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커리어노트

이런 사람은 스타트업을 추천해요

2026.09.22 | 조회 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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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8년간 일하면서, 그리고 4명이었던 조직에서 60명 조직까지 늘어나는 과정을 함께 하며, 어림잡아 200명 정도와 면접 보고 함께 일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유독 스타트업 환경에 적응을 잘하고,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느꼈는데, 3가지 정도로 정리해 본다. (모든 스타트업을 경험해 본 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참고 사항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1. 나중에 자기 사업하고 싶은 사람

나중에 창업,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대체로 주도적으로 일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사업 운영에서 맞닥뜨리는 실질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진심으로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내가 사업을 할 때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미리, 그것도 월급을 받으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하는 것에 크게 만족해했다.

 

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곧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실체화하는 과정, 이를 위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 판매 전략, 리스크, 손익 관리, 출구 전략 등 실제로 사업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혀 배운다. 이 과정을 직접 통과하는 것만큼 제대로 배우는 방법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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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보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이들에겐 매력적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대표가 직접 실무부터 조직 운영까지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표 바로 옆자리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졸업하자마자 바로 창업에 뛰어들기보다는, 거인의 어깨를 빌린다는 관점으로 스타트업에서 일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2. 내 영향력을 발휘하고 거기에서 보람을 찾는 사람

어떤 업무적 결과에 내가 (조금이라도) 직접적으로 기여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하나이다.

 

내 첫 회사는 대기업이었다. 연봉, 복지, 사람 모두 좋았는데, 3년 차 되었을 때 일의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보고와 일하는 방식은 이미 정교하게 세팅되어 있었고, 이와 다르게 일을 하는 건 금기시 됐다. 그러다 보니 같은 일을 내가 하던, 다른 사람이 하던 결과물의 편차는 거의 없었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이 회사는 잘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그 시스템 자체를 바꿀 만큼 난 사람이었다면 얘기가 달랐겠지만, 나는 그 정도 깜냥은 안되었던 것 같다. 계속 이렇게 다음의 3년, 30년을 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확신을 할 수 없어서 퇴사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4명일 때 입사했으니 시스템이 거의 없었다. 즉 내가 곧 시스템이었다. 담당자가 한 명이기 때문에 이 일의 결과와 책임은 오롯이 나의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시도하고 실패할 수 있었다. 그것에 대한 책임과 철저한 회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그래서 '내가 하기 때문에 다르게 하고 싶어, 더 잘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를 통해 결국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스타트업을 추천한다. 스타트업이란 구조 자체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설계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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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만큼 역할과 보상도 비례해서 확대되는 구조도 좋았다. 대기업에서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정해진 연차에 따라 월급이 고정되어 있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내가 더 잘하고 성장할수록, 더 높은 미션이 주어지고, 그에 걸맞은 보상도 빠르게 주어진다. 대기업 다닐 때 받던 연봉은 스타트업 3년 차 때 따라잡았고, 퇴사할 때는 이미 대기업 입사동기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

 

단순히 높은 연봉보다는 내가 한 만큼 비례해서 보상이 따라오는 구조, 내가 더 하면 더 높은 보상을 노려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주는 환경이 나에겐 더 잘 맞았다.

 

 

3.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람

대기업 다닐 때는 "내가 이 일을 더 잘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지?"라는 고민보다, "팀장님의 기분을 좋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을 더 많이 했다. 술 좋아하는 팀장님을 위해 맞춤형 회식 장소를 알아보고, 신입사원으로서 회식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청바지 같은 고리타분한 삼행시 말고, 들어본 적 없는 신선한 삼행시, 팀의 특징을 반영한 맞춤형 건배사를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

 

분기에 한 번 진행하는 팀 워크숍도 단순히 단합대회에 가까웠다. 족구하고 술 먹고 다음날 해장하고 마무리하는 워크숍 프로세스는 오랜 전통이었고, 그 틀에 맞춰 숙소와 프로그램을 조금씩 변경하는 것 정도가 나의 일이었다.

 

처음엔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에 열심히 했고, 실제로 잦은 회식과 워크숍은 회사에 적응하는 데 도움도 되었다. 문제는 나도 서서히 진짜 일보다 이런 종류의 일에만 매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팀장님이 좋아하고 인정해 주었으니까. 고과를 잘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팀 내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 느낌이 좋았으니까. 그런데 3년 동안 반복되니 한구석에 불안이 커져갔다. 이 회사, 이 팀을 벗어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라는 생각들.

 

내가 인정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괴롭게 했다. 성장이 멈춘 것 같았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회사가 망하면 나는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반면 이직해 내가 몸 담았던 스타트업은 오로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불필요한 회식, 사내정치 같은 건 없었고 '우리는 일로 만난 사이'라는 철학 아래 일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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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준은 일이었다. 일을 잘하면 인정받았고 일을 못하면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했다. 사석에서도 우리가 부족한 건 뭐고 앞으로 더 해야 할 것 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회식 테이블의 메인 대화 메뉴로 올라왔다. 이렇게 일이라는 공통주제로 라포를 형성하고 서로의 신뢰가 굳건해지며, 사적인 이야기들도 가볍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친해지고 일로 나아가는 것보다, 일로서 신뢰를 쌓고 이후에 친분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 이렇게 되니 나는 오로지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쌓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내가 대기업에서 느꼈던 불안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한 문화였다.

 

일 외적인 것에 몰두하느라 현타 오고 지친 사람이라면, 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스타트업을 고려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이 내가 경험한 회사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구직자 입장에서도 내게 맞는 스타트업인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심 가는 회사가 있으면 채용 홈페이지부터 대표 인터뷰, 기사는 모두 확인하고, 면접에서도 직접 설계한 질문들이 필요하다.

 

위 3가지 특징에 자신이 해당되고, 어느 정도 핏이 맞아 보이는 회사를 발견했는데, 단순히 스타트업 경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전을 망설이고 있다면, 회사 직원과 커피챗이라도 한 번 해보는 걸 권장한다.

 

생각만 하고 머뭇거리기엔 인생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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