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냐는 말이 무색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네. 그래도 물어보고 싶어, 의미 없는 말처럼 여겨져도 속에만 머물다가 사라지는 것과, 발화되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큰 차이니까. 잘 지내? 괜찮아?
요 며칠간 유난히 표정이 어두웠던 당신의 마음에 무엇이 있었을까. 가장 먼저는 화가 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사실 속상함과 슬픔, 불안과 두려움도 언뜻 보였어. 이 세상은 대체 왜 그런 걸까? 우린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은 것뿐인데. 사람이니까 당연하게 그러고 싶은 건데. 자꾸만 무얼 증명하라고 요구받아. 나는 그냥 나답게, 당신은 그냥 당신답게, 그렇게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나는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지켜낸 그 가치들에 동의해. 사랑과 평화, 신뢰와 정의, 진실은 모두에게 존재하고, 그 진실의 다양성을 믿는 것. 누군가는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얘기라고, 현실을 모르는 바보의 얘기라고 코웃음 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호구가 될래. 그게 헛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적어도 우리 두 사람은 모였잖아. 이 세상 어딘가에 분명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을 계속 찾고 만나자. 그래서 함께 우리가 되어 힘을 합하자. 그런다면 언젠가 우리는 그 꿈을 함께 이룰 수 있게 될 거야.
언제부터 그렇게 증명에 집착하는 시대가 된 걸까? 이건 단지 투덜거리고만 싶어서 하는 얘기는 아니야. 나도 언제부턴가 무언가의 증명을 원하고 요구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보지 않고도, 증명하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꾸만 의심과 평가를 반복하고 있네. 그게 타인을 향해 가기도 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향해 가기도 해. 그럴 때 우린 비참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지. 나조차도 나 자신을 믿어주지 못하는 일. 그런 일만큼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해.
서류에 기록된 것들을 통해, 실적이라고 여겨지는 몇 줄의 문장들에 의해, 짧은 몇 분 간의 질의응답으로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순간 앞에 자꾸만 놓이는 당신에게. 당신에게,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가진 문법의 기이함이 나를 너무 슬프게 해. 자꾸만 존재를 증명하라고 하는 요구가 누군가에겐 너무나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뉴스에서, 아니 사실은 나에게 온 문자메시지에서 읽게 되곤 하니까.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버텨야 하고 견뎌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속상했어. 그게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기고 있는 내 모습이, 우리 모습이 너무.... 화가 났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나는 계속 나답게 사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누군가는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할지도 몰라. 사실 그 목소리는 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더 자주 들리곤 해. 그렇다면 난 그 목소리와 싸워가며 계속 내 삶을 살아가겠어. 내가 나다움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당신의 당신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그래서 마음이 쉽게 쪼그라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의 선택과 결정을 응원하겠어. 당신이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당신의 당신다움을 지키는 일을 나는 끝까지 지지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
증명하지 않아도,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숨겨져 있거나 숨겨야 했던 당신다움을 온전히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 그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가 함께 누리고 기뻐하길 바라. 당신은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했었지. 나도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 당신이 당신 자신 답기를, 다른 누군가를 보며 비교하며 쫓아가는 것이 아닌, 당신 자신만의 길을 당신에게 알맞은 속도로 나아갈 수 있기를, 그런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 당신을 응원하는 일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나 자신에게도 비슷한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해줘. 우리, 행복하게 오늘을 살아보자, 내일을 기대해 보자.
남들과 속도를 비교하지 않는,
춤추는 거북이 무구가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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