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거든. 처음이라서 헷갈리고 실수할 수도 있어. 속상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또 하게 될지도 몰라. 그럴 때가 있더라고. 그래도 중요한 건, 그럴 때마다 너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누구나 처음이 있고, 실수할 수도 있고, 그런다고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일은 없으니까.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종종 느끼긴 하지. 그건 실수나 잘못 때문일 때도 있지만, 개인의 힘으론 바꿀 수 없는 어떤 구조상의 문제일 때도 있더라고.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이 거대한 세상을, 그리고 내게 주어진 삶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건가 봐. 그래서 허무를 경험하기도 하고, 오히려 생기를 얻게 될 때도 있었어. 참 신기하고 재미나지 않니? 삶이란 건 참 알쏭달쏭해.
너와 이야기하면 할수록, 나는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어. 어디선가 아주 자주 들여다보고 생각했던 얼굴이 떠오르는 거야. 아니 사실은, 잘 들여다보고 싶지 않고 피하고만 싶은 얼굴이기도 했어. 너무 가까이 있지만 깊이 마주하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그냥 멀리 두고 싶었던,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내 얼굴. 실수하고 잘못하고 괴로워하던 나의 모습이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인지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걸까?
보호자의 동의 없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법적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어른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했어. 사실 그건 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한 질문이야. 성인은 됐는데, 어른이 맞나?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뭘까? 그 상태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이며 나는 그것을 충족했을까?
내 마음은 여전히 어린이 같은데, 세상에선 이미 나를 성인으로 취급하고, 얼른 어른답게 행동하라고 하지. 이 충격적인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은 대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나도 알고 있어.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만큼, 나는 나이를 먹었고,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든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야. 지금의 내 모습은 결국 그동안 쌓아온 내 선택의 결과라는 것을 말이야.
이 말이 너에게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잘 모르겠어. 나도 충분히 다 받아들이지 못했거든. 여전히 씨름하고 있어.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내 삶을 살기 위해서, 나답게 살기 위해서,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것을 이루며 살기 위해서 말이야. 그래서 네가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나는 그게 참 좋더라고. 내가 나답게 사는 것, 그리고 네가 너답게 사는 것. 그냥 그 일들이 참 멋지고 아름답지 않니? 눈을 반짝이며 그 이야기를 하는 네가 참 생기 넘쳐 보였어.
삶에 정답이라는 게 있을까. 요즘 많이 하는 고민이야. 아니라고 다들 말로 대답은 하지만, 선택과 행동의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걸 자주 보잖아. 이 길로 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자꾸만 나는 그렇게 가다가 길을 잃는 사람들을 보게 돼. 길을 잃거나 혹은 길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자꾸만 헤매거나, 혹은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까지. 사실 길은 없는데, 그래서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도 대답해 줄 수 없고 나 자신만이 알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건데. 하지만 나도 아직 끝까지 가본 적은 없으니 모르지,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이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는 말이야. 그래도 나처럼 이렇게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 보여주고 싶었어. 나도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었거든.
너는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싶니? 나는 네가 나아갈 새로운 길이 궁금해.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답게 나아가는 길, 그 길은 너를 닮아 반짝이고 아름다울 거야.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춤추는 거북이 무구가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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