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야

글 못 쓰는 얼간이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장

2023.05.06 | 조회 5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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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심야서재 뉴스레터

오직 글로서만 승부하는 글쟁이의 뉴스레터, 주로 생산성 툴에 관련된 글을 보내드립니다.(가끔 소설도 씁니다.)

제1화 : 그 남자의 솔깃한 제안

제2화 : 시간이 없다는 소리는 이제 집어치워

제3화 : 너는 너 자신 말고 다른 모두를 질투하지


소설가라는 남자의 솔깃한 제안을 받아 들고서 이제까지 3회에 걸쳐서 미션을 수행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다. 굳이 chatGPT에게 ‘글 못 쓰는 사람들의 유형에 대해 30가지의 분류로 정리해 줘!’라고 명령을 귀찮게 내릴 필요도 없었다. 글 못 쓰는 이유야,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니 소설가가 건넨 참고 자료 건 문헌이건 그런 메모 따위는 들춰볼 필요도 없었다. 과거에 몇 차례 강의했던 자료만 점검해 봐도 100가지 이상의 아이디어는 튀어나올 테니까. 개념만 있어도 그것들은 추상성을 탈피한, 그러니까 구체적인 것들로 뚝딱 변신해 버릴 터였다.

오늘 이야기해 볼 주제는 ‘실행력’이다. 나도 요즘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작가의 블록'이라는 타이틀로 굳이 나의 상태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글이 써지지 않는 이유, 아니 쓸 수 없는 이유는 능동적인 측면이 결여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깃든 어떤 불길한 에너지가 자꾸만 눈앞을 막아서기 때문인 것이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나 스스로도 그 문제에 대해 진단을 내리고 객관적인 처방을 내리고 싶었달까.

미션 #3

제목 : 네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실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야. - 글 못 쓰는 얼간이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장

그래, 알아 이해해. 네가 글을 쓰지 않는 건, 아니 조금 더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네가 글을 쓰지 못하는 건 다름 아니라 실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맞지? 근데 그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돼. 아니, 실행을 못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글이 없는 건 당연한 얘기잖아. 미안해, 당연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여서…

근데 말이야. 그 문제를 겪는 건 나도 똑같아. 나 역시 글을 쓰지 못하고 있거든. 지금 글을 열심히 쓰면서, 아주 신나게 누군가를 까대는 글을 쓰고 있으면서 쓰지 못한다고 말하니까 좀 아이러니하긴 한데, 이건 성격이 좀 달라. 나는 클라이언트한테 의뢰를 받아서 쓰는 거니까 말이야. 이건 외부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거든. 순수하게 내적인 동기만으로 글을 쓴 것이 아니니, 이것은 내가 원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거지. 그러니까 이건 그저 하나의 용역에 불과한 거야. 용역이란 발주와 계약이 존재하지. 영화 《머시니스트》에서 크리스천 베일이 하루에 참치캔 하나와 사과 반 쪽, 물과 커피만으로 몸을 만든 것처럼, 작가도 계약이 되면 알아서 몸이 그쪽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그게 돈의 위력인 셈이지.

그렇지만, 너희들 순수한 아마추어들은 그런 외적인 동기부여를 만들 능력이 안되지. 너희들에겐 경력이란 게 없잖아. 타이틀이란 게 없지. 문학상을 받든, 여기 이 좁은 브런치라는 무대에서 수상을 했든. 하다못해 작은 도서관에 가서 강의라도 해본 경험 따위도 없잖아. 그러니 결국 외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야. 암울하지?

뭐, 여기까지 글을 읽고 말 인간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아… 나에겐 아무런 비전도 희망도 없어. 글 따위 괜히 쓰기 시작한 거야. 괜히 썼다가 이 망망대해에서 표류만 하게 됐어!’ 이렇게 생각하고 글 읽는 걸 관두겠지. 뭐 읽고 말고는 너희들의 자유니까, 그걸 침해하고 싶지는 않아, 마음대로 해.

