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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수필] 잘, 우는 사람

2025.02.01 | 조회 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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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거북이 무구가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나는 울보다. 어릴 때부터 그런 별명으로 불렸다. 나이를 먹고, 학교에 들어가도 남들보다 더 자주 우는 내게 좋은 소리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 우냐고, 우는 게 무기냐고, 일부러 우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도 들었다. 나도 그 질문에 답하고 싶지만 알 수 없어 더 답답한 마음에 울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몸이 눈물 신호를 보내면 나는 급하게 그것을 틀어막기에 급급했다. 왜 내가 울고 싶어 하는지는 궁금해하지 않은 채.

 

그만 울라고 꾹꾹 누르면 누를수록, 점점 더 안에 담아둔 감정이 커지고 다루기 힘들어질 거예요. 그래서 조금만 툭 건드려도 감정이 터져 나오는 거고요. 그럴 땐 머리의 말이 아니라 몸의 말에 귀 기울여 주세요. 충분히 눈물이 흘러나오게요.”

알 듯 말 듯한 이야기에 머리보다 몸이 더 빠르게 반응했다. 가슴에서 울컥하고 무엇인가 올라왔고, 이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몇 번 울었다고 슬픈 감정이 다 사라지거나, 더 이상 안 울게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점점 가벼워질 거예요.”

나는 준비해 왔던 손수건을 꺼내 들고 자리에 앉았다. 눈물과 함께 입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오게 내버려두었다. 아래로 굽힌 머리와 어깨, 상체 전체가 위아래로 들썩이며 움직였다. 내 속에 들어 있던 무엇인가가 눈물과 소리가 되어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만 좀 울어!’

머릿속에 자꾸만 저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머릿속에서 하는 말은 덮어두고, 일단 울어도 돼요. 그냥 웃음이 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냥 눈물이 많은 사람도 있어요.”

그만 울라고 그만 말해. 나는 충분히 울어야겠어.’

머릿속 소리와 싸워가며 나는 계속 울었다. 내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하는 것들이 다 빠져나올 때까지. 충분히 다 울었다는 생각이 들고, 내 몸의 흐느낌이 자연스레 잦아들 때까지.

눈물을 다 빼냈다는 느낌이 들자, 후련하고 홀가분했다. 어떤 이유로, 왜 울었는지 분명하게 알지 못해도 괜찮았다. 울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그렇다고 믿으며 운 것이 처음이었다.

 

나는 잘 운다. 그럴 때마다 그런 내 모습을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은, 나였다. 울면 안되는 상황에서 우는 나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억지로 눈물을 참아내고 숨겨야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믿었다. 그런 믿음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는 그 믿음을 버리기로 했다.

충분히 울고 나서 오히려 머리가 잘 돌아갔다. 무엇이 나를 요동치게 했는지, 그래서 어떤 감정이 느껴졌고 울게 됐는지. 그 이유를 찾으려고 애쓴 것이 아니었는데도 자연스럽게 내 안에 숨어있던 답들이 떠올랐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전보다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어떠해야만 하는 강박의 기준에 맞춰진 내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 잘 우는 나. 그렇게 나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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