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포기만 하지 않으면 폭풍 성장은 보장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참 쉽죠?

2025.01.10 | 조회 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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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담이 통신

목수의 아무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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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드 인디고>의 여주인공 클로에에게 생긴 일이에요.

깊은 밤, 얼어붙은 창문을 뚫고 들어와 어떤 꽃씨가 클로에의 입에 들어갑니다. 잠에 빠진 클로에는 그 씨앗을 삼키게 되고 그녀의 폐에는 눈이 쌓여요. 그렇게 자리 잡은 씨앗은 수련으로 피어납니다. 창문으로 날아든 작은 씨앗 하나 때문에 결국 그녀는 죽음에 다다르죠. 

좋아하는 영화 감독이에요. 미셸 공드리는. 그의 영화가 세상 제일이라 단언할 수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제일이 아닐 수 없어요.
좋아하는 영화 감독이에요. 미셸 공드리는. 그의 영화가 세상 제일이라 단언할 수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제일이 아닐 수 없어요.

영화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고요. 손가락에 박힌 나무 가시 탓에 너무 아프다는 이야기를 돌려돌려 해봤습니다. 눈곱보다 작아 이렇게 하찮을 수가 없는데, 이것 때문에 일상이 따가워요. 하필 중지 손톱과 살이 맞닿는 부분이라 빼내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한차례 피를 보면서 들어내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습니다. 어쩌면 평생 가시와 함께 지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반려 가시로 받아들여... 왼손에는 뭉툭한 것에 긁혀서 난 상처, 오른손에는 먼지 같은 가시. 사람은 이토록 바스러지기 쉬운 존재였나요?


 

 

일종의 폐관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자라는 건 배우는 동안이 아니라 문 걸어 잠그고 스스로 무한 반복하는 동안 이루어지죠.

저는 대학에서 영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취업은 시각 디자인 분야로 했고요. 보통 시각 디자인 학과는 성적+실기 시험을 보는데, 영상 학과는 그런 게 없거든요. 고로 저는 입시 미술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초교 시절, 화가의 꿈을 꾼 경력은 있었지만요. 

애초에 '디자인'이 아니라 '광고'에 방점을 두고 진학한거라 포토샵, 일러스트 같은 프로그램도 생전 처음 겪게 되었지요. 영상 분야로 취업했으면 그럴 일 없었겠지만, 시각 분야로 취업하며 그림은 내내 저의 컴플렉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 동네 화실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영 어렵더라고요.


 

 

최근에 인천문화재단 통해 전시에 참여한 일이 있습니다. 여러 작가가 참여하는 부스라 각자 하나의 작품을 출품하라더군요.

전시 기간 중 다른 업무로 바빠서 현장에 가지 못했는데, 재단 담당자분께서 '어느 갤러리에서 작가님 cv와 포트폴리오를 원하신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연락처 전달받아 통화하던 중 갤러리 관장님은 '조각과 스케치가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하시는 거죠. 오잉... 저는 스케치는 출품하지 않았거든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조각은 제 작업이 맞는데, 그림은 다른 분이실 거예요. 저는 조각만 한 작품 출품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조각이 너무 좋으니 꾸준히 하시면 좋겠고, 작업을 스케치로도 표현하시면 좋겠어요. 하시더라고요. 

'그렇지... 그림은 언제나 내게 숙제였지.'

출품한 작품은 <높은 곳에 서있는 사람 (bass, 120x90x300mm)> 이었습니다.
출품한 작품은 <높은 곳에 서있는 사람 (bass, 120x90x300mm)> 이었습니다.

 

 

아시는 분 계시겠지만 얼마 전 아이패드를 샀습니다. 인생 첫 아이패드. 호호. 정말이지 고심 끝에 구입했어요. 유튜브 머신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에!

주된 목적은 노트북 대신 들고 다니며 글쓰기였어요. 바깥 나갈 일 있으면 맛 좋은 커피가게 찾아다니길 좋아하는데, 노트북 쓰려고 자꾸 대형 카페를 가는 게 서글프더라고요. 작고 맛좋은 카페 소중해...

그리고 계획에 없던 클래스101 회원권을 구매했습니다. 마침 할인하더라고요. 본래는 새로운 설계 프로그램을 익힐 요령이었으나 한동안 아이패드 드로잉 수업만 듣고 있습니다. 이제 챕터 하나만 마치면 수업이 끝나요. 앞으로는 선생님의 튜토리얼 없이 스스로 그려야 할 텐데요. 과연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그동안 폐관 수련하며 그린 그림을 자랑스럽게 올려봅니다. 선생님이 그리는 것을 보며 따라 그린 것에 불과하지만, 시작은 반이니 저는 벌써 절반에 다다랐습니다. 본격 실력 상승의 기회에 다다랐다고요!

요것은 텀블러
요것은 텀블러
요것은 산토리니의 어느 건축물
요것은 산토리니의 어느 건축물
요것은 파이
요것은 파이
요것은 방울 토마토와 천과 우유병
요것은 방울 토마토와 천과 우유병

꽤나 쓸만하죠? 말씀드렸듯 선생님이 그리는 걸 그대로 따라 그렸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그릴 것을 찾아 선을 고민하며 그리고 지우길 반복할 거예요. 포기만 하지 않으면 폭풍 성장은 보장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참 쉽죠?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1월 둘째 주, 작담 플리

<웨스턴 카잇 - 짝사랑>, <이고도 - Mouse>, <Sultan Of The Disco - Waiting For Your Calling Back>, <알레프 - 창문>, <안희수 -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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