실행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는 지금까지 외적인 환경에 대해 말했어. 그건 프로들에게 혹은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영업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너희들에겐 너희들 스스로 실행력을 만들어낼 에너지가 필요한 거야.

그런데 너희들은 피곤해. 지난번에 언급했던 우선순위와 시간론은 차치할게. 과거의 글이 필요한 사람은 상단의 글을 클릭해. 아마 그 글을 클릭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실행할 여건은 너희에게 달렸어.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보라고.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동기부여 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잖아? 그러니 그건 너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거라고 정리할 수 있겠지. 모두가 겪는 문제라고 정의한다면 너에게 위안이 좀 될까?

아마 그다지 위안이 되지는 않을 거야. 나의 경우는 말이야. 글쓰기 피라, 시절에 그 누구보다 나를 방해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차단하는 존재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어. 나는 완전히 실패한 인생이라고 믿었거든. 직장이든 가정이든 내 마음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고 나는 그저 다른 사람에게 컨트롤당하는 입장이었던 거야. 자유가 주어져있다고 하지만, 그 자유는 선택적인 형태였지. 그러니까 나는 평생 동안 수동적인 형태에 길들여져 오면서 누군가의 명령이나 충고 같은 것에 휘둘리면서 그들의 생각에 동조되는, 그러니까 그저 흡수되는 형태로만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왔던 거지. 말하자면 완벽하게 수동적인 인간, 나 스스로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모두 의심하고 부정하는, 나 스스로 나를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판정해 버린 것이지.

무서운 것은 그런 결론을 내밀고 나니까, 내가 그대로 살게 되더라는 거야. 나는 실패자고 그 무엇도 용감하게 도전할 자신이 없고, 나는 무능력자이며, 나는 비겁한 인간, 한마디로 도스토옙스키 소설 《지하로부터 쓴 수기》의 강렬한 첫 문장처럼,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사악한 인 간이다. 사람들은 나를 싫어한다.’라고 나의 정체성을 정리해 버린 거야. 나 이 소설 읽고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 나와 같은 인간이 문학작품에 있었다니!

실행을 못하는 이유는 결국 내가 만들어낸 거지. 그리고 너 스스로 만들어낸 거야. 그런데 네가 거기서 벗어나려면 굉장한 고통이 필요해. 고통은 니체의 말처럼 우리를 쓰러뜨릴 수도, 일어날 힘을 줄지도 모르지. 하지만 대부분은 거기서 쓰러지고 말아. 그러니 네가 만약 글을 쓰고 싶다면, 적어도 너는 그 사실 하나만은 인정해야 해. 네가 지금 어떤 프레임에 사로잡혀있다. 남들이 아닌 너 자신이 만든 피해의식, 자의식에 똘똘 뭉쳐있다고 말이야.

그걸 벗어나면 네 힘으로 떨쳐낼 수 있으면, 너는 글을 쓸 수 있어. 한 번 시작하기만 하면 그다음은 문제가 아니거든. 그런 경험 겪었을 거야. 시작까지 이르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시작 자체를 못하는 현상, 그런데 시작을 하게 되면 그다음 중간이든 끝이든 나도 모르게 쭉쭉 내달리는 신기한 경험 말이야. 그걸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하더군. 그러니 너 스스로를 믿도 그냥 당겨야 하는 거야. 실행력을 만들 너만의 방법을 찾아야 해. 어떤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글쓰기가 저절로 시작된다든지, 같이 쓰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감일을 일부러 만들든지, 모임에 참석해서 억지로 글을 쓰든지, 카페와 같은 환경을 바꿔서 새로운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만들든지,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안된다는 생각을 벗어. 그리고 무조건 잘 된다는 생각도 버려. 잘 되게 하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찾는 거야. 그 길은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어. 가만히 누워 있지 말고 바깥에 나가서 길을 찾으라고, 나처럼 매일 도서관이나 서점에 찾아가. 그것도 하기 싫으면 누워서 계속 잠이나 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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