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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모르면 물어보라면서, 물어보면 왜 싫어할까요?

일을 진전시키는 질문의 기술

2026.09.28 | 조회 51

질문은 생존기술이자 무기입니다

 

질문을 많이 하라고 교육받지 않아본 기획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아마도 학창시절부터 항상 듣던 잔소리였겠지요. 그때는 왠지 손을 들어서 무언가를 발표한다는 행위나, 내가 나중에 찾아보면 되는데 구태여 친구들 앞에서 질문을 한다는 행위가 왠지 부담스러워서 질문을 기피했던 여러분이더라도, 밥벌이가 걸린 일과 내 밥벌이를 결정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다보니 질문이 하고 싶어 죽겠는 지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더이상 질문이라는 게 여러분 마음 속에서 그저 적극적인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정보습득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발전은 여러분의 기획력 성장에 가장 중요한 생존 기술이자 동시에 무기입니다. 

 

"생존 기술이자 동시에 무기"라는 정의를 잠깐 곱씹어 보겠습니다. 질문이 기획자의 생존 기술이 되는 까닭은 매우 자명합니다. 지난 Q1~Q2에서 반복해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이 무슨 말을 늘어놓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또한, 기획이라는 것 자체가 잠재의식 밖으로 내던져지기 전까지는 어떤 무형의 유기체와 같은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러므로, 기획을 하는 사람도, 기획을 의뢰하는 사람도 결국 모든 윤곽이 그려지기 전까지는 질문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각자의 의식을 탐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획은 생존 기술입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는 정도의 높은 수준의 정보가 아니더라도, 이 의뢰를 위해, 이 기획을 위해 무슨 생각을 잠시 했는지, 어제 무엇을 보았는지, 이전엔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실은 마음 속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혹은 아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단순히 전달력이 좋지 않아서 의미나 정보가 제대로 전달이 된 것인지 아닌지- 와 같은 정보들도 모두 질문을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야생에서 어떤 식물은 먹어도 된다, 어떤 길은 쉽게 땅이 꺼지더라- 같은 생존 정보를 얻고 움직이는 셈이지요. 이런 정보를 충분히 알고 움직인다고 모든 서바이벌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시행착오가 발생할만한 많은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본인이 서바이벌 전문가라 할지라도, 이런 정보를 싸그리 무시하고, 정보습득도 건너뛴 채, 본인 방식으로만 서바이벌할 시 발생하는 위험부담은 언제나 있습니다. 짊어질 필요도 없는 위험부담인데, 조금만 익숙해져도 이러한 단계를 건너뛰는 기획자들이 참 많습니다. 비도 안 오는 정글에서 홍수 처리가 완벽히 구현된 최신식 쉘터를 짓는 꼴입니다. 물론 집이야 좋겠지요. 저라면 차라리 그 노력을 아껴서 식량을 마련하거나 식수를 마련했을듯 합니다. 지난 Q2에서도 말했듯, 기획은 어떠한 형태로건 기획서로 정리되어야 결국 최소한의 "기획이 되었다"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모든 기획서가 다 작성되고 난 후에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부딪히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속도도 느리고, 비효율적입니다. 어디까지나 말랑말랑할 때 잘 만지기 위해서라도 질문은 필요합니다.

 

질문은 또한 무기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날카롭게 잘 벼려진 질문 하나가 결국 기획 하나를 완성시킵니다. 지난 Q2를 끝까지 읽어보신 분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제가 축약하여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자 기획서의 첫 장이 결국 기획서의 종결이 되는 서-파-급 방식의 핵심이자, 알파이자 오메가이자, 기획서의 표지이자, 여러분의 기획력이 세상에 회자되게 하는 단 하나의 단위는 결국 질문입니다. 첫 장에서 던진 질문은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생각을 가져왔고, 그 생각을 가져와서 펼쳐내는 작업이 여러분의 기획서가 되었습니다. 즉, 기획서의 알맹이란 결국 "질문"에 있습니다. 매우 타이트하게, "1 기획 = 1 질문"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컨셉, 아이디어, 실행안, 레퍼런스, 개발 방향, 디렉션, 콘텐츠 기타 등등 모든 것들은 결국 잘 벼려진 질문 하나의 파생물입니다. 주변에서 기획력이 좋은 사람들을 한번 떠올려봅시다. 가깝게는 나의 동기, 선후배가 있을테고, 멀리는 유명한 사업가들이 있을테구요. "이거 혹시 태양이 도는 게 아니고 지구가 도는거 아냐?" 라고 질문한 양반도 있습니다. "혹시 시간은 상대적인거 아냐?"라고 질문했던 유명한 분도 있으시지요. "인간은 그냥 유전자의 숙주 같은 거 아냐?" 같은 질문도 유명했습니다. 현대인의 사상과 철학을 기획해버렸지요. 물론, 그만큼까지 잘 벼려져서 모두가 등골이 서늘해질만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수많은 수행이 필요한 일입니다만, 아무튼 나아갈 방향은 명확해졌습니다. 저도 아직도 수련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기획자는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질문을 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면 일단 하고 봅시다

