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기록해둔 영화 277편 중 별점 다섯 개는 다섯 편뿐이거든요

아는 여자

2025.02.28 | 조회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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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디! 어! 겨울이 끝나는듯합니다. 지하 공방에서 일곱 번째 해를 맞았고, 차가운 계절 적응하는 건 이번에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웅크리고 있었던 건 몸뿐 아니라서 운동도 잘하지 않았고요(그 와중에 맛난 건 어찌나 많던지). 언젠가부터는 생각을 멈추고 잠만 내리 잤습니다. 포동포동 호작담... 이번 주 중반부터 날씨가 푹해진 덕에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덩달아 식단 조절도 뒤따릅니다. 작업의 활기도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올해는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이라는 뉴스를 접했지만, 저는 그런 거 모르겠고요! 일단 추운 계절이 끝난 게 기쁠 뿐입니다!


 

 

어떤 형식이든 이야기 접하는 걸 좋아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공방 이름도 호작담으로 지었겠지요(좋을 호(好), 지을 작(作), 이야기 담(談))

퇴근 후 뽀송한 차림으로 드러누워 책 읽거나, 혼자 밥 먹으며 본 영화를 또 봅니다. 며칠 전, 극장에서 <브루탈리스트>라는 영화를 봤어요. 국내 개봉 전부터 외신의 극찬을 받고 있던 터라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3시간 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무색하게 쏜살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왓챠피디아'라는 앱에 본 영화를 기록해 둡니다. 본 날짜, 별점, 코멘트를 기록할 수 있어요. <브루탈리스트>는 별 네 개 반을 줬습니다. 아마 이 정도 별점의 영화는 살면서 적어도 다섯 번 이상 볼 거예요. 그러다 보면 별점 같은 건 얼마든지 달라질 거고요.

그러니까 이렇게 기록해둔 건 아마 2년 정도 된 일 같습니다. 전에 본 영화는 제외하고 그 무렵에 본 영화부터 기록하고 있어요.

별점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지만 '내가 이 영화를 이렇게 봤구나', '이 영화는 왜 이렇게 박하게 평가했나?'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 재밌고요. 다시 보면 다르게 느낄까 궁금증이 들기도 합니다. 기록해둔 영화 277편 중 별점 다섯 개의 영화는 다섯 편뿐이거든요. 그럼 누군가 제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물으면 저는 이 다섯 편 중 하나를 이야기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외국 영화 중에는 <이터널 선샤인>, 한국 영화 중에는 <아는 여자>를 꼽습니다. 두 작품의 각본에 빈틈이 없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고요. 연출이 완벽하냐고 물으면 마찬가지로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빈틈이 좀 있는 작품에 애착을 느낍니다. 물론, 빈틈이 너무 크거나 빈틈만 있는 건 곤란하지만요. 책이든 영화든 그래요. 어느 정도 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어야 작품에 머무를 수 있다고 느껴요. 이 두 작품은 그렇게 곁을 내어준다고 느낍니다.

제가 왓챠피디아에 별점과 남긴 코멘트를 일부 공유합니다. 궁금한 영화 있으시거든 쉬는 틈에 들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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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공방에서 점심 먹으며 다시 <아는 여자>를 봤어요. 2004년 개봉작이니 생소한 분들이 더 많으실 듯합니다.

한때 잘 나갔던 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은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습니다. 여자가 떠난 직후 치성은 코피를 흘립니다. 찾아간 병원에선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말아요. 하루아침에 사랑과 삶을 잃게 된 거지요. 실의에 빠져 선배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술 석 잔 만에 고주망태가 됩니다. 한이연(이나영)은 그곳에서 바텐더로 일합니다. 인사불성이 된 치성을 업고 여관에 가요. 한참 뒤 정신이 든 치성이 이연에게 '나 무거운데 어떻게 데리고 왔냐'라고 물으니 접어서 봉투에 담아왔다고 말합니다. 이연은 아주 오랫동안 이연을 좋아하고 있었지요.

극중 어느 단역 배우의 대사가 그렇습니다. "사랑이 뭐 별것이냐고요. 이름 묻고, 전화번호 묻고, 그날 저녁에 전화하고. 그러다 정이 들면 사랑이지." 저는 이 대목을 참 좋아해요.


 

 

작담이 통신 쓰면서 스스로에 대해 인지하게 되는 게 많습니다. 글 쓰는 건 자아성찰에 도움이 되는 거군요. 저는 스스로를 '무색무취한 사람', '개성 없는 사람'이라고 늘 여기며 살았거든요. 구독자분들께 글 드리며 되레 저를 찾아갑니다. 호호.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2월 넷째 주, 작담 플리

<비비 - 행복에게>, <비비 - 겨울>,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의심스러워>, <G-DRAGON - TOO BAD(feat. Anderson Paak)>, <W - Shocking Pink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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