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편지

[루아네 옹달샘] 항상 춤추는 그녀, 에트나

2026.07.13 | 조회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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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느새 빠르게 일주일이 지났네요.

점점 여름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어떻게 여름을 나고 계신가요?

지난 주말 에트나 화산의 분화 활동 때문에 카타니아 지역이 조금 시끄러웠어요. 공항이 거의 3일간 운영을 중단하는 바람에 여행하시는 분들이 애를 많이 먹으셨더라고요. 또 화산 분출로 인해 바람에 재가 많이 섞여 불어와서, 바닥도 차 위도 화산재로 까매지곤 했습니다. 에트나는 저를 여기에 발을 묶은 장본인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에트나에 빠져 시칠리아에 살기 시작하신 분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7월 5일 에트나 화산 분출 모습 (Getty Image)
7월 5일 에트나 화산 분출 모습 (Getty Image)

1년 전 8월, 시칠리아 여행을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원하는 인턴십을 찾지 못해 이탈리아를 떠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여행이라면 꼭 시칠리아에 가고 싶었어요. 시칠리아에 대한 이유 없는 집착이 있었거든요. 여행 계획도 제대로 없었습니다. 일단 첫 3일 정도만 팔레르모에 숙소를 잡아놓고, 어쩌다 얻게 된 항공사 쿠폰으로 시칠리아이자 마지막 이탈리아 여행을 시작했어요. ‘내가 지금 시칠리아에 가지 않으면 후회하겠다, 그러니 꼭 가야겠다.’ 그 생각 하나로 돌아오는 티켓도 없이 시칠리아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어떤 마음이 저를 시칠리아로 이끌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어요. 그리고 사실, 항공권 500유로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던 여행이었습니다.

카타니아는 사실 잘 알지 못하는 도시였어요. 시칠리아에 카타니아라는 도시가 있다는 것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알게 되었거든요. 처음 카타니아에 도착했을 때 ‘자유’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친구 가족을 따라간 에트나 산 위의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에트나의 소리를 들었어요. 구릉구릉하며 몸에도 진동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친구 어머니께서 에트나를 가리키시며 이 소리가 에트나에서 나는 소리라고 가르쳐주셨어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 멀리 있는 산이 소리를 낼 수 있다니요! 그때였던 것 같아요. 여기에 있고 싶다고 느낀 건요. 에트나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에트나의 울음소리에 제 심장도 함께 뛰기 시작하는 듯했습니다. 에트나의 열기는 뜨겁다기보다 따뜻하게 이 땅과 내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어요.

여기 시칠리아 사람들은 에트나를 'Mamma Etna'라고 부릅니다. 처음 에트나를 봤을 때 선이 참 곱고 여성스럽다고 느꼈어요. 나폴리 폼페이에 있는 베수비오(Vesuvius) 화산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베수비오 화산은 훨씬 높고, 따뜻하기보다 거칠고 뜨겁게 느껴졌었거든요. 이탈리아어로 'il Vesuvio'라고 남성형을 쓰기도 해요. 신화적으로도 베수비오는 나폴리의 땅으로 변한 연인을 질투하는 켄타우로스, 그리고 그 폭발을 남성의 질투라고 말하기도 한다네요. 반면에 에트나는 베수비오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시칠리아 사람들도 친근하고 따뜻하면서도 엄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인식합니다. 탈리아 또는 아이트나라고 불린 시칠리아의 님프가 신의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헤라를 두려워한 님프가 에트나 땅속으로 몸을 숨기고 쌍둥이를 출산했다는 신화도 있어요. 또는 대장장이 신의 대장간이 에트나 안에 숨어있다고 보기도 합니다. 에트나는 숨을 쉬듯 계속 분화를 합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그 모양이 바뀌어요. 차페라나(Zafferana)에 사는 친구가 이번 분화에도 지형 변화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있다고 해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시칠리아 사람들은 에트나가 분화하는 모습을 'Lei balla(그녀는 춤춘다)'라며 춤추는 모습으로 표현하기도 한대요. 너무 따뜻하지 않나요?

겨울 눈이 쌓인 에트나-예쁘죠?
겨울 눈이 쌓인 에트나-예쁘죠?

에트나의 소리에 매혹되어 저는 여기로 이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남은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만이라도 시칠리아에서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피렌체에서 카타니아로 온 지 벌써 9개월이 넘어가고 있네요. 매일 아침 에트나는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매 순간 일깨워줍니다. 극단적이지만 에트나의 분출을 보면서 그 연결을 느끼는 것 같아요. 삶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 계속 변화하고 움직이는 것. 매일의 하루가 더 감사해져요. 그래서 쓸데없이 억지 부리지 말고, 힘도 좀 빼고, 에트나처럼 춤추며 살아요.

다음 주에 또 봐요!

사랑을 담아,

루아 드림

 

<이 편지를 쓰는 사람>

첨부 이미지

본명: 다겸

이탈리아: 루아 Rua

요가를 가르치다가 옷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패션 디자인 과정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이탈리아에서 패션 브랜딩을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은 시칠리아 카타니아라는 거주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어디에 있든지, 누군가에게 쉼과 휴식이 되는 옹달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요가인이며, 언젠가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도시에서 옷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업실과 매주 저녁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큰 식탁과 넓은 거실이 있는 집에서 사는 삶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꾹꾹 채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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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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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듈의 프로필 이미지

    0
    16일 전

    에트나와 베수비오 관련된 신화얘기가 흥미롭네요ㅎㅎ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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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에서 잠시 머무는 마음들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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