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담이 통신] 상상이라는 건 극도로 예민한 물고기와 같아서

유난히 더운 한 해가 될 거라던 예보가 마뜩잖아지는 시점입니다.

제가 지내는 곳은 예년에 비해 되레 벚꽃이 덜 피었고요. 기온도 낮습니다. 이런 말을 쏟는 건, 아마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일 거라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일 거예요. '가벼운 옷을 꺼내야겠지?', '초록이 고개 내밀겠지?' 같은 여러 가지 물음에 바로 답할 수 없으니 자잘한 눈초리로 하늘을 째려보는 것이겠지요.

지하 공방은 언제나 지상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합니다. 여름은 천국이지만, 겨울은 냉혹해요. 무더위를 바라는 사람일 수밖에 없지요. 계절의 변화처럼 호작담도 늘 크고 작은 변화를 맞습니다. 매일 쓸고 닦는 청소부터 시작해 새로운 수업을 열고, 재밌는 콘텐츠를 떠올립니다. 일단 호작담 유튜브를 다시 운영하려고 해요. 유튜브 채널은 코로나 무렵에 시작했고, 1년 4개월 동안 19개의 영상을 업로드했습니다. 대부분 메이킹 영상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구독자 대부분이 외국인입니다. 소통 없는 고요한 채널이 되었지요. 이번에는 전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내용과 소스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하반기 초입에는 닻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과연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가늠이 어렵지만요!

곧 새로운 걸 배우기 시작해요! 바로 영화 분석, 평론 수업입니다. 뜬금없을 수 있지만, 제가 또 올빼미 영화관 운영자이기도 하니. 조금 더 다채로운 이야기 나누고 싶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파고들고 싶더라고요. 영화 평론을 배우는 건 목공방 운영과 무관하다면 무관한 일이지만, 이면에는 연관이 없을 리 없다고 여겨요. 호작담은 제가 갖는 생각과 그걸 드러내는 방식이 몹시도 중요한 브랜드라고 인지합니다. 호작담은 나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믿기에 새로운 배움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상상이 머릿속에서만 맴돌 때가 있어요. 그걸 꺼내놓는 순간이 무척 중요해요. 상상이라는 건 극도로 예민한 어떤 종류의 물고기 같아서 옮겨 담는 물의 온도나 염도 등이 맞지 않으면 순식간에 죽거나 변질될 수 있더라고요. 어떤 말로, 어떤 문장으로 꺼내놓는지에 따라 기깔나게 멋진 순간을 맞습니다. 물론, 수업하나 듣는다고 대단한 변화나 성장이 있을 거라 생각지 않아요. 그건 과도한 욕심이에요. 그저 성실한 출석률로 보답하겠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을 마치고 잠시 틈 생기면 작은 서랍장을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집에서 쓰려고요. 목공의 이로운 점은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시간과 몸이 축나 고단하다는 해로움을 동시에 갖습니다. 번거로울 때 기성제품도 곧잘 사요. 하지만 서랍장 놓으려는 공간의 제약이 많아서 정해진 크기여야만 하는 것이지요. 기왕 만드는 거 과정을 담아서 유튜브 소스로 활용해야지... 이 삶은 모든 게 재료로 활용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요. 호호. 목공을 배우고 익히며 늘 저희 집에는 실패한 작업, 시도해 본 작업들만 있었거든요. 이제는 예쁜 것을 들여놓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남들 눈에도 예쁜 걸 만들 수 있지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5년 4월 둘째 주, 작담 플리를 전해드립니다.

<이소라 - 데이트>, <015B - 세븐 브리즈(feat.Ldy)>, <권월 - 넨네에게>, <Antonio Carlos Jobim - Arpoador>, <Electric Light Orchestra - Mr. Blue 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