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계절에는 날벌레가 많습니다. 내내 이 순간만 기다린 듯 맹렬하게 빛과 나를 향해 달려들지요. 나는 빛나는 사람인가 찰나의 착각이 들었지만, 그건 별개의 일이었습니다. 원수를 진 사이도 아닐진대, 앞뒤 없이 휘젓는 손은 어찌 그리 바쁠까요? 아니면 지난 생에 진 원수 탓에 필연적으로 맞닿게 된 사이일 수도 있겠지요. 알길 없는 일입니다.
유월은 바깥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습니다. 행사 스텝 일을 하기도 하고요, 행사에 셀러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외부로 수업 나가기도 해요. 밤에는 선선한 바람 이는 날들 잦으니 바깥 테이블에서 식사도 많아요. 더운 계절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바깥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오래전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목공 학교 회식하던 식당에는 파란 등불로 탁탁 소리 내며 벌레 잡는 기구가 있었지요. 연신 이어지는 탁탁 소리에 제가 "아프겠다" 혼잣말 중얼거리니 옆자리 형이 곧 "곤충은 통점이 없어. 아픔을 느끼지 않아"라고 말했어요.
그때 제가 울컥해서 "형이 벌레가 되어봤어요? 저들의 고통을 왜 규정짓는 거예요!"라고 장난치며 말했지만, 사실 그들의 통점 유무 여부는 제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일종의 이솝우화 같은 거예요.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치환하며 간접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무용한 일을 하냐면요. 재밌잖아요. 모든 이야기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전해지는 건 아니니까요. 나무 작업할 때도 무용한 것을 좋아하는 것 보니 이건 아무래도 타고난 성질이지 싶습니다. 제가 조금 더 맛깔나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왕왕해요.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해요. 당장 주말이면 제주도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한다고 하지요. 제가 있는 중부지방도 다음 주부터는 본격 장마가 시작될듯합니다. 정말 긴 장마가 될 거예요. 그러면 또 아주 다른 경험을 하겠지요. 바깥에 놓인 의자는 지붕 아래로 자리를 옮길 테고, 쏟아지는 비 구경하기 좋은 곳을 찾거나, 지긋지긋한 비는 도대체 언제 멈추냐며 불평을 늘어놓기도 할 거예요. 맨발로 슬리퍼나 샌들을 신기도 하겠지만, 빗물 탓에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요. 습도와 빗물 탓에 머리를 세팅하는 건 무의미하겠네요. 자주 모자를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작담이 통신에는 작담 플리를 늘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잊은 건 아니고요. 정신없이 일이 많은 탓에 새로운 음악 찾아 들어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알아서 새로운 음악 골라주는 첨단 시대에 이게 말이 되나 싶지만요. 그렇게 되고 말더라고요. 듣던 것만 거듭하게 되는...! 여름의 한가운데에 서면 바쁜 일이 많이 줄어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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