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고 열이 좀 나는가 싶습니다. 그래도 할 건 하는 게 어른의 삶 아니겠습니까? 작담이 통신 예순두 번째 글을 씁니다.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죠. 자꾸만 일이 꼬이고 불행이 겹겹이 쌓이는 것 같을 때요. 어제는 프로그램 진행 준비 마치고, 수업 시작 40분 전 나무에 생긴 문제를 알아차렸습니다. 예상치 못했어요. 왜냐면 동일한 조건에서 자른 다른 나무에는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글을 쓰는 지금도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목공 기계는 회전을 통해 나무를 깎기 때문에 회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진동과 그로 인해 설정값이 미세하게 틀어졌을 가능성을 가늠해 볼 뿐입니다.
한동안 운동 못한 게 마음에 걸려 밤 등산 가던 중, 오만가지 이상한 운전자를 목격하며 짜증 부리는 스스로를 인지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주차를 왜 대각선으로 해서 다른 차들 가로막는 건지, 한밤중 고속도로에서 라이트를 안 켜고 달리는 차는 왜 가뜩이나 새까매서 날 놀라게 만드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은행 OPT를 잃어버렸어요. 저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으로 인천에서 유명하거든요. 당황스럽습니다.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린 채 잠든 밤사이, 좋아하는 축구팀은 중요한 대회 준결승에서 탈락했습니다. 지구 반대편 그들의 공놀이는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예네들도 안 도와주네' 싶은 거 있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동화 속 사물이나 동물에 의인화하듯 사사건건 의미 부여하기 시작하니 끝도 없는 거죠. 글 쓰는 목요일 낮까지 짜증이 치솟아 뾰족한 모양새였으나, 글 쓰며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기로 합니다.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거니까요.
연휴가 길었던 탓에 정신 좀 차려볼까 하니 어느덧 목요일이에요. 다시 주말 맞을 준비를 합니다. 5, 6 월은 야외 행사가 많은 달이에요. 저는 주변 서점 사장님의 요청으로 행사 스텝 일을 몇 차례 하고요. 입점해 있는 기업에서 여는 팝업에 참여해 제품 판매와 클래스를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겨울에는 지독하게 싸늘하던 공방에도 다시 활기가 돕니다. 그 와중에 공방장이 비실비실 거리고 있는 거예요. 호호.
혼자서 공간 꾸리다 보면 가끔 '내가 하고 싶었던 건 하나도 못하고 있네'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왜 개인 작업이 그렇게 더디냐고 묻기도 하는데요. 저도 개인작업 많이 하고 싶은데 주문 들어온 소가구를 만들기도 하고요. 메일로 요청받은 서류를 제출하느라 반나절을 쓰기도 합니다. 청소하다 보면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있고요. 퇴근길에는 문득 그래서 내가 하루 종일 뭘 한 거지 생각하는 날도 많아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5월 둘째 주, 작담 플리를 전해드립니다.
<Lianne La Havas - Green & Gold>, <권진아 - 운이 좋았지>, <정승환 - 우주>, <전기뱀장어 - 별똥별>, <Aaron Tayler - Can't Be Brothered(feat. Kota the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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