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비오는 날의 단상

비가 오면 생각나는 것들...

2025.04.22 | 조회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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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창밖에 봄비가 온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기억을 짧게 끄적여 본다.

<아버지와 고향집>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학교 들어가기 전이거나 초등학교 1,2 학년이거나....비가 많이 오던 어느 여름 고향 집 대청마루에서 아버지와 비를 바라보다가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비를 받아 마신 적이 있다. 낡은 슬레이트와 함석철판을 타고 내리는 빗물...소리는 듣기 좋았을지 몰라도 지금 생각해 보면 석면에 각종 화학 성분이 녹아 들었을 그 빗물은 안마셔야 했다고 생각한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들을라 치면 역한 빗물 맛과 함께 나도 모르게 그날이 생각난다. 왜 생각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빗소리와 아버지가 겹쳐서 연상 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아마도 초등학교 때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서 인 것 같다. 

<실비집과 그리운 이름들>

대학교 3학년 여름 여자친구와 대학 동창 주헌이를 만나 부천역 근처에 있는 실비집에 간 적이 있다. 당시 여자친구는 과천에, 주헌이는 정릉에 살았기 때문에 부천에서 만난다는 것은 나에 대한 친구들의 지극한 배려 덕분이었다. 당시 그 두 친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가 그 친구들을 더 좋아했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그날 부천에 살고 있던 은영이를 불렀다. 은영이는 내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했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같은 과 동기이기도 했다. 은영이는 시골 살 때 나름 형편도 넉넉하고,

공부도 잘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고 몇 년만에 만난 은영이는 왠지 소심하고 작아져 있었다. 그날 나는 실비집 1층 마루 너머 비 내리는 풍경에 반했고, 술에 취했다. 

가을 넘어 초겨울 은영이는 나와의 재회를 간절히 바랬고,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다 보니 같은 과 다니던 내 여자친구에게 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듣기로 여자친구가 내 공부를 핑게로 만남 주선을 거절했다고 해, 내가 핀잔을 주고 은영이와 나중에 통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은영이는 삶이 힘들다고, 이성 교제가 쉽지 않다고 등등 여러 얘기를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실비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비를 구경하던 장면은 지금도 선하다.

그 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세 친구 모두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때는 우리 사랑, 우리 우정이 영원할 줄로만 알았다. 당시 여자친구와는 당연히 결혼 할 줄 알았고, 주헌이랑은 평생 친구로 남을 줄 알았으며, 은영이는 명절이면 고향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이제 더는 그 친구들을 볼 수 없다. 그 시절 그렇게 가까웠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그 시절 그 때를 떠 올리면 아직도 그 이름이, 그 얼굴이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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