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 효과

서당개 효과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글쓰기 모임의 분위기는 종종 그 말을 떠올리게 한다.

첫 모임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몰랐다. 글을 쓴다는 건 나와는 거리가 먼, 어쩐지 거창하고 낯선 세계처럼 느껴졌다. 별생각 없이 ‘문장이나 한번 깔끔하게 다듬어 보자’는 단순한 마음으로 발을 들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달랐다.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엔 마치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문장을 가르고, 기승전결의 흐름을 짚어내고, 문장 호응과 맞춤법까지 세밀하게 집어내 주었다. 직접 맛보고 듣고 보는 듯 생생하게 써내려간 표현들과,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삶의 통찰, 그리고 제목 하나도 예술처럼 멋지게 뽑아내는 그 능력들이 마냥 신기했다. 마음속 깊은 상처를 조용히 꺼내어 다독이는 문장들, 심장을 간질이는 듯 몽글몽글한 문체, 그리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길을 잃은 글을 보며 마치 여행자들의 가이드를 자처하듯 방향을 잡아주시는 선생님의 지도와 그 미궁 속에서 길을 찾고 파안대소하던 순간들.

그저 그들의 문장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지켜보았을 뿐인데... 어느 날 문득, 내 안에서도 나만의 문장이 자라고 있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조용히 글들이 스며들고 있었다. 어쩌면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자라나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멤버들이 올릴 새 글을 기다리며 마음이 설렌다. 그리고 풍월을 익히던 이 자리에서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었음을 느끼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조비온

▶ 반두라의 사회 학습이론: 인간이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모델링(modeling)-타인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 학습의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보았다.

-사회학습이론 알버트 반두라 저, 이성진 역, 시그마프레스-

📖감상 한마디

현실 생활과 글쓰기 모임을 병행하시느라 글 쓰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멤버들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듣기만 하는 것에 미안함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소중한 자신의 시간을 글쓰기 모임에 할애해서 꼭 함께 해주시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가끔씩 훅훅 성장해있는 글을 공유해주시는 것에 대한 놀라움을 가진 채로 보내왔어요. 너무 매달리지 않아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안나

‘문장이 자란다’는 표현이 참 좋았습니다. 가끔 글을 내지 못할 때도 있으시지만 마음 먹고 써서 올릴 때는 한번에 쑥 일취월장하는 모습이 보여서 저 역시도 서당개효과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긴 문장도 적절한 표현과 바람직한 배치로 다듬어지면 쉽게 잘 읽히는 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ssy

많은 공감을 하며 글을 읽었습니다. 독자에게 숨김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몰입하게 해주는 장점을 가진 글이라 생각합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글들이 스며들고 있었다’는 말을 직접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한번씩 짜잔하고 올려주시는 글을 읽어보면 글을 쓰는 횟수가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또 한번 놀라곤 합니다.

-해온

적절한 속담으로 시작한 글을 통해 확실한 의미 전달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끝낼 때도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이 이어져서 아주 적절하게 끝마쳤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에 대한 부러움과 자신의 부족함을 얘기하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는 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솔직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평소 글을 볼 때도 그랬었지만, 남들과 다른 표현력이 있으시다는 걸 이번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광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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