 

주니어 기획자들 중에는 이 찬스를 잘 살리는 약삭빠른 후배들도 있고, 또는 정반대로 우직해보이기 위해 질문을 하지 않는 후배들도 있습니다. 약삭 빠른 친구들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든 멋있는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공부를 더해오고, 팀원들이 모를만한 콘텐츠를 찾아오고, 괜히 삐딱하게 반박도 해보며 질문을 잘하는 자신을 똑똑해 보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를 통해 대부분 쉽게 교정될 수 있는데다가, 대부분은 더욱 높은 고수를 만나면 나은 방향으로 해결되니까요. 하지만 이 중, 제가 가장 잔소리를 많이 하는 친구들은 보통 우직한 친구들입니다. 대부분 이런 이유로 질문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

 

  • 혹시 내 질문이 멍청한 질문은 아닐까?
  • 내가 사전에 공부를 덜 하고 와서 모르는 건 아닐까?
  • 나말고 다들 알아들은 것 같은데 나중에 그냥 메모했다가 찾아보자
  • 멍청한 게 티나면 혹시 이 일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닐까? 나쁜 평가를 받진 않을까?
  • 별로 중요한 질문인 것 같지 않다 (-고 스스로 판단했다)
  • 이 일을 어차피 나는 주도하지 않을테고 실행/백업의 역할만 맡을텐데 굳이?

 

이런 좋지 않은 버릇을 가지게 되는 이유도 이해되고, 또한 여러분 제각각의 조직의 분위기도 이러한 성향의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라, 이런 버릇을 여러분 본인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고만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버릇을 유지하다보면은 여러분은 시나브로 남이 시키는 자료 조사만 하고 있거나, 혹은 다 정리된 기획의 백업만을 담당하는 인력으로 성장하고 맙니다. 그런 조력자들도 조직에 물론 필요한 존재라는 반론을 참 많이 들어왔고, 모두가 디렉터일수는 없다는 현실실무론자들의 반박도 참 많이 들어왔는데요. Q1~Q2에서도 반복해서 말했듯이 기획자와 조력자/서포터는 구분되는 절대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기획자이고, 모든 것에 기획을 넣는 것이 우리 직업이고, 1 기획 = 1 질문이므로, 모든 작업에 질문을 넣는 것이 직업이기도 합니다. 참고자료를 하나 찾을 때에도, 이미지를 하나 찾아올 때에도, 견적서를 하나 만들 때에도, 저녁 회식 장소 리스트업을 할 때에도, 우리 모두는 기획을 담아야 하는데 그냥 그렇게 안 하는 거지요. "그렇게 안해도 정리 되던데요? 너무 이상적이시다, 기획만능주의적이시다"라고 생각하신다면, 진짜로, 진짜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여러분은 아직도 여러분의 업과 조직을 정말 잘못 파악하고 있는 중이신 겁니다. 오산 중의 오산입니다. 기획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 실제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사실은, 여러분이 그렇게까지 기획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누군가가 미리 여러분 몫의 기획까지 다 해둔 후에, 여러분에게는 그냥 여기까지만 정리해달라고 선을 그어서 숙제를 주고 있는 중인 거니까요.  여러분의 기획력을 믿지 못하고 포기한 셈입니다. 물론, 모든 일을 그렇게 기획해서 주는 기획자가 실제로 본인이 그만큼의 기획을 하고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이 또한 작용/반작용의 원칙에 따라 "앞으로 일을 이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는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극단적으로 불쾌하게 말하자면, "사소한 업무에서도" 여러분의 기획력을 믿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 셈이지요. 이렇게되면 Q1, Q2에서 말해온 것처럼 기획자의 성장은 더디어집니다. 기획을 공유할 사람이 없어지게 되고, 기획서를 보더라도 공유되는 이야기나 컨텍스트들이 피상적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니까요. 에이스 중심으로 뭐든 빨리빨리 진행되는 줄 알고 좋아했지만 알고보니 기획자의 무덤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단 하나의 이유. 질문이 없었기 때문에요.

 

잠시 샛길로 빠진 김에 더 말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세상에 "나는 우직하게 조력과 실행을 할거야. 그런 역할이 필요해. 000를 적극 밀어줄거야"라는 건 없다는 겁니다. 이것은 허상과 타협일뿐이고, 실은 여러분은 질문하기를 포기했을 뿐입니다. 더 극단적으로, 여러분이 "밀어준다"고 생각했던 그 누군가는 아마 속으로 여러분이 아무 기획도 하지 않고 열라 수동적으로 숙제검사만 해온다고 짜증을 내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나중에 한 번 물어보세요.

