜라핀토, 베어맨 같은 선수들은 진작부터 육성되어 자리를 찜해놓은 선수들이라 정말 빽없는 자의 서러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포르나롤리는 아카데미 선수가 아니거든요. 실제로 내년 유일하게 루키로 F1에 참가하게된 RB 팀의 '아비드 린드블라드'는 올해 풀타임 F2를 참여하고도 7위였습니다.

포르나롤리가 과연 이 좁은 문을 뚫고 언젠가 그리드에 설 수 있을지, 아니면 애스턴 마틴 패독에서 3년 내내 의자만 달구다 간 드루고비치와 같은 또 한 명의 '비운의 챔피언'으로 남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페라리가 자국의 유망주를 위해 과감한 교통정리에 나설지도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이제 F1 시즌도 딱! 한 경기 남겨놓고 있습니다.

재밌게 일년이 갔다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한 해가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들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직업도 바뀌면서, 뉴스레터도 1년이나 꾸준히 쓰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 하며 뉴스레터가 이렇게 지속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됩니다.

분명 F1을 보고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은 신이나는 일인데, 하다보면 부족한 저의 모습이나 주변에 더 잘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내가 이걸 하는게 맞나?"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저의 F1 소식이 구독자님께 유익했을까?" 라는 질문과, 부디 즐거운 글이 되었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렇게 마쳐봅니다.

 

감사합니다.

 

첨부 이미지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포뮬러원 F1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5 포뮬러원 F1

국내에는 없는 F1 소식과 드라이버들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