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실이다. 왜 변하는 것이냐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물음은 공허하다. 그냥 그렇게 된 것뿐이다.
릴리즈 타이밍마다 찾아듣던 팟캐스트 방송을 이제는 듣지 않는다. 아이폰 액정화면이 그리 거대한 것도 아닌데 어쩐지 손길이 잘 닿지 않더라. 미미하게 시작했던 방송은 커다란 규모로 성장했다. 타고난 청개구리 심보 탓에 남들이 좋다 좋다 호들갑 떨면 금세 먼발치까지 거리를 두지만, 그럼에도 그 방송이 잘 되길 바란다. 그들이 탈 없이 승승장구하면 좋겠다. 성실한 사람들이 성실한 시간을 견디며 성실하게 꾸려낸 결과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변했다. 변한 것은 현상에 불과하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균열은 변화의 반대편에서 발생한다.
어느 회차에서 뜬금없이 초심을 되찾겠노라 선언한 그들은 새로 개설한 코너에서 된소리 들러붙은 욕을 쏟아냈다. 글쎄. 떠오르는 건 과거가 아니라 '왜 이러지?' 같은 의문뿐이었다. 과거에 한 욕이 날 것이었다면, 지금 한 욕은 초정밀 필터에 거른 것에 가까웠다. 개나리, 십장생, 시베리아... 뭐 그런. 일종의 느낌을 건네는 것들. 단출하게 시작한 방송이 성장을 거치며 직원들이 생겼겠지. 그리고 규모가 커질수록 책임질 입은 늘어났을 것이다. 당연히 날것의 욕을 늘어놓기에는 위험부담이 뒤따른다. 초심 되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식구들의 입을 책임지는 일이다. 추측건대, 욕을 하는 것이 가장 쉽게 초심을 찾는 방법이었으리라.
고교 시절 즐겨 들었던 라디오 방송에서 DJ는 그렇게 말했다. "왜 사람이 변하면 안 되죠? 왜 그것 때문에 욕을 먹어야 해요? 상황이 달라지고 위치가 달라지면 변해야죠. 저는 그게 멋지다고 생각해요."
방송인 유재석을 예로 들어보자. 대학 개그제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상을 수상하자 기분이 언짢았는지 한쪽 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른 손으로 귀를 후비며 수상대로 향했던 그가 지금은 겸손과 성실의 아이콘이 됐다. 스스로 철이 없었다고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걸 들은 기억이 있다. 무한도전과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 진행하며 스스로 추격전 역량이 부족함을 느꼈던 그는 금연과 운동을 꾸준히 이어오며 되레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더 높은 에너지 레벨을 선보인다.
그는 변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사실이다. 사람이 변하고 사랑도 변한다. 의심에 젖어 뒤로 돌아가는 고갯짓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변화의 방향.
공방에 틀어놓은 노래는 대체로 적막을 깨는 용도로 활용하는데, 유독 어떤 노랫말이 박히는 날이 있다. ‘지겹게 있어줘. 절대 먼저 떠나지 말아 줘’
애정 갖는 이를 향한 마음의 형태는 저마다 다르겠다. 동그란 마음과 구겨진 마음과 물 같은 마음과 빛나는 마음과. 어쩌면 구름 같은 마음일 수도 있다.세상엔 예쁘고 갖춰진 말이 많아 이제 나는 그보다 짙은 말을 찾을 자신이 없다. 기억 속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어떤 고백보다 짙게 닿았다. 지겹게 있어줘. 질척이는 사랑고백.
어머니가 챙겨준 보리밥과 열무 이파리를 챙겨 공방에 왔다.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 오이소박이를 넣은 뒤 열무 이파이를 대충 찢어 넣었다. 그와중에도 반숙 달걀 프라이는 포기할 수 없어서 정성스레 써니 사이드업을 완성. 흠결 없이 독립된 개체로서 노른자는 보기에 좋다. 플레이팅 후 사진을 찍으면 그만한 포인트가 없을 정도로. 그러나 서글프게도 프라이 밥 위로 옮겨 담다가 노른자가 터지고 말았다. 노른자 한구석이 흐트러져 흰자 영역으로 삐죽 색이 섞여들었다. 끈적하며 노랗고 희게 뒤섞이는 모습에 문득 질척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최근 글 쓸때는 대체로 마지막에 쓴 문장을 지우면서 매듭짓는다. 정해놓은 법칙 같은 건 아닌데, 어쩐지 마지막 문장은 군더더기나 미련같이 느껴져서. 지우고 읽어도 큰 문제 없다면.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5월 첫째 주, 작담 플리를 전해드립니다.
<Sunrise Academy - Wondering Why>, <Peach Pit - Tommy's Party>, <鄧麗君(등려군) - 月亮代表我的心>, <이병우 - 먼길>, <다니엘 - Hi Bye, Goo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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