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계절은 유난히 지난 기억이 떠오릅니다. 기억인지, 추억인지는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유독 겨울을 그렇게 느껴요. 두꺼운 옷으로 마음을 여미고 자칫 채화되어 바깥으로 흩어질까 한껏 웅크리고 있는 탓일 거예요. 둔감해 보여도, 미련해 보여도. 어쩔 수 없어요. 이 계절은 부둥켜안고 가기로 합니다.
추운 계절이면 술이 그렇게 마시고 싶어요. 그렇지만 저는 병원 가면 “일주일에 음주 몇 회 하시나요?” 물음에 “일주일… 한 달에 한 번... 마실까 말까 해요.”라고 답할 만큼 음주 횟수가 적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 술 좋아하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해요. 좋아한다고 늘 곁에 둘 수 없잖아요. 저는 왕왕 “어른은 참을 줄도 알아야 해요.”라고 지인들에게 으름장 놓는단 말이에요.
공방 냉장고에 붙여둔 출력물 '음주 목공 절대 금지'라는 말은 공방에 프린터 들인 날 처음으로 뽑은 출력물입니다. 스스로도 그렇고, 수강생들에게도 언제나 하는 말은 ‘몸의 건강보다 중요한 작업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거예요. 새벽까지 작업하는 날이 잦다 보니 음주는 자연스레 멀어집니다. 목공은 건강에 이토록 이롭군요? 게다가 운전해야 하는 날이 잦아 그렇고요. 어쩐지 술 마시고 싶은 날은 운전을 해야 하고, 차 없이 출근한 날은 귀신같이 별생각 안 들어요. 하여간 간사한 인간입니다. 더불어 저는 위풍당당한 안주 러버로서 과식을 멈출 자신이 없어요. 아니, 애초에 멈출 생각도 없어요. 제가 또 소문난 소아비만 출신이라 예민하단 말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같이 마실 사람이 없습니다. 엉엉.
늦여름부터는 술을 조금 잦게 마셨는데요. 집에 저렴한 와인을 한 병 사두었습니다. 귀가 후 씻고 나와 텀블러에 와인을 아주 조금만 담아요. 종이컵 반 잔 정도. 그리고 침대에 누워 빨대로 와인을 아주 찔끔 마시며 ‘아이고 되다…’ 중얼거리는 게 낙이었더랬지요. 몸이 너무 힘들어서 뭐라도 달랠 게 필요했어요. 한 병 비우는데 한 계절을 다 썼습니다.
서른 살 이후로는 곡주를 좋아했습니다. 아버지 제사 지낼 때 한두 잔 먹던 것에 맛 들인 게예요. 한참 놀러 다니던 때에는 ‘도쿠리’라고 부르는 데워먹는 사케를 좋아했더랬지요. 겨울에 맑은 정종 멋들어지지 않나요? 요 며칠 유튜브로 사케 레시피를 봅니다. 뭐든 먹고 싶은 건 일단 레시피를 들춰보는 습관… 근데 만들기가 어렵지 않더라고요? 주재료인 쌀과 누룩, 이스트가 있으면 되는데 모두 쿠팡에서 구할 수 있으니 혹하지 않을 수가 없죠.
친분 있는 편집부에서 술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문득 생각이 나서 글을 써봤습니다. 연말이다 보니 한 해를 정리하는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글 쓸 날이 좀 더 남은 거 있죠? 조금 더 멋들어진 연말 결산을 위해 남은 보름가량 힘차게 지내봐야겠습니다. 모두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요, 다음 주에 또 뵈어요!
한 주간 많이 들었던 음악을 늘어놓는 작담 플리 2024년 12월 둘째 주, 작담 플리
<김필선 - Mama>, <어바웃 - Ice Cream Man In The Town>, <민수 - 커다란>, <노영심 - 안녕>, <검정치마 - Ling 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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