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작담이 통신] 진흙투성이가 돼라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라는 것

2025.07.18 | 조회 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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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끝났다던 장마는 다시 몰려와 우리 집 창문을 쿵쿵 두드렸고, 열어줄 마음 없는 저는 멀찍이서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합니다.아니, 열어달라는 뜻이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덩치가 큰 장마는 그저 제 갈 길을 갈 뿐이었고, 그 주변에 제가 머물렀을지도 몰라요.

도파민 중독자인 저는 요즘도 쇼츠와 릴스를 많이 보는데요. 어떤 쇼츠에서는 어른이 되는 건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런 게 어른이라면 저는 너무 어려서부터 어른이었던걸요.

좋아하는 만화 슬램덩크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화려한 기술을 가진 신현철은 도미... 네게 화려하다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채치수! 넌 가자미다. 진흙투성이가 돼라."

팀의 주장으로 궂은일을 마다않는 채치수는 전국 최강 상대팀의 같은 포지션 신현준에게 밀리며 본연의 플레이를 잃습니다. 불현듯 그의 라이벌이 코트에 나타나 한마디를 던지며 채치수는 각성합니다. 모든 물고기가 도미일 수는 없어요. 가자미면 또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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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자연과학 이론 '프랙탈'을 삶에 대입합니다.

자연과학에서 프랙탈이라는 게 있습니다. 
프랙탈이 뭔가 하면, 나무의 작은 가지를 하나 꺾어 세워 보면 그게 큰 나무의 형태와 같다는 거예요. 혹은 해안선에서 1센티쯤 되는 부분을 아주 크게 확대하면 전체 해안선의 크기와 비슷하다는 거예요. 다시 말해서, 부분이 전체의 형상을 반복한다는 말을 프랙탈이라고 해요.
저는 인생도 정말 프랙탈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지금 천사가 있고, 천사가 어떤 한 사람의 일생을 판가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의 일생을 처음부터 다 보면 좋겠지만, 천사는 바쁘니까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게요. 그럼 어떻게 하느냐? 천사는 아무 단위나 고르는 겁니다. 예를 들어 그게 저라고 한다면, 저의 2008년 어느 날을 고르는 겁니다. 그리고 그 24시간을 천사가 스캐닝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날 제가 누구한테 화를 낼 수도 있고, 그날따라 일을 잘해서 상을 받았을 수도 있겠죠. 어찌 됐건 그 24시간을 천사가 본다면, 이걸로 그 사람의 일생을 판단할 확률이 95%는 될 것 같아요.
무슨 말인가 하면, 성실한 사람은 아무리 재수 없는 날도 성실합니다.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수능 전 날이라고 할지라도 성실하지 않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이렇게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만들어지는 거지 인생에 거대한 목표가 있고 그것을 위해 매진해가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제 인생 블로그에 대 문구가 있습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이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인생 전쳬를 우리가 플래닝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렇게 변화도 많고, 우리를 좌절시키는 일 투성이인 인생에서 어떻게 해서 그나마 실패 확률을 줄일 것인가? 그것은 하루하루를 성실히 사는 것밖에 없다는 거죠.

이동진, 프랙탈

 

 

이제 꽤 심플해지지 않았나요? 내가 삶을 대해 취해야 하는 태도요. 세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제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히 사는 일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저는 올해 안으로 꼭 수영 강습을 등록할 거예요. 삶이라는 물길 속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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