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의 눈으로 본,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KAC에서 C를 맡고 있는 초이입니다. 드디어 메인 콘텐츠로 첫 유료 발행을 하게 되었네요. 다시 한번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도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벚꽃이 핀 4월을 맞이했어요. 하지만 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기온 때문에 마냥 가볍게 입고 나가기엔 쌀쌀한 듯합니다☁️. 부디 겉옷을 잘 챙겨 다니며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를 바라요.

🔸4월의 대주제는 [보다]인데요. 첫 주에 선보일 소주제는 [00의 눈으로 본]입니다. '보다'라는 감각 동사를 테마로 어떤 글을 써 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수오의 제안으로 이번 소재를 정하게 되었어요. 제가 올 2월에 열었던 사진전에서 <새의 시선; A seagull's gaze>라는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하네요🪽. 과연 저와 수오는 '00'의 자리에 무엇을 넣어 글을 썼을까요? 아래에서 확인해 보세요!

✏️오늘의 킴앤초이

[보다] 1편: 무언가의 시선으로부터

✔️[초심] 권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아마추어리즘'에서부터!
✔️[열일곱의 눈으로 본]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고, 나는 코가 눈이야

#아마추어의 눈으로 본

초심

에디터 초이🏕️

“초심을 찾아라.” 어떠한 일이나 직종에 오래 몸담고 있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익숙함이란 효율과 능력의 향상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지루함과 고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초심을 찾는다. 처음에 먹은 마음을 말이다.

나는 무엇에 있어 어떤 초심을 가지고 있었나 자문해 본다. 크레파스로 사람을 그리다, 물감으로 신발을 그리다, 색연필로 자연 풍경을 그리게 된 나. 스마트폰으로 하늘을 찍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숲을 찍다, 디지털카메라로 사람을 찍게 된 나. 그리고 불어로 시작해 스페인어를 거쳐 일본어와 독일어를 찍먹하고 있는 나. 종류와 무관하게 나의 초심은 ‘재밌는 것을 재밌게 하기’였다. 자각하기도 전에 빠져든 무언가의 존재를 깨닫고 나면, 방법을 바꿔가며 그곳에 모든 애정과 열정을 쏟아붓는 식으로 응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초심은 순식간에 무너지곤 했다. 더 이상 재밌는 걸 못 찾아서라기보다 재밌게 하는 것에 실패해서다. 생경하던 것이 익숙해지면 그 나름의 편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법에 도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그렇다면 초심은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답은 아마추어의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프로와 달리 아마추어는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여, 그저 기쁨을 만끽하고 새로운 기쁨을 다시 누리기 위한 시도에 집중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일본의 사진작가 우에다 쇼지다. 그는 모두가 성공을 선망하며 도쿄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을 때, 사랑하는 가족과 추억이 있는 돗토리현에 남는다. 어딜 보나 똑같은 풍경의 모래사장밖에 없는 그 시골 마을에서, 자신만의 새로움을 카메라에 담아낸 그는 결국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거듭난다.

초심은 곧 아마추어의 자세다. 좋아하는 일로부터 자꾸만 새로움이라는 점을 찾아 선을 이어가려는 마음가짐. 낯서니까 어렵고, 어려우니 흥미롭고, 흥미로워서 자꾸만 좇아가려는 아마추어의 눈으로 세상을, 일을, 사람을 바라보면 나를 방황케 했던 익숙함이라는 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오솔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열일곱의 눈으로 본

열일곱의 눈으로 본

에디터 수오🌰

봄이 와서 창문을 오래 열게 된 건지, 창문을 열다 보니 봄이 온 건지 불분명하지만 창문을 통과하며 불어오는 바람에서, 길어지고 따뜻해진 햇빛에서 봄 냄새를 맡는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라는 동요가 있듯 나에게는 코가 눈이다. 집 앞에 핀 목련, 매화, 벚꽃을 냄새로 모두 구별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세상을 본다.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슬픔. 슬픔은 보이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거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슬픔을 맡을 수 있는 후각 세포가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헤매면 가족들이 때때로 슬픔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는 걸 안다. 그런 건 뒤돌아 있어도 알 수 있고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그럴 때면 일부러 더 즐거운 척을 한다. 나는 딱히 힘들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걸 슬프게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

가족들이 귀가한 것도 그가 현관문을 열면 냄새로 알아차릴 수 있다. 매일 나가서 밤이 돼야 들어오는 누나 옆에 가서 몇 번 킁킁대면 카페에서 공부를 했는지 도서관에서 공부했는지 알 수 있다. 요즘 누나 얼굴을 잘 못 보지만 이해해 줘야 한다. 집에 있는 걸 그토록 좋아하는데 요즘은 집에서 잠만 겨우 자니까 엄청 바쁠 거다. 왠지 피곤함도 냄새로 느껴지는 것 같다.

나의 눈으로 본 세상을 말해달라고 했지만 사실 내가 보는 것은 별로 없다. 순행하는 시간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는 우리는 그 속에서 속삭이는 반짝임을 발견해야 한다. 나에게 있어 그건 변화하는 계절의 냄새, 은근한 도움, 그리고 꾸준한 사랑이다. 당신이 보는 세상에는 무엇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