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옮기다 날카로운 모서리에 손이 베였습니다. 베인 것치고는 크고 깊어 한참 피를 덜어내고 나서야 반창고 붙일 수 있었어요.
손 베이는 건 별일이 아닙니다. 뾰족하고 거친 것 다루는 것이 일이니 그렇지만, 일상에서도 손 베일 일은 무수히 많으니 목공과 연관 깊다 말할 수도 없지요. 실제로 저 아는 분들은 아실 수 있지만, 상당히 허당이라 뭉툭한 것에 부딪히고 뜬금없이 피 흘리기도 합니다. 도대체 이 매끄러운 표면에 어떻게 부딪히면 피가 날까 생각들 만큼요. 언제부턴가 어디 다치거나 아플 때 그것에 대한 상처 고민하는 게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벌어질 이후의 일을 고민합니다. 이를테면 손에 반창고를 붙이고 난 뒤 '기타 연습을 할 수 있나?', '작담이 통신 쓰며 키보드 누를 때 하필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이잖아?', '오늘은 나무 안 만져도 돼서 다행이다' 같은 생각이 앞서는 거예요.
어렸을 때는 아픈 게 좋을 때도 있었어요. 적당히 머리가 아프면 이마를 손으로 가리키며 나 아프다고. 어지러워 견딜 수가 없다고 엄살 부리고 조퇴할 수 있었으니까요. 엄마한테 '나 열나는 것 같아~' 칭얼대면 엄마가 물수건 이마에 올려주고, 죽 끓여주며 나한테 관심 쏟아주니까. 근데 이제는 아프면 고스란히 내 손해가 돼요. 오늘 미룬 일은 내일 나의 몫이 되고, 편히 쉬는 것 아니라 불편한 마음으로 물 위 부표처럼 둥둥 떠 있어요. 이것이 어른일까요? 다행히 베인 손가락의 피는 멎었고,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데에는 지장 없습니다. 검지 하나 못쓴다고 무슨 일 생길 기타 실력도 아니니 문제없을 거고요. 마데카솔 바르고 밴드 몇 번 갈아주면 금세 나을 거예요. 그만큼 시간은 성실히 흐르고, 우리의 몸은 정직하니까요. 요 며칠 운동 못하고 야근하며 뭘 먹었더니 순식간에 몸이 무거워진 기분입니다. 등산을 가야겠어요. 그 또한 정직한 활동이니 믿어보기로 합니다.
여름 한가운데부터 가을 초입까지 무척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여전히 분주한 틈 사이 어딘가에 있고요. 11월 초까지는 흐름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정신없는 와중에도 놓치면 안 되는 것들 붙잡기 위해 부지런히 스케줄러에 일정을 적어둡니다. 이런 흐름 속 가장 중요한 건 미루지 않는 거예요. 무언가 요청받고 '이따가 해야지' 생각하면 반드시 잊어버리고 말거든요.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바로바로 해야 합니다. 자칫 나중에 눈물 콧물 쏙 빼는 수가 있다고요. 이 일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어서 한겨울에 접어들면 일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새 공간 열거나 공간을 새로이 단장하거나, 새 취미 갖는 사람들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가만히 앉아 궁핍할 겨울 떠올려보니 지금 자는 것마저도 더 줄여야 하나 싶은 거 있죠? 허허.
코앞에 닥친 일 정신없이 해치우다 보니 몸이 고돼요. 미룰 수 있는 건 한없이 미뤄뒀는데요. 매일 밤 귀가하며 혼잣말을 구시렁구시렁 내뱉습니다. "텀블벅 페이지 만들어야 하는데. 해야지, 해야지 말만 몇 주째야... 내일은 조금이라도 해야지.' 그리고 다음날 되면 야근하거나, 귀가 후 기절하듯 잠듭니다. 내일부터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배분해서 미뤄둔 일을 해야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같이 대학 입학과 졸업했고, 같이 군대도 다녀와 꽤나 각별한 친구예요. 디자인과 특성상 남자가 귀한 와중에 합이 잘 맞기도 했으니까요. 보통 어린 시절 친구가 오래간다고 하잖아요. 근데 제 경우는 다르더라고요. 야만의 시대였던 2000년대 초반, 남중 남고 함께 다닌 친구들은 졸업 후에 잘 보지 않습니다. 졸업 직후 몇 차례 모임에 갔는데, 아니 글쎄 1차 술, 2차 당구장, 3차 게임방을 가는 거예요. 저는 당구 안 치고 게임 안 하거든요. 게임방에서는 담배 피우러 우르르 나가는데, 비흡연자인 저 혼자 우두커니 남아 있고요. 오히려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 잘 지냈습니다. 지금 연락하고 지내는 것도 대체로 대학 친구들이고요. 그렇다고 제가 대학 친구를 자주 만나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는 가까운 친구도 분기에 한번 보면 아주 짧은 텀으로 여기거든요.
결혼식 갈 때는 왠지 모르게 들떴어요. 오랜만에 친구들 잔뜩 보겠구나 싶었지요. 근데 웬걸, 대학 친구들은 거의 오지 않았더라고요. 사정이 있어서 못 온 친구, 결혼하는 친구와 연락하지 않는 친구. 다양하겠지만, 저는 혼자 시무룩. 내 결혼도 아닌데 괜히 신나게 갔다 싶어서 또 시무룩. 평소에나 잘 챙길 것이지 뭐 이런 날 그러나 싶지요? 호호.
괜찮은가 싶어 밴드를 풀고 자판 두드렸는데요, 금방 다시 아파져서 새 밴드를 급하게 둘러멨습니다. 오늘 밤 기타 연습은 쉬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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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빵 쌓여있는거 되게 귀엽다. ㅋㅋ 테두리가 진짜 식빵처럼 더 어두워도 귀여울거 같아….그리고 기다리다 지치지 마세요 작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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