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11월 셋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음악과 무용 공연을 모아 소개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모두 열한 편의 공연을 만나실 수 있는데요, 클래식 공연으로는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올해 처음 선보이는 BBC 프롬스 코리아 축제 공연 중 이지윤, 최하영 씨의 브람스 더블 협주곡 무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씨의 뉴서울필하모닉 협연 무대와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준비했습니다.
국악 공연으로는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의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 편>의 두 번째 무대, 입과손스튜디오의 <구구선 사람들>, 판소리 무대로 소리꾼 이다연 씨의 <박록주제 흥보가>와 광주광역시 무형유산 판소리 보유자 김선이 명창의 <동초제 흥보가>를 준비했습니다.
무용 공연은 안무가 에스더 살라몬의 <마/더스>, 안무가 장혜림 씨의 <회랑(回廊)에서; 총체성으로의 회귀>, 윤성주 예술감독이 이끄는 인천시립무용단의 <Water Castle 토끼탈출기>를 준비했습니다. 하단에 정리되어 있는 지역 공연들도 확인해보시고, 겨울을 향해 가는 계절에 건강한 관극 생활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국립오페라단이 <라 트라비아타>를 다시 올립니다. 지난해 선보인 프랑스 연출가 뱅상 부사르 버전으로, 부사르는 2019년 국립오페라단에서 올린 <호프만의 이야기> 연출을 맡으며 국립오페라단과 인연을 맺은 바 있습니다. 이 버전은 청바지를 입은 비올레타로도 화제가 되었는데요, 극 중 비올레타는 가죽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하며, 비올레타의 친구 플로라는 화려한 호피 무늬 의상을 입습니다. 알프레도 역시 현대식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오릅니다. 또한 비올레타가 코르티잔이 되기 전 어린 시절의 순수를 상징하는 소녀가 등장해 비올레타의 변화하는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올레타 역은 지난해 공연에서도 만난 바 있는 박소영 씨가 맡았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씨가 뉴서울필하모닉과 함께하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지아 씨는 2008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은 물론 오케스트라상, 리사이틀상, 그리고 파리음악원 학생들이 주는 최고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르며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워싱턴 내셔널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음악단체와 협연하며 국제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브루흐의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을 들려줄 예정입니다.
롯데문화재단에서 BBC 프롬스와의 협업으로 BBC 프롬스 코리아를 선보입니다. BBC 프롬스는 영국 BBC가 1895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세계적인 여름음악축제로, 이번 축제 무대는 개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여는 ‘국제 프롬스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2016년 멜버른, 2017년 두바이, 2019년과 2022년 도쿄를 거쳐 서울에서 축제가 열리는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데이비드 피카드 BBC 프롬스 예술감독은 여성 지휘자 및 작곡가와의 협업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졌는데요, 올 여름 프롬스 위촉 작품 중 3분의 2가 여성 작곡가의 곡으로 채워졌습니다.
피카드 감독은 “과거 여성 작곡가의 오케스트라 음악이 매우 적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미래를 위해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12월 2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다양한 공연 가운데 이번 호 허시어터에서는 이지윤, 최하영 씨가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는 네 번째 무대를 소개합니다. 이 무대는 서곡과 협주곡, 교향곡 모두 브람스의 음악으로 채워지는데요, 2015년부터 빈 필하모닉의 바순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편 2019년부터 지휘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여성 지휘자 소피 데르보가 지휘를 맡고,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씨와 첼리스트 최하영 씨가 브람스 더블 협주곡 a단조를, KBS교향악단은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합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SAC 월드스타 시리즈로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의 리사이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휴이트는 바흐 건반 작품의 최고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며 지난 2020년에는 라이프치히 바흐 메달 최초로 여성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올해부터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집을 연주하는 '모차르트 오디세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10년 만에 만나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바흐와 모차르트 외에도 헨델과 브람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환상곡 c단조와 피아노소나타 제14번, 바흐의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d단조, 헨델의 샤콘느,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에서 단편 소리극 모음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 편>의 두 번째 공연을 올립니다. 