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물을 준 화분처럼 웃어보이네

취미는 사랑

2025.06.20 | 조회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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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좋아하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작담이 통신에 쌓인 글 중 벌써 몇 편은 좋아하는 마음에 관한 것이에요.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일상을 영위하며 무한한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좋아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고 종착이므로 반드시 무엇을 끌고 와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 마음만으로도 무척 벅찬 일이니까요. 무한한 동력이라는 표현이 너무 거창한가요? 사실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데요.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작품의 굿즈를 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버는 행위가 그렇지요. 손꼽아 기다리던 공연의 티켓팅 위해 끝없는 눈치싸움과 손가락 튕기기는 또 어떻고요.

일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저는 무언가 덕질해본 적이 없다고요. 그렇게 절절한 마음도 없다고요. 그건 정말이에요. 나무 만지는 일을 한다고 목재를 향한 애정이 몹시도 짙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습니다. 슬프게도 사실이에요.

낯선 관계의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주제에는 왕왕 취미가 포함됩니다. 거리감과 무관하며 공감대 형성에 유리하기 때문일 거예요. 난처해질 염려도 적고요. 독서, 영화 감상, 운동... 뜨개... 요즘은 SNS도 취미라고 할 수 있을까요? 취미의 범주는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에서 끝날까요? 과거 많이 들었던 노래의 제목은 '취미는 사랑'이었습니다. 제목만 들으면 막연히 바람둥이의 노래인가 싶었어요. 노랫말을 곱씹으면 그렇지 않더라고요. 아래에 적을 테니 가볍게 읽어보세요.

 

가을방학 - 취미는 사랑
가을방학 - 취미는 사랑

좋아하는 사람을 떠 올리고 그와 나누는 대화와 장면, 온기를 느끼며 웃어 보이는 것이 그녀의 취미라는 거예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대목입니다. 어쩌면 저는 '덕질'이라는 낱말이 무거웠던 것일 수 있습니다. 매일 떠올리며 한시도 미워할 수 없고, 능숙해야 하며 언제나 앞서야 한다는 사명감은 무게가 없지만 무엇보다 무거우니까요. 취미는 그리 어렵지 않군요.

저는 선선한 거리감을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나와 상대방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있어서 틈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정도의 거리. 취미는 그런 게 아닐까 문득 떠올렸습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것의 당위에 관해서도 떠올려보자고요. 저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영화관에 가는 걸 좋아했었어요. 과거형 표현을 쓰고 말았습니다. ott 서비스가 활발해진 가운데 영화 티켓 가격이 폭등했고, 그에 따라 영화관 서비스가 나아졌냐면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여전히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관 향하는 발걸음은 줄어들었습니다. 영화관에 가는 걸 좋아했던 건 그 자체의 경험 때문이었어요. 쾌적한 공기와 달콤한 향기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기분 같달까요? 크고 폭신한 의자에 앉는 건 무언가 날 안아주는 기분이에요. 깜깜한 조명과 시야에 가득 차는 화면이 펼쳐지면 근심과 고민에서 조금은 멀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런 저 조차도 극장에 가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으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아무튼, 좋아하는 일에는 당위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영화보다 영화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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