 


 

욕먹는 질문, 욕 안 먹는 질문

 

다만, 이런 성향을 고쳐보겠다고 "질문 많이 해라! 의무적으로 3개 해라!"와 같은 식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인다면, 혹은 여러분의 팀원 중 누군가를 몰아붙인다면 더욱 더 안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일을 전혀 진전시키지 못하는 질문들을 의무감으로 쏟아내는 것만큼 조직이 대응하기 어려운 순간도 또 없습니다. 주니어 때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혼을 내면 되니까요. 그리고 질문의 무게감이 시니어 기획자들보다 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PM이 되고 경력자가 되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질문 하나가 일의 행방을 결정하는데, 여러분의 질문이 주변만 맴맴 돌며 일을 진전시키지 못한다면? 그런데 여러분의 팀원들조차 여러분을 따라하고 있다면? 여러분이 어떤 질문이 핵심적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게다가 여러분은 여러분도 모르게 무의미한 질문들을 정리하고, 대답하는데에 시간을 쓰고 있게 될겁니다. 회의는 길어지고, 핵심 질문은 무엇인지도 모른채 모호한 기획과 기획서서가 정리될거고, 왜 모호한지 이유도 잘 모릅니다. 아이디어가 부족한가? 컨셉이 약한가? 실행 방안이 새롭지 않은가? 너무 멋이 없나?- 와 같은 주변 이유만 맴맴 돌며 이것저것을 더하게 됩니다. 비가 오지 않는 정글에 홍수에 내진설계에 티테이블까지 다 갖춰두고 모던한 최신식의 인테리어까지 했지만 어떻게 4인이 4개월간 생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을 전혀 못한 쉘터를 지어두고 생존방법을 강구하는 사람들에게 인테리어가 참 예쁘고 세련되었다, 모던한게 좋으시냐, 클래식한게 좋으시냐 하고 묻는 꼴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하는 기술보다 하면 안 되는 질문을 잘 아는 것이 먼저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나마 조금 더" 개선된 질문을 덧붙입니다. 왜 완전 좋은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요? 애초에, 이렇게 절대 하면 안되는 질문을 던지시는 분들은 질문의 결과로 "답"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류로 (자기도 모르게) 정리가 다 된 정보와 정답을 얻기 위해 타인을 챗GPT로 이용합니다. 답을 찾는 질문은 아무리 골라도 좋아질 수 없지만, 습관을 '그나마' 돌아보자는 차원에서 먼저 정리합니다. 좋은 기획자는 답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확히 좁히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애초에 기획자끼리의 질문은 서로 문제의 답을 찾는데에 기반으로 두지 않고 문제 그 자체에 두어, 문제를 좁혀나가는데에 두어야 합니다. 

 

막히는 상황절대 하면 안 되는 질문하면 안 되는 이유그나마 조금 더 개선된 질문 / 이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어떻게 하면 되나요? 뭐부터 하면 되어요?적극적으로 보조자로 참여한듯 보이지만 결국 타인에게 생각과 판단을 모두 위임한 셈이며, 사고의 과정 또한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교류할 가치가 없음. 게다가 질문을 듣는 이는 이에 답하기 위해서 "모든 기획"을 다 해서 설명해야하므로 질의가 의미가 없어짐“우리 목표가 뭐에요?" / 그나마 함께 기획을 시작할 수 있는 첫마디이자 문제의 범위를 좁히는 첫 시작이 될 수 있음
설명을 들었는데 서로 이해가 다른 상황“둘다 잘하라는 거죠?”좋은 기획이 생길 수 있는 계기 자체를 꺾어버리는 질문으로, 추후 논의의 가능성 자체를 지워버림. 게다가, 마치 자신은 실무에 닳고닳아서 통달한 사람인듯한 바이브를 풍기기 위해 던진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기 스스로를 그렇게 포지셔닝해갈 가능성이 높음. 조직에서는 해가 되는 인물이 되는 계기의 질문“이번에는 000한 상황 때문에, A과제보다 B과제가 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는데, A과제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 이유가 있으세요?" / 상황 판단의 근거와 본인의 주장을 함께 전달
여러 조건을 동시에 지키기 어려운 상황“뭐가 더 중요해요?”상동여기서는 질문하지 않고 본인이 맡은 롤을 대변하며 주장을 하는 것이 필요.
상대의 의견을 듣고 싶은 상황“이거 어때요? 이거 괜찮아요?”듣게 되는 피드백을 과도하게 넓히는 상황으로 서로 도움되지 않는 내용을 주고받게 될 확률이 높음. 어디까지나 모든 질문은 좋은 문제 정의를 위한 것“이 제안을 실제 실행/발표/개발/연구/...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막힐 것 같은 부분은 어딘 것 같으세요?" / 특정 프로젝트의 가장 주요한 목표를 기반으로 미비한 부분을 콕 짚어 묻는 것
해석이 더 필요한 피드백을 받은 상황“어떻게 바꿀까요? 문서에서 안 보이셨나요? 제안이 약했나요? 13~18pg 바꿀까요?”어떻게 바꿀까요? 류의 같은 수동적인 숙제검사는 협업이 아님. 약하다/강하다/안보인다와 같은 추상적인 표현은 모두 배제.“제 핵심 질문은 000였고, 여기에 대해 000라고 판단했는데, 피드백을 보니 제 주장부분에서 000가 미흡하다 한 것 같다, 맞으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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