이 공연은 모파상의 단편소설을 판소리 1인극으로 각색해 주목받았는데요, 지난해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전통예술 부문 선정작으로 올려진 첫 번째 무대에서는 모파상의 단편 가운데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의 세 편을 선보였고, 이번 무대에서는 <노끈>, <대장 투안>, <29호 침대>의 세 편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소리꾼 박인혜 씨가 각색, 연출, 작창, 출연을 모두 겸했던 지난해 공연과 달리 매 작품마다 다른 소리꾼이 출연해 무대를 이끌어가는데요, 지난해 연말 낭독공연으로 쇼케이스를 선보였고 이를 다듬어 본 공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노끈>은 이예린 씨, <29호 침대>는 황지영 씨, <대장 투안>은 이승민 씨가 각각의 무대를 책임집니다. 낭독공연에 함께했던 박수빈 씨가 빠지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코러스로 송자연, 박두리 씨의 참여로 더욱 풍성한 소리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소리꾼 이다연 씨가 <흥보가> 완창 판소리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다연 씨는 6살에 판소리에 입문해 성창순 명창을 20여 년간 사사했고, 정응민-성창순으로 이어지는 보성소리 <심청가>를 이수했습니다. 2017년 <심청가> 완창 무대를 선보인 뒤 7년 만에 두 번째 완창 무대에 도전합니다. 그가 완창 무대에서 선보일 <박록주제 흥보가>는 동편제의 명맥을 잇는 소리로 통성으로 힘 있게 내지르는 시원한 소리와 말끝의 분명하고 강한 표현이 특징이며 박록주 명창이 간결하게 다듬은 사설과 골계적 대목의 재미가 높이 평가받고 있는 소리입니다. 바로 위에 소개한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 편>의 공연을 마친 박인혜 씨가 사회를 맡아 기나긴 완창 무대를 함께합니다.
지난 9월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재연을 올렸던 입과손스튜디오의 <구구선 사람들>이 이번에는 마포아트센터로 공연장을 옮겨 다시 관객들과 만납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판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무대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광주광역시 무형유산 판소리 <동초제 흥보가> 예능보유자 김선이 명창도 서울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김선이 명창이 들려줄 <동초제 흥보가>는 전남 고흥 출신 김연수 명창이 판형을 정리했으며, 2021년 광주광역시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김선이 명창이 보유자로 지정되었습니다. <동초제 흥보가>는 특히 '놀보 박타는 대목'의 잡가 덕분에 더욱 해학적인 마당으로 꼽히는데, 김선이 명창의 재담과 소리가 어떤 유쾌한 무대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됩니다.
모두예술극장에서는 기획공연으로 <마/더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무가 에스더 살라몬은 여성의 주체성, 페미니스트 계보, 여러 세대에 걸친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2014년부터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 '모뉴먼트'를 통해 초국가적, 초역사적 관점을 가지고 기존의 지배적인 서사에 도전하며 잊혔거나 감춰진 시각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보일 <마/더스>는 노화에 따른 모녀 관계의 변화를 탐구하는 공연으로 모뉴먼트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안무가 살라몬과 그의 어머니 에르제베트 갸르마티는 이 작품으로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모녀의 듀엣 무대는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며 관계의 변화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10월에 <이야기의 탄생> 공연을 마친 안무가 장혜림 씨는 신작 <회랑(回廊)에서; 총체성으로의 회귀>로 다시 관객들과 만납니다. 장혜림 씨는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소리(voice)'가 몸을 통과하며 어떻게 감정과 상태를 표현해 왔는지 되짚습니다. 제목의 '회랑'은 한국춤 본디의 악가무가 하나로 엮인 총체성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은유하며, 안무가는 춤과 소리와 몸이 연결되어 있던 악가무 시대의 회복을 꿈꿉니다. 컨템퍼러리 한국춤을 만들어가는 모든 안무가들의 고민인 전통과 현재의 관계가 이 회랑 위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무대를 지켜볼 일입니다.
인천시립무용단이 <Water Castle 토끼탈출기>로 서울 관객들과 만납니다. 윤성주 예술감독은 판소리 <수궁가>를 무용극으로 재해석했는데요, 제목의 워터캐슬'은 용궁이 아니라 회사명이며, 주인공 자라는 이 워터캐슬의 말단 직원입니다. 무능한 CEO와 말만 앞세우는 중역들은 일개 사원인 자라에게 불가능한 임무를 부여하며, 임무의 대상인 토끼는 자라에게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윤성주 감독은 효와 충을 내세우던 고전에서 약육강식과 각자도생을 읽어내며 시대적 공감을 꾀하고 있습니다.
-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터 필즈 &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세종예술의전당 (11.23)
-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터 필즈 &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11.24)
- 종이꽃밭: 두할망본풀이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2.07 )
-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12.10)
-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2.14)
-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12.18)
- 레 미제라블 댄스시어터 샤하르 |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2.13 ~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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