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는 몇 개의 구멍이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해부학적 질문처럼 보이지만,
오래전 사람들은 몸의 구멍을
단순한 구멍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사람의 몸에는
구규(九竅),
즉 아홉 개의 구멍이 있다고 했다.
얼굴에 있는 일곱 개의 구멍과
몸 아래의 두 개의 배출구를 합쳐
모두 아홉이다.
두 눈,
두 귀,
두 콧구멍,
하나의 입,
그리고 아래의 두 문.
모두 아홉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숨 쉬고,
입으로 먹고 말하며,
몸 아래의 두 문으로
필요하지 않은 것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래서 구규는
단순히 숫자로 세어지는 아홉 개의 구멍이 아니라,
몸과 세상이 서로 만나고
무언가가 드나드는 통로로도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를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배꼽이다.
배꼽은 태어난 뒤에는
더 이상 생명이 드나드는 통로가 아니다.
그러나 태어나기 전에는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던
생명의 통로였다.
그래서 배꼽을 하나의 ‘문’으로 바라보는 것은
해부학적인 의미라기보다
생명의 시작을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시선에 가깝다.
태중에서는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던 하나의 문.
그리고 세상에 태어난 뒤에는
몸에 남은 아홉 개의 문을 통해
세상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이렇게 바라보면
아홉 개의 구멍과 하나의 문,
아홉 개의 문과 하나의 시작이 함께 보인다.

문은 안과 밖을 나눈다.
그러나 동시에
안과 밖을 연결한다.
눈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귀로 소리를 받아들이며,
코로 공기를 들이고,
입으로 음식과 말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몸은 다시
무언가를 밖으로 내보낸다.
비어 있기 때문에 통할 수 있고,
열려 있기 때문에 생명이 오고 갈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무언가를 내보내며 살아간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먹고 배출하고,
보고 듣고 받아들이며,
다시 세상으로 무언가를 내놓는다.
몸의 문은
한 번 열리고 닫히는 문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며
안과 밖을 이어준다.
그렇다면
문을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당신의 몸에는 어떤 문이 열려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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